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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안전" 법까지 바꾼 경호처, 기자폭행 현장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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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안전" 법까지 바꾼 경호처, 기자폭행 현장에는 없었다

    지난 7월 경호에 관한 법률 개정 입법예고하며 대대적 홍보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던 기자단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 당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지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14일 중국측 경호원들의 한국 취재진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한국 취재진과 중국 경호팀 간에 크고 작은 마찰이 전날부터 계속됐지만 청와대 경호팀은 이에 대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도 대응하지 않아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장에서 중국 경호원들 10여 명이 한국 취재기자들을 집단 폭행했다.

    한국 취재진은 이날 취재 비표를 지참한 채 문 대통령이 방문한 스타트업 혁신기업 행사장에 들어가려다 중국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했고, 취재 권리 확보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랑이가 집단폭행으로까지 이어졌다.

    해당 중국 경호원들은 중국 공안의 지휘를 받는 중국 현지 사설 보안업체 직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중국 경호원들이 매일경제 사진기자 L씨를 복도로 끌어내 2분 넘게 집단폭행하는 과정에서 한국 경호원들은 현장에서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L기자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안와'(眼窩·눈을 둘러싸고 있는 뼈 중 가장 얇은 코쪽과 아래쪽 뼈) 골절의 중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을 말리던 청와대 직원들과 기자들이 "한국 경호팀 도와주세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연거푸 소리쳤지만, 청와대 경호처는 문 대통령 근접 경호를 위해 행사장 안에 들어가 있었다.

    중국 경호팀은 이미 넘어져 있는 L기자의 얼굴을 구둣발로 강하게 걷어차기도 했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힐 정도로 공개된 상태에서다.

    한국 경호팀이 조금만 빨리 현장에서 대응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통상 근접 경호팀을 제외한 수행 경호팀은 대통령이 방문하는 동선을 따라 곳곳에 배치되지만 이날 청와대 경호팀은 문 대통령 근접 경호에만 동원됐다.

    취재 비표를 부착하고 있었지만 L기자에 대한 폭행은 계속됐고, 이를 말리려던 청와대 행정관 2명까지 집단폭행에 휘말릴 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7월 대통령 행사 시 경호구역 안에 있는 일반시민에 대한 보호조치 의무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경호처는 "현행 관련 법률에는 대통령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직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행사에 참석하거나 경호구역 안에 있는 일반시민에 대한 보호조치 의무사항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며 "경호구역 안에서 일반시민의 생명과 신체의 위해와 재산의 손실을 초래하는 상황 등에 대비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경호실은 경호구역 내에서 국가 공권력을 총괄해 경호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며 "앞으로 법률 개정을 통해 경호구역 내에 있는 일반 시민에 대한 보호 의무를 경호실에 부여하면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호처는 청와대 직원들과 한국 취재진의 도움 요청에도 현장에 없었다.

    경호처 관계자는 사건발생 직후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호처가 (취재진들의 안전확보) 부분까지 잘 협조하고 현장에서 관리해야했지만 해외에 오면 많은 인원이 올 수 없어 대통령 경호에 집중하고, 떨어져 있는 곳에는 인원이 많지 않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호처가 대통령 중심으로 경호에 들어간 뒤 밖에서 벌어진 상황을 뒤늦게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에 엄중히 항의했고 폭행당한 사진기자 2명은 베이징 시내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날 문 대통령과 장가오리(張高麗) 중국 국무원 상무부총리가 함께 참석했던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는 등 충돌 징후가 여러 차례 감지됐다는 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제) 장가오리 부총리가 들어온 상황에 대해 경호처에 (충돌징후 등) 내용을 심각하게 얘기하고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취재진과 중국 경호원간 물리적 충돌 징후가 계속 보이니까 신경 써달라고 몇 차례나 경호처에 얘기했다"며 "하지만 경호처에서는 '중국 경호팀이 매우 협조적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토로했다.

    경호처 관계자는 "현장에 있었던 문제 직원(중국 경호팀)이 저희 경호처 선발대가 도착했을 때 업무를 협조한 (중국) 전담대가 아닌 것 같다"며 책임회피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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