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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태권도 국대 출신 감독, 입시 비리·폭행 '몸통 의혹'



스포츠일반

    [단독]태권도 국대 출신 감독, 입시 비리·폭행 '몸통 의혹'

    당사자 전면 부인, 해당 대학교 감사 착수

    국가대표 출신 지도자인 부산의 한 유명 대학 태권도부 감독은 그동안 입시 비리와 횡령, 폭행 등과 관련해 의혹을 받아 대학 감사실의 감사가 진행 중이다.(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부산의 한 유명 대학 태권도부 감독이 입시와 횡령, 폭행 등 각종 비리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감독은 국가대표 코치 출신 지도자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도 출전한 바 있다. 당사자는 비리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다수의 피해자와 관련자들의 증언이 나왔고, 제보를 받은 해당 대학이 감사를 진행 중이다.

    모교 출신으로 대학 태권도부 코치를 거쳐 2010년 지휘봉을 잡은 A 감독은 '짬짜미' 실기 시험 등 입시와 관련해 비리 의혹을 받아왔다. 이밖에 선수들의 숙소비, 훈련비 등을 유용해온 의혹을 받는 가운데 졸업생들에게 사례비도 요구해 받아 챙겼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입시 비리의 경우 특기자를 미리 정해놓는 방식으로 조직적으로 고교 측과 입을 맞춘 정황이 포착됐다. 여기에 실기 시험에서 사전 대련을 통한 승부 조작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학교 지원이 없는 준특기생의 경우는 매달 숙소비와 회비를 걷고, 대회마다 출전비를 모았는데 이게 불투명하게 사용됐다는 의혹이다. 선수들에 대한 폭행도 상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A 감독은 대회 출전과 관련한 전권을 쥔 사령탑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입막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기생이 일반 학생으로 둔갑

    이 학교 태권도학과 출신 B 씨는 원래 특기생으로 입학할 생각이었다. 고교 1, 2학년 시절 전국대회 우승과 준우승 등 성적이 좋아 특기자 전형에 원서를 넣을 계획이었다. 체육 특기자는 4년 전액 장학금과 숙식비, 대회 참가비 등 졸업할 때까지 수천만 원의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B 씨는 특기생 대신 일반 전형으로 태권도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코치였던 A 감독의 입김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B 씨는 "당시 A 코치가 '너는 특기자 대신 일반 전형으로 원서를 넣으라'고 압력을 넣었다"면서 "억울했지만 코치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고, 합격자 발표 전 A 코치가 불러 '선수생활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미리 입학할 특기자를 정해놓았기 때문에 나를 일반 전형으로 넣게 한 것"이라면서 "결국 나보다 낮은 대회 성적을 받은 선수가 특기자로 입학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이 대학 태권도부 입시 자료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고교 대회 성적이 좋은 입시생들이 특기자가 아닌 지난해부터 따로 뽑기 시작한 준특기자로 지원한다는 점이다. 준특기자도 태권도부 겨루기 선수로 뛰지만 특기자처럼 학비와 숙소비, 훈련비 등에 대한 혜택이 없다. 한 마디로 장학금 없이 선수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다. 하지만 이 대학은 상대적으로 대회 성적과 실기 점수가 떨어지는 선수들이 특기자로 입학하는 사례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검은 커넥션'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태권도계 관계자는 "특기생은 4년 동안 학비와 기숙사비 등 최소 5000만 원 이상의 혜택을 본다"면서 "때문에 2000~3000만 원 정도를 내고 특기자의 혜택을 받는다면 학생 입장에서도 이득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A 감독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고 특기자의 혜택을 입는 학생들이 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점수가 높은데 준특기자나 일반 학생 전형으로 가고, 낮은데도 특기자로 지원한 사례가 있다"고 확인했다.

    부산의 모 대학교 태권도학과의 최근 4년간 입시 경쟁률.(CBS노컷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임.)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이 대학 태권도학과 특기자 전형은 수년째 경쟁률이 1.5:1 정도다. A 감독이 미리 전형자들을 결정해 교통정리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합격자를 미리 정해놓고 지원을 하기 때문에 정원 외에 넘치는 지원자는 차단한다는 것. 특히 지난해는 6명 모집에 6명이 지원해 정확히 경쟁률이 1:1이었다. 준특기자의 경우는 10명 모집에 11명이 지원했다. 미리 짜놓지 않으면 나오기 어려운 경쟁률이다.

