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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후보 원주 DB를 1위로 만든 '7분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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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배구

    꼴찌 후보 원주 DB를 1위로 만든 '7분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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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 DB 선수단 (사진 제공=KBL)

    프로농구 경기에서 실책을 한 선수가 벤치를 바라보며 "내 잘못"이라는 뜻의 손 동작을 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예전에는 실책을 하자마자 교체되는 선수도 자주 볼 수 있었다.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에서 '꼴찌 후보'라는 수식어를 지우고 1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원주 DB에게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올시즌부터 DB 지휘봉을 잡은 이상범 감독이 선수에게 요구하는 자세는 명확하다. "실수는 할 수 있어. 만회하려고 하지는 마"라고 강조한다. "실수를 만회하겠다고 달려들다 보면 무리하게 된다. 그럼 팀 전체가 흔들린다"는 게 이상범 감독의 생각이다.

    말은 쉽다. 그 생각을 선수와 공유하고 실천에 옮기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상범 감독은 실수를 하고 벤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비주전 선수들에게 시간을 준다. 짧게는 5분, 길게는 7분을 보장한다.

    이상범 감독은 "실수한 선수를 바로 교체하면 그 선수는 다음에 시도를 하지 않는다. 안전한 플레이만 하려고 하고 공을 피해다니기도 한다. 그래서 바로 빼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기다려준다"고 말했다.


    DB는 개막 5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되지 않겠냐는 예상이 많았다. 김주성은 나이가 많고 1년 전 아킬레스건을 다친 윤호영은 언제 복귀할지 알 수 없었다. 허웅은 군대를 갔다. DB를 플레이오프 진출 후보로 평가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이상범 감독도 "꼴찌만 면하자는 생각으로 시즌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DB발 태풍은 멈추지 않았다. DB는 올스타전 휴식기를 앞두고 24승9패를 기록, 당당히 단독 1위에 올라있다. 10개 구단 중 아직 두자릿수 패배를 당하지 않은 유일한 구단이다. 스타 군단이라 불리는 전주 KCC, 서울 SK와 계속 선두 경쟁을 펼쳤고 현재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올스타전 이전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0월 창원 LG와의 원정경기에서는 빅맨 유성호가 선발 출전했다. 이상범 감독은 경기 전 "그동안 한정원이 뛰면서 유성호가 몇 경기 나서지 못했다. 오늘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호에게도 '7분의 마법'이 적용됐다. 유성호는 과감한 3점슛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반칙을 아끼지 않는 적극적인 수비로 팀에 공헌했다. 이상범 감독은 그에게 7분을 넘어 1쿼터 10분 풀타임을 맡겼다.

    이상범 감독의 시즌 구상은 명확했다. 두경민을 에이스로 임명했다. 베테랑 김주성에게 4쿼터를 맡겼다. 윤호영, 한정원 등 부상자들과 김주성의 1~3쿼터 공백을 나머지 선수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전까지 이름을 크게 날린 선수는 없었다.

    DB는 그들이 벤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하고 싶은 플레이를 펼치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예전까지 공격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김태홍은 이제 공을 잡으면 골밑을 파고들거나 외곽슛을 던진다. 그때마다 이상범 감독은 웃었고 DB 벤치는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이같은 분위기는 각 선수의 실력 향상을 이끌어낸 수준을 넘어 기질 자체를 바꿔놓았다. 프로 7년차 김태홍은 올시즌 평균 8.4점, 3점슛 성공 1.2개를 기록하고 있다. 데뷔 후 최다 기록이다.

    김태홍처럼 기록이 눈에 띄게 발전한 선수를 DB 안에서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프로 3년차 포워드 서민수도 그렇다. 첫 2시즌동안 평균 6분을 뛰어 1.7점에 그쳤던 서민수는 올시즌 경기당 25분 출전해 6.1점, 4.5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올리며 팀에 기여하고 있다.

    총 출전시간이 많지 않더라도 한번 코트를 밟으면 마음껏 자기 플레이를 시도해볼 수 있는 DB 선수들에게는 늘 자신감이 넘친다.

    이제 선수들은 기회를 갈구한다. 이상범 감독은 부상자들의 복귀 등으로 인해 출전시간이 줄어든 비주전 선수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한동안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에게 7분 이상 뛸 수 있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마련한다. DB는 주전급 선수를 '굴려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명제를 깼다. 팀 전체를 주전급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물론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해 원주 숙소에 머무는 선수들에게 이상범 감독은 "잠시 쉬고 와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외출을 포기하고 숙소에 남아 훈련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이상범 감독은 "나는 이만큼 준비가 돼 있다고 내게 말하는 것 같다. 감독 입장으로서는 너무 고마운 일"이라며 "지금과 같은 선수 운영 방식은 야인으로 지낼 때 배우고 공부하면서 언젠가 한번 시도해보자고 생각한 방식이다. 우리 선수들 덕분에 지금까지 잘 이뤄졌다. 내가 하나 더 배웠다"고 말했다.

    김주성과 윤호영은 변함없는 DB의 중심이다. 주로 후반에 출전한다. 주축 선수로서 출전시간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역할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DB의 후반 경쟁력이 훨씬 더 좋아졌다. DB의 4쿼터 평균 득점은 22.0점, 실점은 18.7점밖에 안된다. 4쿼터 득실점 차이가 무려 +3.3점. 압도적인 리그 1위다.

    두경민과 외국인선수 디온테 버튼 그리고 골밑의 버팀목 로드 벤슨은 DB 전력의 핵심이다.

    두경민은 올시즌 평균득점(16.0점), 3점슛 성공(2.7개), 야투성공률(46%), 어시스트(4.0개), 리바운드(3.0개) 등 여러 부문에서 데뷔 후 최다 기록을 남기고 있다. KBL이 발표하는 국내선수 부문 선수 효율성 지수(PER)에서 오세근(안양 KGC인삼공사)에 이어 당당히 2위를 지키는 선수다. 매경기 하일라이트 필름을 연출하는 버튼과 더불어 DB 공격을 이끌어가는 원투펀치 중 한명이다.

    두경민은 DB의 돌풍을 이렇게 바라본다.

    "이상범 감독님께서 시즌 전 내가 에이스라고 얘기해주셨다. 에이스가 될 가능성이 내게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며 전반기를 치렀다. 디온테 버튼은 처음에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들어온 선수다. 계속 그렇게 뛰었다면 교체됐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먼저 가드처럼 뛰고 싶다고 감독님께 얘기했다.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준 버튼에게 고맙고 그걸 또 가능하게 해주신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버튼은 우리와 호흡하려고 노력해왔고 KBL 경험이 많은 벤슨은 옆에서 잘 도와줬다. 그 두명이 우리를 강팀으로 끌고가주고 있다. 국내 선수들도 지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 전반기가 끝났지만 우리는 내년 내후년이 되면 더 강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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