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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박정민 애드리브에 '내가 졌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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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병헌, "박정민 애드리브에 '내가 졌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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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이병헌의 또 다른 선택, '그것만이 내 세상'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전직 복서 김조하 역을 맡은 배우 이병헌.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의 선택은 좀처럼 종잡을 수 없다. 이번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역시 마찬가지다. 휴먼 코미디 드라마 장르의 이 영화는 전직 복서 형과 서번트 증후군인 동생이 17년 만에 만나 서로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이병헌은 인생이 별 볼일 없는 전직 복서 김조하 역을 연기한다. '내부자들', '마스터', '남한산성' 등 상업 영화들에서 우리가 흔히 봤던 이병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동네 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친근한 트레이닝 복 아저씨만 있을 뿐이다. 사소한 포인트에서 웃음을 찾아내는 연기를 보고 나면 비로소 이병헌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이병헌은 바쁘다. 할리우드부터 저예산 영화까지, 신출귀몰하며 영화계를 누비고 다니는 배우 중 한 사람이다.

    다음은 이병헌과의 일문일답.

    ▶ 굉장히 흔한 전개의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이 내 세상'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 디테일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몇 백 년이 지나도 그런 영화들을 보게 되는 게 아닐까. 난 일단 영화가 주는 전체적인 정서가 너무 좋았고, 그 쓸쓸함이 좋았다. 그 캐릭터의 의외성이 나와는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럴 것 같았는데 갑자기 생각하지 못한 면이 더해졌을 때, 나타나는 그런 의외성 말이다.

    ▶ 젓가락질이 상당히 특이하던데, 일부러 설정한 건가 아니면 원래 그렇게 젓가락질을 하는 편인가.

    - 사실 다른 캐릭터들은 연기할 때 젓가락질을 하는 게 나오면 연습을 좀 한다. 내가 봤을 때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입으로 들어갈 때 차이가 확 난다. 내 젓가락질은 중지를 쓰지 않고 양쪽에 있는 두 손가락을 쓴다. 그렇게 연습을 살짝 하거나 아니면 국을 떠먹는다. 이번에는 내가 편한대로 캐릭터와 함께 가자고 생각해서 고치지 않은 거다.

    ▶ 콤비 연기를 많이 해봤는데 박정민과의 호흡은 어땠나.

    - 정말 좋은 배우가 나온 것 같다. 같이 하면서 너무 좋았다. 후배 배우나 신인 배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심지어는 이게 낫냐, 저게 더 낫냐면서 내가 자주 물어보기도 했다. 진짜 약간 동기같은 느낌이었다. 함게 상의하면서 같이 연기하고 그랬으니까.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런 칭찬을 잘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박정민과의 호흡이 정말 좋았나보다.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장면이나 인상적이었던 순간들이 있나.

    - 박정민이 맡은 배역은 굉장히 중요하고, 그 역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화가 달라질 수 있었다. 특수한 여러 가지 것들이 있어서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편집본을 보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으쌰 으쌰'한 기분이 들었다.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캐릭터 특성 상, 애드리브나 어떤 변형을 줬을 때 이 친구가 순발력 있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걸 받아쳐서 자기 걸 보여주더라. 순발력 또한 대단했다. 심지어 애드리브로 절묘한 타이밍에 방귀를 뀌기도 했는데 '나는 졌다' 싶었다. (웃음)

    ▶ 애드리브가 상당히 많은 현장이었을 것 같다. 이 코미디라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연기라서 자칫 잘못하면 관객들은 웃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완급 조절은 어떤 방식으로 했나.

    - 자칫 욕심만 가지만 선을 넘을 수가 있어서 상황에 맞는 코미디일수록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선이라는 것도 주관적인 거다. 나와 감독님이 생각하는 선이 정답의 선은 아닌 것 같다. 많은 대중들이 용납하는 게 객관적인 선일 수도 있다. 망가지느냐 망가지지 않느냐는 배우에게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춤을 추고 그런 장면들은 의외의 모습이라는 평가가 많더라. 나는 싸이 뮤직비디오 속 이병헌을 연상시킬까봐 걱정도 했었다. 내가 뭐 춤으로 상을 받았다 이런 기사도 나왔는데 고등학교 때 진짜 브레이크 댄스를 조금 추긴 했었다.

    ▶ 윤여정과는 모자(母子) 호흡을 맞췄는데 어떤 기분이었나. 시사회 자리에서 보면 재미있는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해진 것 같더라.

    - 윤여정 선생님은 현장에서 모니터를 잘 하지 않으신다. 당신이 찍은 것도 하지 않으시더라. 정말 감독과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에 대한 믿음이 있나 보나 싶었다. '왜 모니터 안해세요?' 했더니 '부끄럽다. 난 내가 한 거 못 보겠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선생님한테도 여린 면이 있으시구나 했다. 현장 편집본도 안보실테니까 얼마나 영화를 관객의 마음으로 푹 빠져서 보시겠나. 보통 배우들이 시사회에서 긴장하니까 객관적인 시선으로 못보는데 옆에서 우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기자회견 하러 올라가는데 '얘, 너희들 참 잘 하더라'고 칭찬해주셨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전직 복서 김조하 역을 맡은 배우 이병헌.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또래의 배우들은 항상 한 작품 끝날 때마다 오히려 시원한 기분이 아니라 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간다고 하더라. 이병헌 본인에게도 그런 고민이 최근에 있나 궁금하다.

    - 형태와 종류의 문제일 뿐이지. 그런 고민의 크기나 압박감의 크기는 많이 다르지 않다. 100%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런 것 없이 타성에 젖어서 연기 하는 순간 더 새로운 것을 못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 할리우드에서 작업을 하고, 국내에서 대규모 예산이 드는 상업 영화를 하다가도 순식간에 신인 감독의 영화나 저예산 영화를 하기도 한다. '의외의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것 같다.

    - 그런 걸 전략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왜 갑자기 이런 장르의 영화를 하게 됐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유는 없다. 백지 상태에서 받은 시나리오를 읽으려고 노력한다. 편견이 들어가면 좋은 작품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 시나리오가 나를 움직이면 매니저에게 '이거 괜찮다'고 이야기를 한다. 물론 매니저의 경우에는 '저번에 이걸 했기 때문에 좀 그렇지 않느냐'고 전략적으로 생각해주지만 나는 이야기가 주는 힘이 가장 크다. 그렇게 의견이 충돌할 때는 정말 매니저가 말을 잘해서 설득당하는 경우도 있고, 내 입김이 센 경우도 있다. (웃음)

    ▶ '지.아이.조' 3편을 제작한다는 기사가 떴다. 이번 편에도 악역인 스톰 쉐도우 역으로 참여하는지 궁금하다.

    - 나도 뉴스를 통해서 접했다. (웃음) 현재 상황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파라마운트에서 '지.아이.조' 시리즈를 버리지 않고 만들겠다는 건데, 일단 드웨인 존슨이 기다리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런데 아마 원작 캐릭터가 100가지 넘을 거다. 또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가 너무 많으니까 내 캐릭터가 합류하게 될지, 아니면 다른 강력한 캐릭터들이 들어와서 빠지게 될지 정보가 없다. 나도 그 쪽 '콜'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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