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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두 검사의 죽음, 왜 검찰 반응은 정반대였나?



정치 일반

    [Why뉴스] 두 검사의 죽음, 왜 검찰 반응은 정반대였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두 검사의 죽음과 관련된 얘기다. 한 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다 사망한 김홍영 검사이고 또 한 검사는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서 법률보좌관으로 재직했다가 사망한 서울고검 변창훈 검사다.

    김 검사는 2년차 초임검사였고 변 검사는 20년 이상 재직한 검사장 승진을 앞둔 고참검사였다. 김 검사는 2016년 5월 19일 사망했고 변 검사는 2017년 11월 6일 사망했다.

    두 검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사망한 뒤 검찰내 반응은 정 반대였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김홍영, 변창훈 두 검사의 죽음, 왜 검찰내 반응은 정반대 였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자료사진)

     

    ▶ 두 검사의 죽음 이후 검찰내 반응이 어땠길래?

    = 김 검사의 사망이후 검찰내 게시판은 의외로 조용했다. 당시 의정부지검 소속이던 임은정 검사가 '어느 젊은 죽음에 바치는 조사'라는 제목의 글을 내부게시판에 올렸다. 그렇지만 애도의 추모 댓글은 별로 달리지 않았다.

    임은정 검사는 13일 페이스북에 "김홍영 검사님의 황망한 소식을 접하고, 그 허망한 죽음이 애달파 2016. 5. 19. '어느 젊은 죽음에 바치는 조사'란 글을 내부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제 글에 댓글을 달면 위험해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이번 변차장님에 대한 추모글과는 달리 댓글이 그리 안 달렸었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반면 변 검사가 사망한 뒤 두 검사가 추모의 글을 올렸고 그 글에는 댓글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달렸다고 한다. 조회수도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검찰내 반응이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놀랄 정도였다는 것이다.

    ▶ 정말 그렇게 대조적이었나?

    = 그렇다. 이런 사실은 검사출신의 이연주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자세하게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최근들어 검찰에서 있었던 직접 경험했거나 들은 얘기들을 페이스북에 연재하고 있다. 그 중에는 '섹검의 진실'이라는 내용이거나 '그들의 수익모델 혹은 영업방법'이라는 글도 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검사, 야 너네들이 인권을 알아'인데 5-1과 5-2로 나뉜다.

    5-2에서 글 중에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검사의="" 죽음="">이라는 대목이 있는데 여기에 김 검사와 변 검사 사망 당시 검찰내부의 분위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은 "2016년 어느 부장검사의 혹독한 대우에 못 이겨 젋은 검사가 자살을 했다. 검찰은 진실을 감춘 채, 내성적인 성격의 그 검사가 업무스트레스에 자살을 택한 것이고 남부지검 형사부에 검사를 증원해서 검사들의 업무부담을 줄이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중략)

    "사실 그 부장검사는 아래 사람들에게 모질고 혹독하기로 검찰 내 세 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즉 두 손가락은 아직 검찰에 있다)"거나 "하도 여러 말들이 들리니 차장검사도 몇 개월 전에 구두로 경고를 했었다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변창훈 검사의 사망 이후 일부 검찰청들은 예정된 체육행사 등을 취소하여 추도분위기로 몰고 가고 이프로스 게시판은 변 검사에 대한 애도글로 도배되었지만, 그 검사(김홍영)의 사망 때에는 이프로스게시판에 별다른 추도글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다"고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검사들에게 확인하니 김홍영 검사 사망 때에는 내부 게시판이 조용했지만 변창훈 검사 사망 때에는 추도와 애도 분위기가 넘쳐났다고 한다.

    (사진=자료사진)

     

    ▶ 왜 그렇게 검찰내 반응이 정반대 였나?

    = 첫 번째는 아무래도 2년차 검사와 20년 넘은 검사의 경력차이를 무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변 검사의 경우 20년 넘게 검사생활을 했으니까 근무인연만으로도 전국에 많은 검사들이 안다. 고참 검사들은 "같은 검찰청에 근무한 인연까지 넓히면 전체 검사의 절반이상은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보니 애도의 댓글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김 검사는 초임검사여서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학연, 그리고 첫 근무지인 서울 남부지검을 제외하면 아는 검사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두 검사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검사의 죽음에 대해서는 업무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초임검사의 나약한 결정이라고 보는 반면 변 검사의 죽음은 수사에 대한 압박을 견디지 못한 억울한 죽음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실제로는 변 검사의 경우 검찰의 수사를 방해한 사법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이지만 김 검사의 경우 검찰내 갑질의 희생자이자 피해자라는 점에서는 훨씬 더 억울하다.

    그렇지만 검찰내부의 주된 분위기는 달랐다는 얘기다. 한 중견검사는 "김 검사 사건의 경우 부장검사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변 검사 사건은 변 검사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모순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영 검사의 어머니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사망한 김 검사 보다 징계를 받아 해임된 부장검사가 억울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더 많은 반면, 변 검사에 대해서는 '사법방해' 혐의에도 불구하고 변 검사가 억울하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좀 구체적인 얘기지만 시키는 대로 한 검사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은 검사에 대한 반응의 차이라는 점이다.

    변 검사의 사망을 억울하게 보는 검사들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있나?'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한 중견검사는 "검찰 간부들은 시키는 대로 범죄를 저지른 간부에게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끼는 것 같다"고 검찰내 분위기를 전했다.

    시키는대로 따르는 게 조직을 위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게 다 인사를 의식한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검찰이 이지경으로 망가진 게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기 때문아니냐는 얘기다.

