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1987'에서는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해 사건을 끌고 나가는 캐릭터가 있다. 배우 김윤석이 맡은 대공수사처 '박 처장' 역이다.
박 처장은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국가 권력을 대표하며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이희준 등은 각자 이에 맞서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시민들로 릴레이식의 활약을 펼친다.
김윤석은 주연급 배우들 중 1987년 당시 고(故)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 또래였던 유일한 배우이기도 하다. 직접 그 시대를 살아간 청년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1987'은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는 1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화에서 "나는 당시 실제로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문구가 신문 헤드라인으로 도배되는 것을 본 사람이다. 30년 후에 내가 그 말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해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에 보고는 갈등을 정말 많이 했다. 아는 분은 알겠지만 박종철 열사가 내 고등학교 2학년 선배다. 박 처장 역을 제안받고 기왕할 거 고증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자고 생각해서 맡게 됐다"고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김윤석은 시나리오 초고 단계부터 '1987'을 끊임없이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시나리오 각색 작업을 했던 장준환 감독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김윤석은 "이게 내가 장준환 감독과 두 번째로 같이 하는 작품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다큐멘터리보다 더 재밌는 영화를 만들 자신이 있는지 물어봤었다. 영화적 재미를 담아 진실과 가치를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고 가장 중점을 뒀던 사안을 전했다.
한국전쟁 당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박 처장은 월남한 북한 출신이지만 '애국자'라는 미명 아래,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는 대공 사건들을 조작, 은폐한다.
김윤석은 "하기 어려운 역할은 맞다. 내가 하정우와 나눈 대사 중에서 '사냥개끼리 싸우다 사냥감을 놓치면 주인이 가만두겠느냐'는 이야기가 있다. 박 처장은 이미 본인이 권력의 도구라는 정체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이 해석한 박 처장 캐릭터의 성격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애국심은 본인이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을 정당화, 합리화하는 방편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권력 지향을 하다보니 잘못되어가고 있는데도 바로잡지 않고 그냥 그 잘못된 버스 노선을 그대로 타고 가지 않느냐"고 박 처장의 행동을 분석했다.
실제 삶에 있어서 박 처장의 이중성이 주는 반면교사 또한 분명히 있었다.
김윤석은 "내가 더 지혜로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이 이중성에 더해 심각하게 정신이 깨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영화 '1987'은 오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