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폐지줍는 노인 "하루 꼬박해도 몇천원…차 피할 새 없어요"



사회 일반

    폐지줍는 노인 "하루 꼬박해도 몇천원…차 피할 새 없어요"

    - 폐지 줍던 할머니, 차에 치여 숨져
    - "고생만 하다가…가슴 아파요"
    - 폐지줍는 노인 늘어나 경쟁도 치열
    - 수레로 차 긁어 한달 벌이 다 주기도
    - 실버자원협동조합 "교육·야광조끼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대진 (폐지 줍는 어르신)

     

    어제 아침 청주에서는 손수레를 끌고 도로 위를 걷던 할머니 한 분이 승용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보면 늦은 밤 또 이른 새벽까지도 무거운 손수레 끌고 폐지 줍는 어르신들 자주 마주치게 되죠. 여러분 그렇게 폐지를 주우면서 생계를 잇는 노인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자그마치 175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참 자주 목격하면서도 그 실태조차 정확히 몰랐던 것 같아요. 오늘 폐지 줍는 노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겠습니다. 인천 계양구에 사세요. 고대진 어르신 연결을 해 보죠. 고대진 할아버님 안녕하세요.

    ◆ 고대진> 안녕하세요.

    ◇ 김현정> 실례지만 연세가 얼마나 되세요.

    ◆ 고대진> 82세입니다.

    ◇ 김현정> 82세면…



    ◆ 고대진> 1937년생입니다.

    ◇ 김현정> 37년생. 폐지 줍는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고대진> 한 5년 좀 넘었습니다.

    ◇ 김현정> 5년 넘게요. 아침에 몇 시에 시작하세요, 일을?

    ◆ 고대진> 지금은 보통 8시요.

    ◇ 김현정> 보통 8시에, 몇 시까지 끌고 다니세요?

    ◆ 고대진> 그거는 (정해진) 시간이 없습니다.

    ◇ 김현정> 폐지가 많이 주워진 날은 좀 일찍 끝나고 아무리 돌아다녀도 영 안 나오는 날은 늦게까지 계시고요?

    ◆ 고대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늦게까지 하시는 날은 언제까지나?

    ◆ 고대진> 보통 8시요.

    ◇ 김현정> 밤 8시까지. 안 힘드세요?

    ◆ 고대진> 제일 힘든 게 폐지를 싣고 폐지 사주는 곳까지 갈 때요. 그때는 차가 양쪽으로 다 있어서 상당히 신경을 써야 되고요. 아주 위험하기도 하죠.

    ◇ 김현정> 그렇겠네요. 옆에 차 긁힐까 봐도 걱정되고 앞에서 오는 차 부딪힐까 봐도 걱정되고?

    ◆ 고대진> 아유, 그럼요.

    ◇ 김현정> 그렇게 일하면 하루에 얼마나 버세요?

    ◆ 고대진> 하루에 1만 원?

    ◇ 김현정> 하루 1만 원?

    ◆ 고대진> 네. 많이 벌 때는 그렇고요. 1만 2000원. 조금 벌 때는 그냥 몇 천원에 지나지 않죠.

    ◇ 김현정> 아이고. 아니, 하루 종일 돌아다녔는데 몇 천원어치밖에 못 모으세요?

    ◆ 고대진> 그렇습니다. 지금 폐지를 줍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한 동네에도 몇 십 명씩 돼요.

    ◇ 김현정> 그만큼 요즘 일자리 잡기도 어려워지고 하니까 너도 나도 폐지라도 줍자, 이런 분들이 많으신 거예요?

    ◆ 고대진> 네. 많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렇게 해서 그러면 한 달벌이가 평균 얼마나 되십니까?

    ◆ 고대진> 여름에는 좀 날이 좀 길잖아요.

    ◇ 김현정> 해가 기니까요.

    ◆ 고대진> 네. 해가 기니까. 평균으로 쳐서 한 20만 원 번다고 해야 될까요.

    ◇ 김현정> 한 달 평균 20만 원? 그럼 겨울에는 그것만큼도 못 벌어요?

    ◆ 고대진> 그렇죠. 못 벌죠. 갈수록 더 힘들어요, 이거 폐지도.

    ◇ 김현정> 춥고 길도 미끄럽고 이런 날은 좀 안 가셔도 될 텐데 하루 종일 7천원, 8천원인데, 안 하시면 안 돼요?

    ◆ 고대진> 그런데 저는 그렇습니다. 제가 이북에서 나왔거든요.

    ◇ 김현정> 이북에서 오셨어요?

