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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참사 초기 대응력 부족" 인정…고개 떨군 소방당국



사회 일반

    "제천 참사 초기 대응력 부족" 인정…고개 떨군 소방당국

    • 2018-01-11 18:04

     

    2층 구조 요청 알고도 무대응…비상구 확인조차 안 해
    "소방서 점검 때 건물 이상 무"…점검 부실했는지 확인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소규모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로는 막기 어려웠던 불가항력의 재난이 아니었다.

    건물주의 소방시설 안전관리 부실에 소방대의 초기 대응력 부족이 맞물려 빚어진 인재로 결론 났다.

    소방관들은 '무전 우선 지시 원칙'을 무시한 채 휴대전화로 연락했고 진입이 가능한 건물 비상구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소방서장은 2층에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구조 대책 수립을 소홀히 했다.

    상황을 수집해 분석하며 인명 구조에 나서야 할 소방관들이 현장의 애가 타는 목소리를 한 귀로 흘려버리면서 결국 1층 주차장 화재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 '무전 우선' 위반…현장 상황 구조대원들에게 전파 안 돼

    29명의 희생자 중 20명이 집중된 스포츠센터 2층 여성 사우나에서 충북소방본부 119상황실로 구조 요청을 한 것은 지난달 21일 오후 3시 59분부터 4시 12분까지 13분간 3통이나 됐다.

    당시 119 상황실은 2층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를 무전으로 현장에 있던 소방관 모두에게 전파하지 않았다. 오후 4시 4분과 6분 화재조사관에게, 오후 4시 9분 지휘조사팀장에게 휴대전화로 알린 것이 전부였다.

    재난현장 표준 작전 절차(SOP)상 지시는 '무전 우선'이 원칙이다. 상황실 직원들이 현장 지휘관에게 정보를 전달할 때 무전기가 아니라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은 이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원칙을 위반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무전을 통해 널리 알렸더라면 현장 소방대원들의 논의를 통해 유리창을 깨고 2층에 신속하게 진입하는 방안을 찾을 수도 있었다.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에 소방대원들의 상황 공유가 안 되는 바람에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충북소방본부는 상황실과 소방서 간 무선 통신 상황을 매일 확인하지 않는 등 '소방정보통신 운영관리규정'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 소방서장, 2층 구조 알고도 적절한 조치 안 해

    제천소방서장이 화재 현장에 도착한 때는 오후 4시 12분이다. 그는 2층에 사람이 많다는 정보를 여러 차례 들었지만 8층 난간에 매달린 사람을 구조하는데 매달렸다. 현장에 도착해 20분이 지나도록 2층 인명 구조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

    오후 4시 16분 지휘조사팀장과 화재조사관으로부터 2층 상황을 보고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 7분 뒤인 4시 23분 충북소방본부장에게 전화로 보고하면서도 2층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구조대장에게 2층 진입을 지시한 것은 오후 4시 33분이었다.

    소방합동조사단은 "소방서장이 지휘관으로서 전체 상황을 장악하는 데 소홀했고 비상구나 유리창 파괴를 통한 내부 진입을 지시하지 않는 등 지휘 역량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 구조대, 건물 뒤편 비상구도 파악 못 해

    화재 발생 초기 스포츠센터 뒤쪽 비상구에서 골프 백을 어깨에 멘 남성, 신발을 움켜쥔 노인, 침낭으로 알몸을 감싼 남성 등이 서둘러 뛰쳐나왔다.

    그러나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은 이 비상구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채 1층 주차장 차량에서 시작된 화재 진압과 건물 옆 LPG 탱크 폭발 방지만을 소방대에 지시했다.

    당시 2층 구조 요청자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던 지휘조사팀장은 인명 구조를 위한 건물 상태를 파악, 적절한 구조 활동을 지시했어야 했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한 것이다.

    구조대가 비상구를 찾아내 신속해 건물 진입에 나섰더라면 더 많은 인명 구조가 가능했을 수도 있었다.

    ◇ 2층 일부 유리창 접근 가능했는데도 늑장 진입

    소방 선착대가 화재 현장에 도착했던 오후 4시께 화염과 열기로 내부 진입이 이미 어려웠다는 게 소방당국의 주장이었다.

    제천소방서 구조대는 오후 4시 16분 외부 출입구를 통한 진입을 시도했으나 짙은 연기와 열기로 진입이 곤란해 후퇴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소방종합조사단은 화기가 누그러든 일부 유리창을 통해 진입하는 게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소방서장의 지시에 따라 구조대가 외부 유리창을 깨고 2층에 진입한 오후 4시 33분 이전에 본격적인 구조가 시작됐다면 20명이나 되는 인명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구조대는 소방서장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2층에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바꿔말하면 구조대가 2층 수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 화재 건물 소방점검 무사 통과 논란

    제천소방서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을 2016년 10월 31일과 지난해 1월 8일 소방특별 조사했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지적 사항은 없었다.

    구속된 건물주가 작년 8월 이 센터를 낙찰받아 리모델링한 뒤 2개월 뒤인 10월 영업을 시작했지만 당시 민간 업체가 담당한 소방점검 때는 수두룩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때 지적된 사항만 무려 29개 항목 66곳이나 됐다.

    이런데도 불과 수개월 전 소방서가 직접 해당 건물을 점검했을 때 문제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소방당국은 추가 조사 결과 부실 점검이 드러날 경우 조사자와 책임자를 법에 따라 조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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