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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뉴스] '법원행정처 PC' 강제조사 정말 위법일까?



법조

    [Why 뉴스] '법원행정처 PC' 강제조사 정말 위법일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 중인 추가조사위원회는 의혹관련자 4명의 PC에 대해 본인들의 동의없이 PC를 개봉해 관련문서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위의 'PC 조사'는 PC가 개인소유가 아닌 공용일 경우 해당하는 것이어서 일반 회사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대법원의 '법원행정처="" pc'="" 강제조사="" 정말="" 위법일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 보고자 한다.

    (사진=자료사진)

     

    ▶ 팩트체크부터 해보자, '강제조사'가 맞나?

    = 그건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기사의 한 문장을 보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에 비판적인 법관의 동향을 파악, 관리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 중인 추가조사위원회(조사위·위원장 민중기 부장판사)가 의혹 관련자들의 컴퓨터를 당사자 동의 없이 강제 개봉해 조사를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이 '컴퓨터'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8)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5),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전·현직 심의관 2명이 사용했던 컴퓨터 4대의 하드디스크 등 저장매체를 말하는 것이다.

    이 컴퓨터의 소유자는 4명의 법관이 아니라 대법원(관리는 법원행정처)이다.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컴퓨터인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4대의 컴퓨터는 '판사 블랙리스트' 파일을 작성했다는 판사들이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판사들은 퇴직이나 보직변경 등으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고 법원행정처 다른 법관들이 사용 중이어서 그 컴퓨터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

    ▶ 그럼 컴퓨터를 사용한 법관들은 조사에 동의했나?

    = 그렇다. 문서를 작성한 법관들은 동의를 하지 않았지만 지금 컴퓨터를 사용중인 법관들은 컴퓨터를 추가조사위에 임의제출했다.

    그리고 대법원장은 사법행정 총괄권자로서 사법부의 모든 공적 비밀과 대외비의 법정 열람권자이다.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사안을 조사하겠다며 조사권한을 조사위에 위임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

     

    조사위는 대법원장의 위임에 따라 그리고 컴퓨터를 관리하는 법원행정처와 판사들로부터 임의제출 받아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걸 '강제 개봉해 조사한다'거나 '강제조사'라고 할 수 있을까? 언론보도에 '의혹 관련자들의 컴퓨터를 당사자 동의 없이 강제 개봉해 조사'라는 대목이 있는데 '동의 없이'와 '강제'는 이음동의어다. 그만큼 '강제'라는 걸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특히 조사위가 법원행정처에 강제로 들어가서 강제로 PC를 물리적으로 탈취해서 개봉하는게 아닌데 강제개봉이니 강제조사니 하는 건 지나친 표현아닐까?

    공용PC를 열어볼 수 없다면 퇴사한 직원들이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열어본 회사나 사장을 상대로 고소할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 그래도 본인 동의 또는 영장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 조사위는 당시 행정처 근무했던 판사들에게 조사 동의를 요청하였는데, 그들은 동의를 거부했다.

    사실 의문인 건 판사들은 공직자로서 공적인 일을 했는데 왜 조사를 거부하느냐? 하는 거다. 공용PC에서 작업한 문서는 공적인 문서다. 최근에는 업무외에 관용차를 사용한 게 문제가 된다. 공용PC에 일기를 작성하거나 비밀스런 개인의 문서를 작성했다면 그게 더 문제 아닌가?

    최성식 변호사가 이런 비유를 했다. "군대 제대하면서 관물함에 연애편지를 놔두고 왔는데 내 사생활이 노출되니 압수수색영장이나 내 동의 없이 관물함을 열지마라고 하면 그 관물함을 그대로 둬야하는 거냐?"는 것이다.

    그리고 영장주의를 언급하지만 정부의 부처나 기업체에서 감사를 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서 하지 않는다. 감사규정이나 사규에 따라서 한다.

    예를 들어서 A라는 회사의 직원이 회사 중요기밀을 빼돌린다는 의혹이 있다면 사규에 따라 그 직원의 컴퓨터를 열어 보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형사처벌을 받게하려면 고발을 해서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하겠지만 자체 감사차원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 아닌가?

    자료사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실제 그런 사례가 있나?

    = 춘천지법 류영재 판사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A라는 사기꾼이 공무원신분증을 위조해서 사기치려고 계획하고 근처 PC방에 가서 PC방 컴퓨터로 공무원신분증을 위조해서 출력한 후 위조파일을 삭제했다. 그리고 출력한 위조 신분증으로 사기를 치다가 걸렸다. 경찰은 그 범죄 증거를 찾아 헤매다가 CCTV 도움으로 PC방과 A가 사용한 PC를 찾아냈고, PC방 주인으로부터 A가 사용한 PC를 임의제출 받아서 영장없이 PC를 포렌직해서 증거흔적을 복원했다. 이 PC를 A 동의 없이 영장없이 조사 했으니 영장주의 위반인가?"

