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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글 차단법' 딜레마에 빠진 독일사회 대처?



유럽/러시아

    '혐오글 차단법' 딜레마에 빠진 독일사회 대처?

    • 2018-01-09 10:01

    언론, 극우 AfD의 '표현의 자유' 주장에 전략적 프레임 비판 "경각심을 갖고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도전을 이겨내야"

     

    새해 벽두부터 소셜미디어에서의 혐오 및 차별 발언에 대한 규제 문제가 독일 정치·사회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서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잇단 인종 차별 및 혐오 발언으로 독일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지난 1일 온라인에서 혐오 및 차별 게시물, 가짜 뉴스 등에 대해 삭제를 의무화한 법이 시행된 가운데, AfD 의원들의 혐오 및 차별 게시물이 문제시된 것이다.

    이슬람 이민자들을 상대로 한 혐오 발언에 이어 옛 테니스 스타인 보리스 베커의 아들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휘발성이 컸다.

    이번 논란의 특징은 전선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AfD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탓이다.

    진보정당인 녹색당과 좌파당도 '표현의 자유'를 들어 이 법안을 문제 삼았다.

    소셜미디어를 주요 선동 수단으로 삼아온 AfD가 전세계적으로 진보진영이 내세워 온 온라인상의 '표현의 자유'에 기대는 아이러닉한 상황이 전개된 된 것이다.

    독일 언론은 AfD의 이런 주장에 대해 대체로 냉담하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지난해 총선에서 AfD가 역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며 제3당으로 부상한 것처럼, 이번에도 AfD의 전략적 셈법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주의 문화와 통합 문제 연구자인 이진 베를린 훔볼트대 박사는 9일(현지시간) 통화에서 "이번 논란을 전략적으로 부추기는 AfD의 프레임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이 지식인 사회와 언론 저변에 깔려 있다"면서 "독일 민주주의가 새로운 도전에 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 '표현의 자유가 끝났다'는 AfD

    AfD의 베아트릭스 폰 슈토르히 의원은 지난 1일 쾰른 경찰이 아랍어로 시민들에게 새해맞이 인사 트윗을 올린 데 대해 "이것이 야만적이고 집단 성폭행하는 이슬람 남성의 무리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비난했다.

    이 발언은 혐오 및 차별 게시물에 대해 삭제조치하는 법(NetzDG·이하 혐오게시물차단법)에 적용을 받아 트위터에 의해 삭제됐다.

    정치인을 상대로 처음으로 적용된 것이다.

    AfD 공동원내대표인 알리체 바이델은 슈토르히 의원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서"페이스북이 마약을 하고, 약탈과 학대, 흉기로 해를 입히는 이주민에게 굴복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당했다.

    이에 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공동대표는 "표현의 자유가 끝났다"면서 옛 동독의 국가보위국(슈타지)의 검열을 상기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어 AfD의 옌스 마이어 의원은 베커의 아들인 노아 베커가 언론 인터뷰에서 베를린을 런던, 파리와 비교해 '백인 도시'라고 표현하고 피부 색깔로 인해 공격을 받았다고 말한 데 대해 "'절반 흑인'이 충분히 관심을 받지 못한 것 같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 곤혹스러운 기성정당…개정 움직임에 사민당 반대

    혐오게시물차단법이 도마 위에 오르자 녹색당과 좌파당 등 진보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이 마치 사법적인 힘을 갖고 독일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권리가 없다는 논리다.

    이들 정당은 지난해 입법 과정에서부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AfD를 입법 권력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는 녹색당과 좌파당이 AfD와 비슷한 입장인 셈이다.

    이 때문인지 진보 정치권은 조심스럽게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슈테판 자이베르트 정부 대변인은 "6개월 내로 새로운 법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평가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2당인 사회민주당의 안드레아 날레스 원내대표는 일요신문 빌트 암 존탁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터넷에 책임을 더 가져야 한다"면서 "인터넷은 법의 자유지대가 아니다. 이것은 검열과 무관하다"고 개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 AfD의 항변에 싸늘한 독일 언론·지식인 사회

    AfD의 '표현의 자유' 주장에 독일 언론과 지식인 사회는 소셜미디어를 정치적 선전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 온 AfD의 전략적인 프레임이라는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제주간지 비르샤프츠 보헤는 "가울란트 대표는 AfD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계속 시험하고 종종 뛰어넘는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슈토르히 의원은 소셜미디어 활용의 달인이고 때때로 거짓을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슈피겔 온라인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위법 콘텐츠 통제는 우파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소셜미디어는 비판적인 장치를 거치지 않은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발송인이 정확지 않고, 메시지가 더 과격할수록 반응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AfD는 소셜미디어에서 제약을 당한 상징인듯 호소하는데, 권위주의 정부를 비판하는 이란의 젊은이들 및 터키의 언론인들과 상황이 다르다"면서 "포퓰리스트들이 계산하면서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리스 베커는 직원이 트윗을 했다는 마이어 의원의 해명에 대해 "AfD의 전형적인 속임수"라며 "그들은 세상에 어떤 것을 내놓고 나서는 멀리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이런 반응과 관련해 이진 박사는 "상당히 급진적인 법안 자체에 대한 논란과는 별도로, 그 정치적 수혜자가 AfD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치·사회적으로 합심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독일 주류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도전을 이겨내면서도 소외된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토론 문화를 일신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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