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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세트' 화제 속 수그러 드는 중국인 반한 감정



아시아/호주

    '문재인 세트' 화제 속 수그러 드는 중국인 반한 감정

    • 2017-12-20 05:50

    문재인 대통령 서민 행보에 중국인들 호감, 시진핑 주석의 만둣집 행보와 유사

    한국만큼이나 연일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19일 중국 베이징(北京). 베이징 지하철 2호선 푸싱먼(復興門) 역에서 서남쪽 출구를 나와 10분 정도 걷다보면 왼쪽 편에 허름한 초록색 간판에 커다란 네 글자가 선명한 가게를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기간 아침 식사를 위해 김정숙 여사와 함께 들르면서 순식간에 유명해진 용허셴장(永和鮮漿)이 바로 주인공이다.

    용허셴장. (사진=김중호 기자)

     

    가게에 들어서면 바로 기둥 위에 걸려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사진액자 2개를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장은 문 대통령 내외와 가게 주인이 함께 찍은 사진이고 다른 한 장은 지난 14일 문 대통령 내외가 용허셴장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베이징 시 중심에 자리 잡은 댜오위타이(釣魚臺) 인근의 서민 식당에서 마케팅을 위해 한국 대통령의 사진을 크게 뽑아 가게에 걸어 놓은 장면은 아직 어색한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사드 갈등 이후 한국 롯데마트의 상품을 훼손하고 한국 화장품을 사는 여성들에게 큰소리로 욕을 하는 동영상이 거리낌 없이 올라올 정도로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적개심이 극에 달했던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이었다.
    (사진=김중호 기자)

     

    (사진=김중호 기자)

     



    한국 대통령이 베이징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는 것은 일반 베이징 시민에게도 퍽이나 신기했던 모양이다. 추운 날이면 종종 이 음식점에 훈툰(중국식 만두국)을 먹으러 온다는 옆 테이블의 한 베이징 시민은 문 대통령의 사진들을 보며 "한국 대통령의 입맛에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서민들의 생활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 같다"며 신기해 했다.
    (사진=김중호 기자)

     



    이 음식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이른바 ‘문재인 대통령 세트’라는 메뉴를 내놓으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이 다녀갔다는 소문이 인터넷 등을 통해 퍼지면서 한 동안 손님들이 급증한 효과도 톡톡히 봤다.

    문재인 세트는 문 대통령이 방문 당시 아침으로 먹었던 요우탸오(油條·기름에 튀긴 꽈배기)와 중국식 두유인 더우장(豆漿), 샤오롱바오(小籠包·만두), 훈툰(중국식 만두탕) 등으로 구성됐으며 단품으로 샀을 때 보다 8위안 가까이 저렴한 35위안(약5천700원)에 팔리고 있다.

    문재인 세트는 중국의 배달앱을 위한 기획 상품이라 이날 식당에서는 주문할 수가 없었고 똑같은 구성의 음식들을 주문해 봤다.

    ◇ 문재인 세트…저렴하지만 내공 있는 맛

    (사진=김중호 기자)

     

    푸짐하게 차려진 문재인 세트는 베이징 시민이라면 아침 어디서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로 구성돼 있다. 베이징에서는 아침이면 바로 갓 튀긴 요우탸오를 더우장에 찍어 먹으며 배를 채우는 사람들이 많다. 아침부터 튀긴 빵을 먹는다는 것이 한국인 입장에서는 쉽게 상상되지 않지만 잘 만들어진 요우탸오는 전혀 기름지지 않고 담백해 아침에도 두 세개는 거뜬히 먹어치울 수 있을 정도다. 중국의 두유인 더우장은 같은 콩으로 만들었어도 묽고 설탕을 탄 ‘콩물’의 느낌을 가지고 있어 진하고 고소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맛을 낸다.

    두 메뉴다 간단하면서도 기본기가 충실하지 않으면 맛을 내기 쉽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용허셴장의 요우탸오는 갓 튀겨내 바삭하면서도 전혀 느끼하지 않은 담백함을 유지하고 있었고 더우장은 신선하면서도 은은한 단 맛이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했다. 중국 내에서도 요우탸오와 더우장을 하루 종일 내는 전문점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집의 내공을 짐작할 만 했다.
    (사진=김중호 기자)

     



    아침 메뉴로 15원(한화 약 2400원)이나 하는 훈툰이나 샤오롱바오를 선택했다면 그 날 아침은 꽤 든든하게 시작하는 셈이다. 용허셴장에서 맛본 맑은 야채육수에 새우살이 꽉찬 훈툰이나 겉모습은 투박했지만 속에 고기 육즙이 꽉 들어찬 샤오롱바오 모두 가격대비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사진=김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 등 일행은 지난 14일 아침 8시쯤 이 식당을 찾아 약 30분간 식사하며 더우장 4컵과 훈툰 4그릇, 요우탸오와 샤오롱바오 2인분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베이징 서민식 아침 식사의 진수를 맛봤다고 할 만하다.

    국빈방문을 온 외국 원수가 아침식사를 할 장소였기에 당연했겠지만 식사 전 중국 정부와 한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이미 수차례 가계를 오가며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중국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대통령에게 비싸고 호화로운 음식보다 싸고 맛있는 서민음식을 대접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을 터였다.

    ◇ 문재인 세트와 주석 세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만두집에서 시켜 먹어 유명해진 '주석 세트' (사진=바이두 캡쳐)

     

    이번 용허셴장의 문재인 세트 출시는 여러 면에서 칭펑(慶豊) 만두집이 출시한 '주석(主席) 세트'를 연상시킨다.

    지난 2013년 12월 28일 베이징 베이징 웨탄(月壇)공원 부근에 위치한 칭펑(慶豊) 만두지점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돌연 나타나 만두와 간단한 요리로 식사를 대신한 일이 있었다.

    당시 시 주석은 줄을 서지 말고 주문하라는 주인의 호의에도 줄을 서서 돼지고기 소로 채워진 바오즈(包子·만두)와 채소 볶음 등의 요리를 시켜 먹었다.

    시 주석이 평범한 시민들과 줄을 서서 만두를 먹는 모습이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 일으키자 칭펑 만두집에서 시 주석이 시킨 메뉴로 21위안짜리 ‘주석(主席) 세트’를 내놓았고 날개돋힌 듯이 팔리면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사드 갈등은 양국 정부와 지도자들 사이의 정치·외교적 수준을 넘어서 양국 국민의 감정 싸움으로 번진지 이미 오래다. 문 대통령이 중국 지도부가 아닌 중국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한 끼의 아침 식사였다면, 이미 투자 대비 엄청난 효과를 거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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