    그리고 이와 비슷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6243 판결)

    A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2006년 4월경 영업차장으로 근무하던 B가 회사의 이익을 빼돌린다는 소문을 확인할 목적으로 직원 C, D를 시켜 비밀번호가 설정된 B의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떼어낸 뒤, 이를 다른 컴퓨터에 연결하여 '어헤드원'이라는 단어로 파일검색을 하여 B의 메신저 대화 내용과 이메일 등을 출력, 비밀 장치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그 내용을 알아냈다.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죄(형법 제316조 제2항)'로 기소했고, 제1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되어 100만원의 벌금이 선고됐지만(서울동부지법 2007. 3. 28. 선고 2007고정220 판결),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사의 손실을 긴급히 확인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었고, 회사 자산을 빼돌리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회사 이름인 '어헤드원'으로만 검색해 조사범위를 한정했다(서울동부지법 2007. 7. 5. 선고 2007노318 판결)"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① 피고인이 B가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검사할 무렵 피해자의 업무상배임 혐의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B가 이를 부인하고 있어 대표이사인 피고인으로서는 긴급히 확인하고 이에 대처할 필요가 있었던 점(긴급성), ② 피고인은 B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보의 내용을 전부 열람한 것이 아니라 의심이 가는 '어헤드원'이라는 단어로 검색되는 정보만을 열람함으로써 조사의 범위를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한정한 점(상당성)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③ B는 입사할 때에 회사 소유의 컴퓨터를 무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업무와 관련된 결과물을 모두 회사에 귀속시키겠다고 약정한 점, ④ 검색해본 결과 고객들을 빼돌릴 목적으로 작성된 '어헤드원' 명의의 계약서와 메신저 대화자료, 이메일 송신자료 등이 발견된 점, ⑤ 감독자에 대하여는 회사의 유지·존속 및 손해방지 등을 위해서 그러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허용될 필요가 있는 점도 동시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판례는 △ 범죄혐의가 구체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 회사가 긴급히 대처할 필요가 있는 경우 △ 상당한 범위 내의 조사는 적법하다는 것이다.

    자료사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이게 대법원의 조사뿐아니라 일반 회사에도 적용되는 거냐?

    = 그렇다. PC 개인소유의 노트북이었거나 그렇다면 문제가 다를 수 있지만 일단 PC가 공용이라는 것이다.

    양홍석 변호사는 "그 컴퓨터는 업무용 컴퓨터니까 개인용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 PC에 대한 부적절할 업무처리에 관련된 사항을 법원이 공적인 기구를 통해서 열어보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공용PC는 회사소유다. 그리고 공용폰은 회사의 업무를 위한 것이다. 그 PC에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문서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부분은 건들지 않는다고 한다.

    추가조사위는 "저장매체에 있거나 복구된 모든 문서를 열람하는 것이 아니다. 문서가 생성, 저장된 시기를 한정하고 현안과 관련된 키워드로 문서를 검색한 뒤 해당 문서만을 열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장매체에 들어있을 수 있는 개인적 문서와 비밀침해 가능성이 큰 이메일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정도면 법원이나 정부조직 개별 회사에서 직원의 PC를 열람해도 문제가 없는 것 아니겠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원래 PC를 사용했던 판사들은 왜 조사에 동의하지 않는거냐?

    = 본질은 이거다. 판사도 별격의 존재가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직자다.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판사역시 공무원이다. 국가의 재산인 공용PC에서 작성한 문서는 기본적으로 공적인 문서다. 그리고 '판사 뒷조사 파일'이 보관되어 있다고 의심받는 일부 PC의 일부 정보가 이례적으로 삭제된 상태에 있다.

    그런데 해당 판사들은 조사위의 조사 동의에 응하지 않는다? 누가봐도 합리적인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강제 개봉'이니 '강제조사'니 하는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출범한 추가조사위의 활동을 불법으로 몰거나 폄훼하기 위한 의도이거나 본질을 감추고 현상만으로 논란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태블릿PC가 스모킹 건이 됐다. 태블릿PC가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했다가 조작됐다고 했다가 본질이 아닌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다. 지금도 태블릿PC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쯤되면 그 컴퓨터에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해지지 않나? 어떤 문서가 있길래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혹시라도 '사법부 블랙리스트'보다 폭발력이 큰 예를 들어 특정 판결에 관여한 문서나 그런게 있는 건 아닐지 의문이 들 정조다.

    대법원이 그 PC 추가조사에 나섰을 때는 '블랙리스트 있음'을 전제로 하고 찾으려고 시작된 게 아니라, 블랙리스타가 있는지 없는지 결론을 내리기 위해 최소한 해당 컴퓨터를 확인해보자는 것이었다.

    범죄 피의자가 '나는 그런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말만 믿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 문제도 상식적으로 바라보면 풀릴 문제다. 우리사회는 어쩌다가 상식을 부정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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