    이 대학교 관계자는 이런 경쟁률에 대해 "사실 입시 전형 자체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입시 비리라고 한다면 부당하게 불합격을 당하는 학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원자가 거의 모두 합격하기 때문에 불합격하는 수험생이 적은 까닭도 있다. 태권도계 관계자는 "육상이나 레슬링 등 워낙 고교 운동부 학생 자체가 적은 종목은 1:1 정도의 경쟁률이 나와도 이해할 만하다"면서 "그러나 태권도는 야구처럼 고교 선수들이 많은데도 이런 경쟁률이 나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 고교 관계자들은 "A 감독이 올해는 정원이 찼으니 더 지원을 하지 말라고 연락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합격자를 사실상 미리 정해놓고, 지원자들을 받지 않도록 관리를 하는 셈이다.

    올해 태권도부 겨루기 입시 경쟁률도 1:1 정도였다. 한 입시 관계자는 "특기생의 경우 6명 모집에 7명이 지원했다"면서 "그러나 1명은 아예 자격 요건도 안 되는 학생으로 지원만 하고 시험은 치르지 않아 결국 전원이 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태권도부의 1:1 경쟁률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학교 내부에서 나오자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경쟁률을 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기 시험은 '짜고 치는 고스톱?'

    태권도학과 일반 전형의 실기 시험도 문제 투성이라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이다.

    태권도학과 출신의 C 씨는 "일반 전형으로 지원해 수험생들의 겨루기 실기 시험을 봤다"면서 "겨루기를 하기 전에 미리 합을 맞춰 누가 이길지를 정했다"고 털어놨다. 합격을 해야 할 학생이 유리하도록 미리 경기를 짜놓는다는 것이다. 수험생의 상대 선수로 나와 져주기 시합을 한 이 학교 태권도학과 재학생의 증언도 있었다.

    C 씨는 "수험생들이 우리 학교에 온다고 하고 하면 재학생들과 며칠씩 운동을 하면서 미리 발을 맞췄다"면서 "A 감독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미리 왔던 친구들은 다 통과됐고, 시험 뒤 따로 모여 인사를 하기도 했다"면서 "그렇지 않은 수험생들은 겨루기를 하던 재학생들이 엄청 세게 대련을 했다"고 덧붙였다.

    태권도계에서는 일부 대학의 경우 수험장에서 미리 특정 신호를 받는 학생이 이긴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A 감독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A 감독이 실기 고사장에 들어와 수험생들이 겨루기를 하기 전에 신호를 주는 학생은 거의 전원이 합격을 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때문에 이런 부조리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 대학을 포함해 각 대학 실기 고사장의 촬영 영상을 분석,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준특기생에 대한 특혜도 있다. 특기생까지 이 대학 태권도부 학생들은 지난해까지 일반 학생과 달리 대학 학과 시험을 볼 때 대회 출전 선수를 뜻하는 표식을 받았다. 그러면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해도 일정 점수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대회 출전과 훈련으로 정상적으로 교과 수업을 듣지 못한 데 대한 배려 차원이다.

    하지만 준특기생 중에는 선수로서 운동을 그만둔 이후에도 태권도부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면 이 학생은 더 이상 선수가 아니어서 훈련을 받지 않는데도 시험에서 일반 학생과 달리 상대적으로 선수들이 받는 특혜을 봤던 셈이다. 한 관계자는 "이런 특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정유라 사건'과 판박이다.

    ▲공금 유용 의혹…상습 폭행으로 사과까지

    게다가 준특기생들과 관련된 비용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특기생과 달리 외부 숙소에서 합숙을 한다. 매달 20만 원 정도의 기숙사비를 낸다. 30명 정도의 준특기생들이 방 10개의 원룸에서 생활한다. 월세는 380만 원. 매달 걷는 숙소비는 600만 원 정도로 나머지 금액은 관리비 등 생활비로 쓰인다.

    하지만 숙소비가 불투명하게 쓰인다는 지적이다. 이 대학 태권도부 준특기생 출신의 D 씨는 "매달 20만 원씩을 걷는데 돈이 어디로 쓰이는지 모르겠다"면서 "또 운동을 그만뒀는데도 여기서 지내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숙소에서 지내는 학생이 빠지면 그만큼 걷히는 돈이 줄기 때문에 A 감독이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D 씨는 "선수를 그만둔 뒤에도 준특기생의 혜택을 받는 데 대해 A 감독에게 물어봤더니 '너는 그냥 모른다고만 하면 된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1년 등록금과 숙식비 등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미리 냈는데 그걸 A 감독이 관리한다"면서 "중간에 선수를 그만두면서 대회를 나가지 않았는데 남은 비용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선수로서 성적에 대한 특혜를 위해 수천만 원의 돈을 내야 하는 셈이다.

