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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장준환 감독, "강동원 캐스팅, 당시엔 기적같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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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장준환 감독, "강동원 캐스팅, 당시엔 기적같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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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①] '1987'은 어떻게 '엄동설한' 뚫고 봄을 맞았나

    '1987' 연출을 맡은 장준환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개봉 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장준환 감독의 안색은 피곤에 잠식돼 있었다. 엊그제까지 밤을 새우면서 믹싱과 CG 작업을 했단다.

    '1987' 로고가 눈길을 끄는 모자가 부스스한 머리를 누르고 있었다. 홍보용 모자인지 물어봤더니 여름에 본인이 스태프들과 함께 쓰려고 나눠줬던 모자라고 고개를 젓는다. 더위에 고생할 스태프들을 위해 감독이 직접 주문한 모자라니 참 장준환 감독 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 김태리 씨도 몰래 모자를 준비했거든요. 그래서 아주 모자 풍년이었어요."

    사람 좋게 웃는 얼굴은 어떻게 보면 날카롭고, 또 어떻게 보면 한없이 유하다. 실제 장준환 감독은 유려하게 말을 쏟아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의 말은 재미가 없다 싶을 정도로 진지하다. 그러나 또 그만큼, 진정성있게 사람을 사로잡는다.

    다음은 장준환 감독과의 일문일답.

    ▶ '1987'을, 결코 만만치 않은 현대사의 한 부분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어떤 생각과 다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진정성을 가지고 해야 되는 부분인 거 같았고, 영화에 참여한 의미도 그런 거였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중간에 여러 번 스스로 다잡으며 진행했었다. 사실 30년 밖에 안된 이야기여서 그 시대를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너무 많이 있다. 그래서 더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었다. 어떤 얕은 꾀나 양념을 자꾸 뿌리면 그게 이도 저도 아닌,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그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걸 경계했었다.

    ▶ 유명하고 이름있는 배우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지만 자신의 역할만 하고 사라진다. 해당 역할들이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지만 누구 하나가 튄다, 그런 느낌은 없었다. 그렇게 배치한 이유가 있나.

    - 맡은 바 배역 안에서 잠깐 나와도 나중에 기억할 수 있게, 모두가 주인공인 그런 영화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치열하게 서로 이야기하며 준비했다. 멀티캐스팅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많은 캐릭터들을 관객들이 재밌게 따라갈까 싶었다. 주요 인물들은 관객들이 금방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익숙한 얼굴들이 필요했고, 그런 낯익지 않은 사람들 포진시키면서 사실성을 획득하자는 전략이 있었다.

    ▶ 정말 잠깐 등장하지만 우리 얼굴에 익숙한 배우들도 많았다. 실제 6월 항쟁의 현장에 있었던 배우들 또한 있었고.

    - 오달수 선배도 박종철 열사 후배라서 참여를 원해서 신문사 국장으로 나오셨다. 정인기 선배도 마찬가지였고, 우현 선배는 저희가 먼저 제안을 드렸다. 너무 감사히 흔쾌하게 출연하겠다고 하셨었다. 이부영으로 등장한 김의성 선배는 제안이 가자마자 '기다리고 있었어' 이렇게 말씀해주셨고, 조우진 씨도…. 제 능력 이런 게 절대 아니고 다들 이야기의 힘으로 그런 의미와 뜻을 가지고 모인 것 같다.

    '1987' 연출을 맡은 장준환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아마 편집 과정을 거치면서 수없이 영화를 봤을 텐데 감독 본인이 생각했을 때 가장 인상 깊게 생각했던 장면은 어느 부분이었는지 이야기해달라.

    - 고(故) 박종철 열사 그리고 이한열 열사가 쓰러지는 장면, 그 장면은 함께 울어달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국뽕'이든 뭐든 상관없이, 그런 게 우리 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 아닐까 싶었다. 함께 화내고 울어주는 거. 그런 부분이 우리가 뭔가 만들어서 나누는 미덕이지 않을까.

    ▶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박처장이 한병용에게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당시 소리와의 교차 편집으로 굉장히 기억에 남더라. 1987년을 넘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비극적 역사를 드러내는 느낌이었다.

    - 윗세대들은 우리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옥 같은 세상을 겪었다. 이념과 전쟁으로 인해 인간 안에서 악마를 본 세대다. 그것이 이상하게 뒤틀리면서 애국이라는 신념 아래 복수 혹은 폭력을 행사하는 게 우리의 또 다른 슬픔과 비참함이 아닌가 싶다. 원래는 플래시백으로 구성한 장면이었는데 한병용이 있던 고문실 옆방의 비명과 과거 속 비명소리를 사운드로만 섞어서 정리해보자고 생각했다. 그 때 영화적으로는 재미있는 시도였던 것 같다.

    ▶ 이한열 열사가 얽히는 캐릭터는 김태리가 맡은 연희 역이다. 실존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왜곡 논란이 생길 수도 있고, 여러 위험 요소가 있었으리라 본다. 가장 보통의 사람인 연희 캐릭터를 이한열 열사와 연결시킨 이유가 있나.

    - 물론 영화의 큰 흐름이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한열 열사가 들어오면 긴장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박종철 열사로 시작해 이한열 열사로 끝내는 구조가 너무 좋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연희와의 관계를 '로맨스'로 많이 읽어서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한열 열사가 나오게 된 건 그 말을 하기 위해서다. '가족들 생각하면 빠지고 싶지만 마음이 너무 아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연희에게 광주 비디오를 보여주고 싶었다.

    ▶ 강동원 같은 인기 배우가 핵심적인 인물을 맡게 되리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역시나 당시에는 이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던 탓이다.

    - 기적같은 일이다. 사실 강동원 씨와는 친분이 이어서 편하게, 하지만 조심스럽게 이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 때 나중에 한 번 완성되면 보고 싶다고 하더라. 내가 봤을 때는 할 역할이 없었다. 사실 그렇지 않나. 주연급에 대스타고, '엄동설한'이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어보더니 자기가 너무 알려진 사람이라 등장하면 폐가 될까 걱정하면서도 한 번 해보고 싶다, 하겠다고 답변을 줬다. 정말 큰 힘이 됐다. 김윤석이나 하정우도 마찬가지다. 다들 앞으로 정권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정을 해줬고, 그게 큰 힘이 돼서 쓰나미 몰려가듯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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