    ◆ 고대진> 이북에서 13살 때 남하했습니다. (한숨) 고생 많이 했습니다. 13살에 어디 가서 돈 벌 데도 없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고대진> 어떻게든 돈만 벌어야 된다는 거, 몸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어렸을 적부터 고생하셨고 13살 때 남으로 와서 혈혈단신 혼자 몸으로 여태까지 버티신 거예요. 그런데 어제 안타까운 사고가 하나 있었습니다. 청주에서 우리 할아버님처럼 폐지를 손수레에 싣고 도로 위를 걷던 할머님 한 분이 차량에 치여서 돌아가셨어요.

    ◆ 고대진> 아이고 참...

    ◇ 김현정> 이 소식을 딱 듣고는 어떠셨습니까, 정말?

    ◆ 고대진> 가슴 아팠죠. 얼마나 살려고 (폐지를) 했었던거잖아요.

    ◇ 김현정> 살기 위해서, 그렇죠.

    ◆ 고대진> 고생하시다가 그렇게 돼면...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파지를 손수레에 싣고 가다 보면 차가 오는 걸 봐도 피하기가 어려운가요, 할아버님?

    ◆ 고대진> 네. 그게 어떻게 되냐면 저희가 경찰서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받습니다, 안전교육을.

    ◇ 김현정> 안전교육 받으세요?

    ◆ 고대진> 네, 그래가지고 파지를 가지고 다닐 때 상대방에서 좌측으로 쭉 가면 저쪽에서 오는 차는 우측으로 오는 거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죠.

    ◆ 고대진> 그렇죠. 그러니까 꼭 그렇게 다녀야 된다고 교육을 받습니다.

    ◇ 김현정> 자동차가 달리는 방향하고 똑같이 걸으시면 안 됩니다. 반대로 마주보고서는 가세요라는 이런 교육을 철저하게.

    ◆ 고대진> 그래야 상대방에서 오는 차가 알기 때문에 비켜가는데... 그렇게 교육을 받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또 길을 가다가 폐지가 있는 걸 발견하면 그거 주우시느라고 신경 쓰느라 차 오는 걸 못 볼 수도 있고?

    ◆ 고대진> 그렇죠. 그런 일 많습니다.

    ◇ 김현정> 그런 일 많고요.

    ◆ 고대진> 저 같은 경우도 파지 수거하다가 접촉했다고 해서 돈 달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싣고서 가는데 세워져 있는 불법주차 된 차를 긁으셨어요?

    ◆ 고대진> 예, 저는 그랬어요. 한 달을 기다려야 내가 그걸 줄 수가 있다 그런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당신 아들 데려와' 이러더라고요.

    ◇ 김현정> 왜냐하면 아까 한 달 벌이 20만 원이라고 했잖아요. 한 달 기다려라 그럼 한 달 후에 그거 드리겠소, 한 달 벌어서라고 했더니 그거 못 기다린다 자식 데리고 와라 이렇게 된 거예요.

    ◆ 고대진> 그렇죠.

    ◇ 김현정> 참 매정하네요, 매정해요.

    ◆ 고대진> 세상이 이렇게 각박해졌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그렇네요, 그렇네요. 결국 그거 내셨어요, 한 달 벌어서?

    ◆ 고대진> 좀 적게 냈어요. 다 주고 나면 어떻게살아요. 아이고...

    ◇ 김현정> 참 자주 마주치는 폐지 줍는 노인들인데 도대체 그분들이 어떻게 사시는가 궁금은 했어도 이렇게 고생하시는지 몰랐어요. 다른 것보다도 안전대책, 아까 경찰서에서 안전교육은 받으신다고 그러셨죠.

    ◆ 고대진> 예, 받습니다.

    ◇ 김현정> 또 하나는 환경미화원들 입으시는 야광조끼 있잖아요?

    ◆ 고대진> 네. 있습니다.

    ◇ 김현정> 그거를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하나씩 드리면 어떨까,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지 않을까.

    ◆ 고대진> 그건 경찰서에서 주기도해요.

    ◇ 김현정> 그래요? 거기만 그런 겁니까? 전국이 다 그렇습니까?

    ◆ 고대진> 저희만 그런 것 같아요. 저희는 실버자원협동조합입니다.

    ◇ 김현정> 그거는 그 지역에 있는 조합이에요? 그런 거 하나하나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안전대책이 아닐까.

    ◆ 고대진> 예. 그럼요.

    ◇ 김현정> 할아버님 힘내시고요. 무엇보다 건강하셔야 되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고대진> 고맙습니다.

    ◇ 김현정> 폐지 줍는 노인이세요. 인천 계양구에 사시는 고대진 어르신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