    부산의 유명 대학 태권도학과 태권도부 준특기생 중 일부는 운동을 그만둔 뒤에도 대학 시험 때 선수의 특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또 D 씨는 "(준특기생 특혜에 대해) 걸리면 안 되는 것이고, 또 돈을 갖다 바치는 불법밖에 안 되기 때문에 부모님과 상의해 그만두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A 감독이 남은 비용 200만 원을 숙소비로 할 테니 그냥 준특기생 소속으로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과에 대한 지원금이 인원 수에 따라 차등 지급되기에 소속을 유지하라고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A 감독이 졸업생들의 사례비를 유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 학교 태권도부 졸업생들은 관례적으로 스승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돈을 걷어 사례를 하는데 최근 이 액수가 적자 A 감독이 "우습게 본다"고 화를 냈고, 졸업생들이 다시 수백만 원씩 갹출했다는 것이다. A 감독이 고급 유흥주점을 수시로 드나든다는 목격담도 적잖다.

    여기에 숙소 생활을 하는 태권도부 선수들이 A 감독에게 상습 폭행 피해까지 입었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 지난 5월 A 감독이 남녀 학생을 퍼멍이 들 정도로 구타해 문제가 커지자 피해 학생의 고교 시절 감독과 지인들을 통해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태가 수습되지 않자 피해 학생의 학부모를 찾아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권도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A 감독이 슬리퍼나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고 심지어는 몽둥이로 구타하는 일이 있었다는 얘기까지 돈다. 하지만 '내부 고발자'라는 낙인과 함께 대회 출전 기회 박탈 등 선수로서 감당해야 할 피해 등을 감안해 학생들이 쉬쉬하고 있다는 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A 감독 "사실 무근"…대학 "비리 감사 진행"

    이런 의혹들에 대해 A 감독은 "억울하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A 감독은 "현재 학교 내 교수들 간의 파벌 싸움에 휘말려 나를 음해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서 "입시 비리와 횡령 등 모든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A 감독은 "B 씨의 경우 고교 3학년을 앞두고 운동을 그만뒀기 때문에 특기자로 합격하지 못할 상황이었다"면서 "전국 대회 입상 성적이 있다고 해도 3학년의 성적이 더 점수가 높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대학 관계자는 "입시 요강에 그런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A 감독은 "대회 성적을 위해 좋은 선수들을 데려와야 하는데 어떻게 특기자로 입학할 학생들을 미리 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준특기생들의 숙소비와 관련해서도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A 감독은 "학생들의 숙소비, 훈련비 등은 모두 코치가 관리할 뿐 나는 0원도 관여하지 않았고, 모두 투명하게 영수증 처리를 하고 있다"면서 "졸업생의 사례비도 재학생들의 훈련에 사용된다"고 강변했다. 다만 태권도계 관계자들은 "과연 감독의 지시 없이 코치가 비용을 사용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만약 공금 유용이 사실이라면 해당 코치에 대한 조사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 감독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해당 대학교는 일단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 대학 감사실장인 법학대학원 교수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에 A 감독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 학교에 더 큰 비리 의혹과 관련한 감사가 진행 중이라 현재는 A 감독 건은 감사가 중지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CBS노컷뉴스가 정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청구 사이트를 통해 해당 대학교에 요청한 자료 청구 내용과 해당 대학교가 공개한 자료와 비공개 자료에 대한 이유(빨간 네모 안)를 밝힌 내용.(정보공개 사이트 캡처)

     

    다만 해당 대학교는 2017년도 태권도학과 특기생과 관련한 입시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CBS노컷뉴스는 해당 자료에 대해 회사의 공문을 발송하고 정보공개청구 절차까지 거쳤지만 학교 측은 경영 상의 비밀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결국 해당 대학교가 보내온 것은 태권도부의 입시 경쟁률이다. 거의 20일에 걸쳐 요청해 겨우 공개한 자료가 학교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는 내용인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해당 학생의 이름과 구체적인 고교 대회 성적을 삭제하고 점수가 나온 채점표만이라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실무 담당자는 "입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점수도 큰 차이가 없어 무의미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다면 자료 제공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이에 대해 학교 감사실장은 "사실 CBS노컷뉴스의 자료 요청을 검토했지만 워낙 다른 사건으로 학교가 어수선한 상황"이라면서 "입시 관련 자료까지 제공을 하면 더욱 시끄럽게 될 수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초쯤 A 감독에 대한 다시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이런저런 사건으로 곤혹을 겪고 있는 해당 대학교. 과연 재계약 여부가 임박한 태권도부 감독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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