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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하늘로 보내며 전해 온 후원금



부산

    아들을 하늘로 보내며 전해 온 후원금

    23살 아들 잃은 50대 父,사망 보상금 부산연탄은행 등에 기부

    부산연탄은행 대표 강정칠 목사의 SNS에 올라온 가슴 따듯한 기부 사연. 캡쳐 사진은 아버지를 통해 천국에서 부산연탄은행에 기부금을 전달한 故정성훈씨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20대 아들을 대신해 한 50대 아버지가 사고 보상금을 아들이 살아생전 후원하던 단체에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9일 부산연탄은행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얼마 전 하늘로 떠난 아들을 대신해 기부를 하고 싶다"는 50대 남성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전화의 주인공은 대구에서 택시업을 하고 있는 정용욱(54)씨.

    그는 지난해 12월 4일 평생 애지중지하며 키워 온 아들을 잃었다.

    정씨의 아들 정성훈(23)씨는 숨지기 한달 전 해양 전문가를 꿈꾸며 한 대형 컨테이너선의 3등 항해사로 취업했다.

    한국해양대를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아들은 늘 정씨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취업 한달 만에 2번째로 승선한 배를 타고 중국으로 떠난 아들이 하역 작업 중 불의의 추락 사고를 당해 영영 볼 수 없게 됐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가슴에 묻은 정씨는 유품을 정리하던 중 아들의 통장에서 부산연탄은행으로 2만원이 빠져 나간 것을 확인했다.

    아들이 숨지기 이틀 전 연탄은행에 매월 2만원의 기부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

    정씨는 연탄은행에 전화를 걸어 "우리 성훈이가 매월 2만 원씩 연탄은행에 후원하기로 한 것을 알게 됐다"며 "매월 2만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성훈이 보상금에서 5백만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아들이 살아있다면 20년 넘게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인 셈이다.

    전화를 받은 부산연탄은행 강정칠 목사는 비슷한 연령대의 아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성훈이의 보상금을 차마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강 목사는 정씨와 통화를 이어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러자 정씨는 오히려 "목사님, 울지 마세요"라고 위로하며, "제발 우리 성훈이를 위해서 이 돈을 꼭 받아달라"고 간청했다.

    정씨는 또 나머지 사망 보상금을 아들이 살아생전 좋아하던 대학 야구동호회를 비롯해 다른 단체에도 나눠 기부할 예정이다.

    부산연탄은행은 정씨가 건넨 후원금을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복 지원과 어르신들의 따듯한 밥상을 제공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강정칠 목사는 "그동안 부산연탄은행을 운영해오면서 이렇게 마음 아픈 후원금은 없었다"며 "아들을 천국에 보내며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전해온 이 후원금을 헛되지 않게 사용하는 동시에 앞으로 부산연탄은행을 어떻게 세워 갈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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