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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호령하던 성남FC, '여소야대'에 곳간 텅비나



사회 일반

    K리그 호령하던 성남FC, '여소야대'에 곳간 텅비나

    성남FC와 고교 무상교복 28일 운명의 날…여소야대 시의회가 결정

    성남FC 선수들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성남FC 제공)

     

    23일 오후 내년 인건비가 포함된 보조금 전액이 삭감된 K리그 첼린지(2부) 소속 성남FC 선수들이 모여 있는 탄천종합운동장내 체육회관.

    지난 2014 시즌 광주 FC의 K리그 클래식(1부) 승격 공로로 올 8월 14일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명장 남기일(43)감독을 영입하면서 1부 리그 도약을 위해 비시즌에도 선수들이 한파 속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시민구단에게 주어지는 예산이 정상 지급되지 못하면서 재정난에 빠진 성남FC 선수들은 프로팀이지만 변변한 클럽하우스도 없이 숙소 한 켠에 마련된 협소한 공간에서 불평도 못한 채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에도 올해 새로 뽑은 15명의 선수와 3명의 코치가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준비운동을 한 뒤 런닝머신, 헬스 자전거 등 23대의 운동기구가 빼곡히 들어찬 15평 정도의 공간에서 서로의 체온과 체취가 느껴질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근육운동에 전념했다.

    성남FC 숙소 웨이트장 (사진=김양수 기자)

     

    선수들의 몸은 코치의 가르침에 따라 운동에 전념했지만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신인선수들은 재정난에 빠진 구단의 실상을 알기에 현재에도 고작 2~3천만 원의 불과한 연봉조차 내년부터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스러운 눈빛이 드러나 보였다.

    선수들이 머무는 숙소 내부는 방별로 2~3대의 침대와 TV, 구형 에어컨, 간이 책상 등 낡은 세간들이 엉성하게 배치돼 있었고, 최대 4명이 마사지, 아이싱 등을 받을 수 있는 물리 치료실도 구단의 형편을 짐작케 했다.

    열악한 조리시설과 식당에 걸린 메뉴판에 써진 '메뉴 좀 알려 주세요'라는 글은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했다.

    성남시의 재정적 수혈이 없을 경우 시즌 전까지 선수들의 인건비를 줄 수 없는 것은 물론 선수단 운영, 전지훈련 등은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내년 성남FC은 그저 암담해 보일뿐이다.

    성남FC 열악한 조리시설 (사진=김양수 기자)

     

    ◇ 아시아를 호령하던 일화의 후신 성남FC의 몰락

    일화시절부터 K리그 역대 최다 우승클럽(7회)으로 7년 전만해도 아시아를 호령하던 성남 FC는 지난 2013년 모기업 일화의 지원중단 결정에 따라 해체 수순을 밟는 듯 했다.

    하지만 연고지인 성남에서 10만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구단 살리기를 위한 민의가 들끓으며 이듬해 성남시 여야 정치권의 합의 속에 성남FC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이후 창단 첫해 FA컵 우승, 2015년 아시아클럽 챔피언스 리그 16강 진출 등 나름대로 혁혁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성적부진 속에서도 1부 리그 21게임에 13만2,215명의 관중이 몰리는 등 시민의 인기 속에 도시 브랜드 가치 향상에 일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성적부진으로 인해 올해 2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재정 문제가 불거졌다.

    성남FC 선수들이 숙소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김양수 기자)

     

    2부 리그로 강등된 올해에도 팬들과 시민들은 구단을 살리기 위해 1부 리그 시절인 지난해 시즌권(개인:3,481+기업:3269=6750)보다 더 많은 양(개인:6,382+기업:1,520=7902)을 구매하며 식지 않는 사랑을 보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올해 70억 원의 예산 가운데 본 예산으로 40억 원, 4차례의 추가경정 예산으로 15억 원을 찔끔 지원하는 등 당초보다15억 원을 줄여 버렸다.

    더욱이 내년 예산 70억 원은 현재 전액 삭감된 상태다.

    ◇ 운명의 날 28일…정치권은 응답할까?

    성남시의 내년 본예산 중 쟁점이 되고 있는 고교생 무상교복지원 사업과 성남FC 보조금의 운명은 28일 시의회 제4차 본회의에서 결정된다.

    고교생 무상교복지원 사업은 경기도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어, 반대파가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사회보장위원회와 협의를 거칠 경우 도입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남FC 보조금 문제에 대해서는 요지부동이다.

    이처럼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원들이 이재명 시장의 주요 정책에 발목을 거는 이유는 뭘까.

    성남FC 운동장 연습장면(사진=성남FC 제공)

     

    지난 2014년 제7대 시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석, 당시 새누리당은 16석으로 이 시장 소속당이 총 33석 중 과반을 넘겼다.

    당시 이 시장은 야당의 반대에도 보편적 복지를 명분으로 선별적 복지를 내세운 야당의 반대를 뿌리치고 청년배당, 중학생 무상교복 등 3대 복지를 실행했다.

    하지만 2016년 비례대표 박윤희 의원이 총선에 출마한 뒤 탈당한 데 이어 지난 7월 김유석 의원이 의장에 선출된 직후 탈당했고 정계개편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돼 야당의 협조나 이탈 없이는 역점사업 추진이 불가능해 진 것이다.

    이 때문에 2년 연속 2부 리그에 머물며 삭감의 빌미를 제공한 성남FC의 내년 운영비 70억 원이 최대 난관으로 떠오른 것이다.

    야당들은 표면적으로 성남FC 예산 심의의 주요 전제 조건으로 메인 스폰서 확보와 구단 대표의 사퇴를 내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구단 대표는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지만 메인 스폰서는 여전히 확보하지 못했다.

    성남시는 이에 대해 시의회의 집요한 예산 삭감으로 지난해 주식회사인 성남FC의 영업기밀을 비공개 조건으로 제공했지만 이를 공개해 기업들의 후원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에 성남FC는 현재 인건비는 물론 선수 수급, 훈련 계획, 전력 강화 수립대책마저 세울 수 없는 등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남기일 감독은 "내년 1부 리그 승격을 위해 비시즌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선수 교체와 보강이 절실하다. 인건비 지급더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수 선수 확보는 더욱 어려우졌고 기존 선수들도 생계 걱정 속에 힘겨운 훈련을 견뎌 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 시장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있는 성남시의회는 의원직 상실로 1석을 뺀 32석으로 더불어민주당 15석, 자유한국당 15석, 국민의당 1석, 바른정당 1석 등 여소야대로 구성돼 있어, 성남FC 예산 확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경남FC도 지난 2014년 2부 리그로 강등된 뒤 당시 홍준표 지사가 해체를 검토한 바 있으나 구단살리기에 나선 민의가 거세지면서 경상남도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고 결국 올해 2부 리그에서 우승하며 1부 리그로 승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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