    그렇지만 김 검사의 죽음을 애도할 경우 앞으로 후배검사를 지도하기 어려워 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인 평검사의 죽음에는 애써 담담해 하면서 피의자인 고참검사의 죽음에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있나?'라며 애도하는 검찰의 문화, 그게 바뀌지 않는다면 검찰개혁은 구두선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네 번째는 김 검사를 애도하려면 남부지검의 지휘라인을 비판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김 검사의 갑작스런 죽음은 남부지검 지휘라인의 관리소홀을 지적해야 한다. 그러려면 검사장이나 차장, 부장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지휘부의 눈 밖에 날 수도 있다. 반면 변 검사 사건의 경우 검찰 수뇌부나 정부를 직접 비판하지 않아도 변 검사 애도만으로도 간접적인 비판을 할 수 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중견검사는 "아랫기수 검사들은 김홍영 검사에게 동류의식을 느끼지만 불이익을 받을까봐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데 고참검사들은 오히려 부장검사에게 동류의식을 느낀다"면서 "처음에는 부장검사를 징계도 안 하려고 했다는 게 그 근거"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김 검사 사망에 대해 글을 올린다면 왜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냐고 관리하는 간부들 탓하는 글을 올려야 한다"면서 "그러러면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글을 올려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당시 지휘라인은 문책을 받았나?

    = 부장검사는 서울고검으로 징계성 인사조치를 당했다가 검사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인 해임처분이 내려졌다. 그렇지만 그 부장검사는 해임무효소송을 제기해 재판절차가 진행 중이다.

    당시 김진모 남부지검장은 '우병우 라인'으로 불리며 좌천성 인사를 당하자 사표를 내고 물러났지만 김 검사 사망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징계처분을 받지 않았다.

    그렇지만 당시 차장검사는 징계는 커녕 정권교체 후 단행된 인사에서 동기들 중 선두주자로 검사장에 승진해 법무부 요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 어떻게 그런 일이? 다른 사건과 형평성이 맞나?

    = 이례적이다. 대검 감찰에서 어떻게 조사를 했는지 모르지만 다른 사건에서는 차장검사들이 무거운 징계처분을 받았다. 사실 차장검사는 검찰청에서 시어머니 역할이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검에서 일어난 검사와 피의자의 성관계 사건은 당시 검사장이 사표를 제출했고 동기들 중 선두였던 차장검사는 고검으로 좌천됐다가 검사장 승진을 하지 못하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2002년 서울중앙지검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은 당시 살인 혐의로 조사받던 폭력조직 부두목이 검찰 수사관들에게 맞아 사망했다. 폭행한 수사관과 담당검사는 구속돼 실형이 확정됐고, 사건 직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당시 검사장은 한직으로 좌천됐고 차장검사는 유력한 검사장 승진후보였지만 고검으로 밀려 한직으로 떠돌았다. 이런 사례와 비교하면 형평이 전혀 맞지 않다.

    ▶ 그런데 김 검사와 변 검사 사망이후 검찰의 대응도 달랐다는데?

    = 김 검사 사망이후에도 검찰에서는 예정된 행사들을 강행했다고 한다. 변 검사 사망이후 예정됐던 체육행사나 공식 행사들을 줄줄이 연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검찰에서는 2016년 5월 16일 순천지청의 한 검사가 암으로 사망했고 5월 19일 서울남부지검 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당시 검찰총장은 예정됐던 광주검찰청 지도방문을 예정대로 강행했고 순천정원박람회 장에도 갔을뿐아니라 술자리 회식 등으로 검찰내부에서 지탄을 받았다.

    이연주 변호사는 검찰내에서 김 검사의 사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당시 한 검찰청에서 있었던 일화를 공개했다.

    "자살사건의 뒤처리로 골머리 썩고 있는 검찰총장을 위로하기 위해 모 지방검찰청의 검사들은 그 청을 방문한 검찰총장을 위해 "캔디캔디", "태권브이", "마징가제트" 메들리에 맞추어 율동을 선보였다는 후문이 있다"는 것이다.

    이 율동에는 당시 부장검사도 함께했다고 알려져 있다. 재능있는 검사가 안무를 짜서 업무 틈틈이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대한민국 검사라면 상심한 총장을 위해 "괴로와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노래에 맞춰 깜직하고 앙증맞은 율동도 선보일 줄 알아야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검사라면 일개 검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것과 총장의 심란한 마음 달래기 중에 뭐이 중헌지를 단번에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무엇이 문제인가? 검찰 문화인가? 인사제도인가?

    = 인사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검찰 문화의 문제일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총장이 되기 전 검찰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인사가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임은정 검사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검사에게 불의와 싸울 것을 요구하면서도 검찰 내부에서는 불의한 명령에도 복종할 것을 요구하는 이중성을 깨 나가야 한다"면서 "검찰총장 등 수뇌부가 인사권을 장악해서 탈이 났다면 인사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인사권 때문에 검사들이 영혼을 판다고 하는데,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사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검사의 신체기관들 중에 가장 먼저 퇴화하는 기관이 양심과 감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은 삶을 살아가는 나침반을 자신의 내부에 두지 않고 권위 또는 권력있는 자의 평가에 두다보니 자신의 행동이 권위 또는 권력있는 자가 어떻게 바라볼지를 항상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위에서 시키는데 어떻게 안 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나온다는 분석인 것이다.

    검찰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고 검경수사권을 조정해서 기득권을 내려 놓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래야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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