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박원순, 왜 서울시민들 농촌이주 장려할까



사회 일반

    박원순, 왜 서울시민들 농촌이주 장려할까

    "귀농은 일자리 나눔이자 서울-지방 상생의 모범사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6일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새 지방분권 시대를 열겠다”고 밝히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방분권은 중앙과 지방의 협업체계를 통한 균형발전, 즉 상생방안이기도 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 등을 위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서울과 지역 간 협업이 어떤 실질적인 상생을 가져오는지 살펴봤다.[편집자]

    경북 상주에서 '농부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서울시민들. (서울시 제공)

     

    “흙을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귀농을 생각중이던 나귀동(53세, 서울, 가명) 씨는 올 여름에 경북 상주에서 4박 5일간 농촌 체험을 했다.

    하루 종일 뙤약볕 내리쬐는 마늘 밭에 쪼그리고 앉아 작업을 했다. 토실토실한 마늘을 손으로 만지는 건 좋았지만 흙먼지를 뒤집어 써야하는 건 곤혹이었다.

    같이 작업에 투입된 서울 동료 12명도 파김치가 되긴 마찬가지였다. 이런 농사일을 사흘간 했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는 안도감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내 몸에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왔습니다.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육체노동을 하는 것도 즐거웠고요.”

    마늘 밭을 함께 뒹군 사람들 역시 나 씨처럼 귀농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 역시 서울시가 마련한 귀농 대비 과정에 참여한 ‘서울 사람들’이다.

    나 씨에게 귀농은 로망이었다. 그 자신이 농촌 출신인데다, 아이들 교육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고, 무엇 보다 서울에서 뜻을 이뤘기 때문에 귀농은 숙명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40년 전 떠나왔던 농촌 적응에 문제가 있진 않을지 자신감도 없었고, 어느 곳에 가서 어떤 농사일을 하는 게 좋을지 막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주에 이어 전남 영암과 강진에서도 농촌 체험을 하고 나서는 본격적인 귀농 준비에 들어갔다.

    농번기 때면 늘 일손이 달렸던 그 시절 농촌 상황을 잘 알기에 바쁠 때 벽돌 한 장이라도 날라주는 손이 되어줄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나 씨가 참여한 농촌 체험이란 다름 아닌 서울시의 ‘도농 일자리 교류사업’이다.

    ‘도농 일자리 교류사업’ 이란 서울의 귀농 희망자들에게 농촌의 삶을 현장에서 미리 경험해보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농부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현장 작업 외에도 선배 귀농인들과의 간담회, 해당 지자체의 귀농 정책에 대한 소개,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 등의 시간들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가 이 프로그램 이름에 ‘귀농 준비’ 대신 ‘일자리 교류’라는 개념을 넣은 것은 말 그대로 귀농을 일자리 교류로 보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서울의 노동력을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대서 서울과 농촌이 상생하자는 게 ‘일자리 교류사업’의 정책 목표다.

    여기에는 궁극적으로 지역균형발전 나아가 지방분권의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 서울의 과밀현상과 농촌의 과소화 문제를 해결해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의도다.

    우리나라 농촌 인구는 지난 2015년 현재, 1980년 대비 41.3%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총인구는 36.5%나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30년 내 전국적으로 77개의 지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 예측도 있었다.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 유정규 단장은 “일자리 교류 사업을 포함한 서울시의 지역상생교류 사업은 한국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 온 끝에 나온 정책”이라며 “서울시민의 지역과 농업, 농산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상생 협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잠재적인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도농 일자리 교류사업에 올해 5월부터 167명이 참가했다. 그 가운데 한명인 나귀동 씨는 앞으로 3년 내 귀농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같은 ‘단기’ 프로그램과 별도로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농촌을 경험하고 귀농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체류형 귀농학교’도 운영중이다.

    20여년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귀농학교에 입교한 후 경북 영주에 귀농한 황우석 노윤옥 부부

     

    제천, 영주, 구례, 무주, 강진에 마련된 귀농학교는 10개월간 장기 체류하면서 그 지역 특색에 맞게 체계적인 영농교육을 받으며 귀농에 대비하는 시설이다.

    지난 12일 1기 이수자 28세대에 대한 수료식이 진행됐는데 그 가운데는 실제 귀농해 농촌에 정착한 세대들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살던 황우석(49) 노윤옥(48) 씨 부부가 그 경우다.

    황 씨 부부는 지난 3월에 영주 귀농학교에 입교했다. 거주지 임차료는 60%를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았다.

    두 사람은 과수, 밭작물 등 기본 농사 교육 외에 양계, 곤충 양봉 등도 배우며 4개월을 보낸 뒤 마침내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이들은 “교육과 농사 경험이 많은 선도 농가와 전문 강사에 의한 체계적인 실습과 현장 견학 등이 큰 힘이 됐다”며 “귀농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귀농 학교 덕분에 빨리 정착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 씨 부부는 지난 7월 영주 부석면에 농지(8200 제곱미터)를 구입하고 지금은 사과농군으로 변신했다.

    황 씨 부부 외에도 영주 귀농학교를 이수한 6세대 가운데 다른 3세대도 정착을 했다.

    서울시는 전체 귀농학교 이수자 절반 정도가 농촌에 정착했거나 정착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젊은 층도 귀농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귀농이 은퇴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청년 실업과 농업기술 혁신 등으로 농촌이주를 선택하는 청년세대도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0대 이하 귀농가구는 1340가구, 귀촌가구는 14만 3594가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귀촌의 경우 20~40대 귀촌자가 전체 귀촌자의 65%를 넘어섰다.

    경북 문경이 고향인 장성진 씨(31세)의 경우도 서울에서 외식 서비스업에 종사하다 영주 귀농학교에 입교했다.

    그는 외식업계의 경험과 식용 곤충 사업에 대한 관심 때문에 곤충 양봉 분야 교육을 중점적으로 이수하고 있다.

    아직 귀농 지역과 작목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2~3년은 더 귀농 교육을 받으면서 꼼꼼하게 귀농 준비를 할 생각이라고 한다.

    귀농 희망자들의 관심 작물은 그들의 배경만큼이나 다양하다.

    따라서 서울시는 과수, 양봉, 채소, 약초, 비닐하우스 농법 등 지역 특색에 맞는 귀농학교를 열고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아예 곳곳에 ‘서울 농장’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지자체가 폐교 등 농장을 마련할 수 있는 터와 귀농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서울시가 농장 1곳당 최대 7억원의 시설비와 운영비를 지원한다.

    이 ‘서울 농장’ 역시 귀농 전에 미리 농사일을 체험하고 지역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귀농 지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귀농 지원 정책으로 서울의 인구가 더욱 감소하는 것 아이냐는 우려다.

    지난해 서울인구가 993만 명으로, 6년 만에 처음으로 1천 만 명 아래로 ‘붕괴’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서울의 인구 감소 현상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귀농 귀촌 인구 증가가 서울시민의 감소를 의미하기는 하나, 농촌이 건강해야 먹거리 최대 소비처인 서울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며 “도시와 농촌은 하나라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도농상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일자리와 먹거리를 지역과 나누기 위해 각 지자체와 활발한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 동안 광역단체와의 행정적인 협력에 머물러 있던 서울시와 지자체간 협약을 기초 단체와의 실질적인 상생협약으로 돌려놨다.

    지난 9월 현재 서울시와 상생협약을 체결한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47개에 이른다. (3편으로 계속)
    {RELNEWS:left}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