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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양우석 감독, "국정농단은 정치문화적 IMF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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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비' 양우석 감독, "국정농단은 정치문화적 IMF 사태"

    [노컷 인터뷰] '변호인'의 그가 남북 핵전쟁 위기에 '올인'한 이유

    영화 '강철비'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 (사진=NEW 제공)

     

    데뷔작이 천만 영화인 감독. 그것이 우연은 아닌 감독.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를 다뤘다가 가상 남북 전쟁 시나리오를 짤 수 있는 감독. 그 간극을 뻔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역량과 내공을 지닌 감독.

    이 모든 것은 '강철비' 양우석 감독의 이야기다. 그를 겪은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하나같다. 치밀하게 준비해서 더 자신감이 있고, 그만큼 뚝심 있게 영화의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막대한 자본금이 들어가는 영화 제작에서 스스로를 믿는 일, 더 나아가 자신과 함께하는 이들을 믿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끊임없이 배우고 흡수하는 부단한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양우석 감독은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을 다해 그 오차 범위를 줄여왔다.

    다음은 다재다능한 이야기꾼인 양우석 감독과의 일문일답.

    ▶ 정우성 배우와는 영화 '변호인' 때부터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하다.

    - 연출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배우도, 감독도 제대로 붙지를 않으니 네가 썼으니 네가 해봐라고 해서 잡은 영화다. 당시 정우성 배우가 작품을 응원해주는 차원에서 본인이 역할을 맡겠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송강호 선배가 들어오면서 엄청나게 규모가 큰 영화가 됐고, 그렇게 정우성 배우와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번 '강철비' 엄철우 역에 캐스팅하게 된 이유는 그 때 인연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드라마 '빠담빠담'에서 정우성이 보여준 연기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게 99.9% 였다.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 서서 가족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전작이 '변호인'이라서 그런지 갑자기 양우석 감독이 '남북 전쟁 시나리오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주변에서 이런 반응이 꽤 있었을 것 같다.

    - '변호인' 시나리오를 썼을 때도,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생각했었다. 당시 받았던 많은 격려와 응원에 보은을 해야 할텐데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이번 이야기가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우리는 북한과 북핵 문제에 너무 둔감하거나 과민하다. 실제 우리의 위기상황은 생각보다 큰 상황이다. 어떤 답을 드리기보다는 명확하고 냉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손하게 질문을 드리는 차원에서 만든 영화다.

    ▶ 종종 영화의 메시지가 강하다보면 관객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 감히 이야기의 화자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극중 인물이 주장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얼마나 이 신념이 고민 끝에 나온 말인지 인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메시지를 인용한 것이지 메시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는 확실하게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관객에게 제시하되, 모든 것은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져야 한다.

    영화 '강철비'의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 (사진=NEW 제공)

     

    ▶ '변호인'도 그랬지만 '강철비' 역시 연출자보다는 확실히 '이야기꾼'이라는 인상이 강한 것 같다. 여타 감독들과 다른 본인만의 이런 특징이 영화에 어떻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나.

    - 유일하게 글을 쓰면서 보람이 되는 순간은 가끔 그 캐릭터에 확하고 들어갈 때다.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공부하는 재미도 있고,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그런 것 때문에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내 관객들은 확실히 영화의 내러티브를 중심적으로 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연출이 두드러지면 배우와 관객이 만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연극의 세 가지 요소는 관객과 대본과 배우다. 나는 영화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본다. 안 보이는 연출이 최고의 연출이 아닐까.

    ▶ 이번 영화를 위해 수많은 군사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일단 대화 채널이 열려야 한다. 영화에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는 미국과도, 중국과도 이야기하지만 정작 문제 당사자인 북한과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북한과 이야기할 곳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도 미국과 소련은 대화 채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는 대화 채널이 없다. 김정은처럼 경험이 없는 지도자일수록 더 위험하다. 결국 평창 올림픽이든 뭐든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야 한다. 전쟁을 할 때 하더라도 그래야 휴전이라도 할 수 있는 거다. 이런 현실을 정파적 입장에서 보면 답이 안 나오고, 정치인들도 인지를 할 필요가 있다.

    ▶ 지드래곤의 '삐딱하게'와 '미싱유'를 삽입한 이유가 젊은 세대에 맞는 노래를 넣기 위해 선택한 거라고 했는데 '삐딱하게'가 실렸던 앨범 이름이 공교롭게도 '쿠데타'다.

    - 북한 기성세대에게는 당황스럽지만 젊은이들은 좋아하는 노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성세대를 당황시키는 노래, 낯선 노래는 뭐가 있을까 찾다가 지드래곤 음악을 찾았다. '미싱유'는 처음부터 정해졌었고, 원래는 '삐딱하게' 대신 '판타스틱 베이비'였는데 곽도원 씨가 이혼남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대변할 수 있는 가사가 아니냐면서 '삐딱하게'를 추천했다. 듣고 보니 진짜 그런 거다. YG엔터테인먼트 쪽도 좋아하면서 허락해주셨다.

    영화 '강철비'의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 (사진=NEW 제공)

     

    ▶ 정우성을 보면 드물게 정치나 사회 문제 관련해서 자신의 의견을 많이 이야기하는 배우 중에 하나다. 곁에서 함께 한 감독으로서는 그런 정우성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 어떤 배우의 성향을 고려하는 건 없다. 다만 우리나라는 무슨 일만 생기면 연예인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또 연예인이 이야기하면 격렬하게 반대하는 분들이 있는 건 좀 아이러니하다.

    ▶ '변호인'도 사실 국정농단 속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적인 키워드였다. '변호인' 감독으로서 지난 시기들을 지나오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 예상은 했는데 막상 드러나니 좀 슬펐다. 내 세대는 모두 좋아지는 것만 봤다. 전기가 들어오고, 냉장고가 집에 하나씩 늘고, 민주화가 되는 것도 봤다. 삐삐와 컴퓨터 그리고 휴대폰의 발전까지…. 그런데 이번 사건은 정말 나라가 망해가는 느낌이었다. IMF만큼이나 이 나라가 후퇴했다고 느낀 두 번째 사건이었다. 문화정치적 IMF였다고나 할까.

    ▶ 자신이 이야기를 만든 웹툰을 원작으로 삼아서 또 영화화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작업이고, 실제로 이런 작업을 하는 감독들이 많이 없다.

    - 제작사들이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서 시나리오 개발을 해도 날려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걸 원작화 해놓으면 저작권도 간단하게 해결되고, 분쟁이 나도 해결하기 편하다. 웹툰이 스스로 돈을 버는 경우도 있고, 이렇게 좋은 이야기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글이라는 게 결국 완성되면 자기 팔자대로 가는 것이더라. 타인에게 보여주는 순간부터 죽든지, 살든지 그런 생명력이 있다.

    ▶ 차기작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고 올까 기대된다. 지금처럼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관점은 계속 가져갈 생각인가.

    - 월드컵 감독이네, 올림픽 감독이네 하는 말이 있지 않나. 부지런하면 차기작 나오는데까지 3년 정도 걸린다. 중국에서도 제안이 온 것이 있고,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옛날에 공부해서 써놓은 글 중에 무엇으로 갈지는 잘 모르겠다. 가볍든, 무겁든 간에 우리 사회에서 언급이 잘 되지 않았던, 그러나 이야기해야 하는 것을 담을 것 같기는 하다. 그게 관객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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