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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전원 구조'는 진정 우리에게 불가능인가



칼럼

    [논평]'전원 구조'는 진정 우리에게 불가능인가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사고로 사망자 29명, 부상자 29명이 발생한 가운데 22일 오전 화재현장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2009년 1월 '허드슨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설렌버거 기장이 다시금 떠오른다.

    비행기 엔진이 꺼져 버린 긴박한 위기의 순간. 설렌버거는 육지가 아닌 강물 위를 불시착의 장소로 선택했다.

    비상착륙이 아닌 말 그대로 '비상착수'였다. 비행기가 강물에 빠지자 구조선과 경비선, 유람선까지 긴급구조에 나섰다.

    155명의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구조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4분이었다.

    설렌버거의 판단력, 조종 실력, 노련한 경륜과 완벽한 구조 시스템의 합작으로 이뤄낸 '부럽고도 놀라운' 기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우리에게는 '전원 구조'가 없다.

    세월호를 시작으로 이번 제천 화재 대참사에 이르기까지 숱한 재난이 거듭되는 동안 '전원 구조'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설렌버거가 없고 구조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한 데 더해 '안전 불감증'이 스며든 불법적 행태가 만연한 탓이다.

    비행기가 강물 위로 불시착하는 상상하기 어려운 경우도 아니고, 우리가 사는 바로 옆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일어난 화재인데 어떻게 29명의 목숨이 희생돼야 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 못지않게 희생자들이 왜 이렇게 많이 발생했는지,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에 허점은 없었는지, 구조를 더디게 만든 잘못된 판단은 없었는지를 확실히 짚어야 하는 이유다.

    적어도 사망자가 집중된 2층 여성 사우나 내부가 불에 타지 않은 점만 두고 보면 유족들의 주장대로 소방대원들이 초기에 유리창을 부수고 진입했어야 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가 막혀 있고, 출입문이 작동 불량이며, 스프링클러가 먹통이었던 점은 분명 인명 피해를 키운 주된 원인이다.

    여야 대표들은 25일 나란히 사고현장을 찾았지만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적절한 소방 장비와 소방 인력이 신속하게 투입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고"라고 말했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세월호와 똑같은 사고"라면서 "현장에 출동한 지휘관들이 몸을 사리고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안전 불감증에 따른 잇단 후진국형 참사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원 구조'를 위한 구조 시스템 점검을 비롯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올 한 해 '이게 나라냐'는 촛불 시민들의 물음에 적폐청산으로 응답한 문재인 정부가 내년에는 "'이게 삶이냐'에 대한 응답"을 국정기조로 정하고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제천 대참사로 너무도 소중한 가족들을 잃어버린 유족들은 '이게 나라냐'는 울부짖음 속에서 '눈물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진정 새해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소망한다.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 능력과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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