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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넘기는 형제복지원 진실, 국회서 잠자는 특별법



사건/사고

    '또' 해넘기는 형제복지원 진실, 국회서 잠자는 특별법

    "왜 잡혀가야 했는지 알고 싶을 뿐" 피해생존자들 다시 거리로

    지난달 7일부터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이 국회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김동빈 기자)

     

    (사진=김동빈 기자)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뀐 이유에 대해 국가가 이제라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생존자 최승우(49) 씨는 지난 14일 영하 10도가 넘는 날씨에도 비닐 천막에 의지한 채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가 지난 달 7일부터 이 곳 국회 앞에 자리를 튼 이유는 '형제복지원 특별법'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30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수백 명이 사망한 사건의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수백 명 죽고 수십 년 흘렀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 생존자는 "다시 거리로"

    최 씨는 중학교에 갓 입학한 후 경찰에 의해 끌려가 부산 형제복지원에 갇혔다. 82년의 일이다. 4년 동안의 구타와 폭행에 이가 모두 나가, 틀니를 껴야했고 허리 디스크에 일도 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평생을 기초수급자로 지냈다. "왜 내 인생은 이렇게 험난할까 평생 내 탓만 했다"는 최 씨는 국가 차원의 폭력과 묵인이 있었던 형제복지원 사건이 뒤늦게라도 제대로 밝혀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피해생존자 모임 대표 한종선(42) 씨는 숨을 쉬기 조차 힘든 한기에 앓아 누웠다가 결국 병원에 갔다. 한 씨는 87년 8살의 나이로 누나와 함께 형제복지원에 잡혀 들어갔다. 그의 누나는 형제복지원에서의 구타와 성폭행으로 아직까지도 정신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1970~80년대 참혹한 인권유린이 자행됐던 형제복지원(사진=자료사진)

     

    한 씨는 지난 12년 <살아남은 아이="">책을 내고 피해생존자의 구체적 증언을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을 환기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지난 2012년 국회 앞 1인 시위를 하며 세상에 사건을 알린 이후, 진상 규명과 관련해 한 치도 변하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 씨는 "특별법을 통과시키고자 거리농성을 하고, 지난 11월에는 국토대장정을 했다"며 "왜 자신들이 잡혀가야 했는지, 유년시절을 왜 빼앗겨야 했는지 국가가 밝히고 책임을 인정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국가가 훈령으로 인권유린, 진상 밝힐 국회는 몇년 째 직무유기 왜?

    (사진=김동빈 기자)

     

    이들이 평생을 걸고 원하는 것은 '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법률안(형제복지원 특별법)'의 통과다. 1975년부터 87년까지 벌어졌던 인권유린에 국가가 개입했다는 전제에 근거한 법안이다.

    당시 법도 아닌 정부가 만든 훈령으로 거리에 서성이는 사람들을 부랑인으로 분류해 영장없이 가둘 수 있게 했고, 이에 따라 만들어진 복지원 중 하나가 형제복지원이었다. 87년 당시 검찰과 신민당(당시 야당)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이 부랑아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길거리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이들을 잡아다 무단으로 가두고, 폭행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죽임을 당하고, 암매장 당했다. 죽은 인원만 1975년에서 86년까지 513명에 달했다.

    이러한 국가의 폭력을 밝히고, 사과하도록 한 형제복지원 특별법을 2014년 19대 국회 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 한 후 20대 국회에서도 이렇다할 진척은 없는 상태다.

    형제복지원에서 살아남은 3000여명은 각종 트라우마와 부랑자란 사회의 시선을 견디며 국가의 책임인정과 사과를 원하고 있다. 이에 지난 7일 국가인권위가 최근 진상조사 특별법 제정 의견표명 냈지만 특별법은 올해도 통과되지 못할 운명에 처했다.

    이유는 각 당의 내부 일정이 진행되는데다, 관심은 개헌과 선거법 개정에 모이면서 특별법이 잊혔기 때문이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분들은 고령이거나, 여전히 가난한 상태로 사회적 발언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이분들을 무시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과거사 기본법이라도…문재인 정부 100대 공약에 희망

    하지만 아직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형제복지원 특별법의 입법이 힘든 상황에서 또 하나의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기본법 개정안(진화위법)이다.

    진화위 법 개정안은 한국 전쟁 뿐 아니라 권위주의 정부의 민간인 감금 등 피해를 신고하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진상조사할 수 있게하는 내용도 포함 시켰다. 이 법만 통과 되면 형제복지원 사건 또한 진상조사의 범위안에 들어갈 수 있는 근거법이 생기게 된다.

    여준민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진화위 법 개정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공약이기도 했다"며 "근거법안 마련이 되면 형제복지원과 비슷한 대구 희망원 사건 등도 같이 조사가 가능해 진다"고 설명했다.

    진 의원실 관계자 또한 "정부나 여당에서 해당 법을 통과시키고자 노력 중"이라며 "이미 진화위법이 시행됐던 만큼 개정안에 대해서도 야당에게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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