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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은 타워크레인 사고… 조종실은 점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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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워크레인 '심장' 조종실, 검사항목 누락… "검사 요청해도 거들떠 보지 않아"

    지난 5일 찾은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의 한 아파트건설현장에서 작업중인 노동자들. (사진=신병근 기자)

     

    "조종버튼 표기는 다 지워져 있고, 조종기를 손에서 놓으면 중립위치에 멈춰야 하는데 기계가 워낙 노후돼 계속 움직이는거죠."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조종일을 하는 A(48)씨는 25년차 베테랑 조종사이지만, 100m 상공에 떠 있는 자신의 조종실을 볼 때면 혹시 모를 사고에 늘 걱정부터 앞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낡은 타워크레인에 하루 9~10시간씩 올라와 있는데다 1평 남짓한 조종실은 안전점검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어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기장치나 크레인 외형에 대해서는 가끔 점검을 나오지만 조종실 안은 기사가 알아서 일과를 보내라는 수준"이라며 "조종실 내부의 정기검사와 특별점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찾은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수 어대의 타워크레인이 작동하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 검사항목서 '조종실' 아예 누락되기도… 검사해도 '눈 가리고 아웅'

    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로 사망자만 20명에 달하는 가운데 오는 19일까지 전국 500여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국토부 주관의 '타워크레인 특별점검'이 실시된다.

    앞서 국토부의 검사업무를 대행하는 6개 기관(민간 5개, 공공 1개)은 정기·수시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타워크레인 조종기사들은 정작 타워크레인의 '심장'격인 조종실 내부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타워크레인 조종실은 조종기사가 움직이는 조종간, 조종레버(컨트롤러), 투시창, 운전석, 추락방지용 철제받침대 등으로 구성되나, 6개 타워크레인 검사기관들이 자체 작성하는 검사표 중 일부는 조종실 관련 검사항목이 아예 빠져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검사표 항목 중 '조종실'이나 '운전실'이 표기돼 있다해도 실제 현장에 나오는 검사원들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조종실 내부를 지나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타워크레인 조종기사 B(60)씨는 조종일을 맡은지 16년째를 맞았지만 단 한번도 조종실 검사가 이뤄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B씨는 "인체로 따지면 심장과 두뇌가 함께 있는 곳이 조종실인데, 요청을 해도 지금껏 조종실 검사는 한 번을 못 봤다"며 "조종레버의 경우 조정간이 고정된 상태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조정간 전체가 움직이면 타워가 급선회를 하거나 엉뚱한 곳에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책상머리에 앉아 특별점검 체크리스트를 받아보면 뭐하냐"며 "이걸 받아보는 사람이 직접 타워크레인 조종실에 한 번이라도 올라와서 실태를 봐야 한다"고 격분했다.

    한 타워크레인 검사기관 관계자는 "조종실 상태에 대한 항목은 검사항목에 따로 명시돼 있지 않고, 그것에 대해서는 정확히 나오는 것이 없다"며 "아마 검사표에서 기타사항으로 들어갈 것 같다"고 전했다.

    한 타워크레인 조종기사가 고정되지 않은 조정간의 조종레버를 움직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영상 캡처)

     

    ◇ 정부 "조종실 항목 포함한 가이드라인 만들 것"

    국토부가 파악한 전국 타워크레인은 6천162대로, 조종기사 자격증 취득자는 1만3천313명에 이른다.

    이들 조종기사는 타워크레인 조종실 내부에 대한 정확한 실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이를 건의해 오고있다고 밝혔다.

    전국건설노동조합 타워크레인분과 관계자는 "조종실 관련 검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사들은 오늘도 저 높은 조종실에 목숨을 맡기고 있는데, 정부 차원의 확실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 대행기관에서조차 타워크레인 조종실 대상의 안전검사가 불완전하다보니 현재 진행중인 정부 주도의 특별점검의 '체크리스트' 마저 조종실 관련 사항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조종실 검사의 필요성을 판단, 특별점검 대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병석 국토부 건설산업과장은 "(검사항목에 조종실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는 줄 몰랐지만, 그것이 필요하다면 표준안 같은 것을 만들어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할 필요는 있다"며 "조종실 검사 항목이 누락된 것에 대해 그 부분은 충분히 문제가 있으면 수용해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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