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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폭력도 성폭력인데…" 갈 길 먼 현행법



대전

    "디지털 성폭력도 성폭력인데…" 갈 길 먼 현행법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며 '디지털 성범죄'는 일상에 스며들었다. 공유하며 '성범죄 동영상'을 시청하는 행위는 피해를 확산시켰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은 언제든 또 유포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으며 '극단적' 선택마저 고민하고 있다.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은 그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라는 인식이 명확히 서지 않거나, 성범죄 영상 삭제가 '산업화'하며 2차 피해를 겪는 일도 허다했다. 대전CBS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매일 밤 음란 사이트를 뒤져요" 디지털 성범죄 끝없는 고통
    ② 피해자는 수백만 원 주고 왜 '디지털 장의사' 찾나
    ③ 가해자이자 피해자, 디지털 성범죄 노출된 '청소년'
    ④ 디지털 성범죄 표적, '남성'도 예외 아냐
    ⑤ '음란물' 기준 뭐 길래...'불법 촬영물'은?

    (계속)

    (사진=자료사진)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규정이나 처벌 조항은 무엇이 있을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이하 카메라 이용 촬영)',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이하 통신매체 이용 음란)' 규정이 있다.

    카메라 이용 촬영은 몰래 촬영을 하는 것부터 유포하는 것 등을, 통신매체 이용 음란은 SNS 등을 통해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그림이나 글, 영상 등을 보내는 행위 등을 말한다.

    또 음란물 게시와 유포 등에 관한 처벌조항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마련돼있다.

    하지만 현재의 규정이나 처벌 조항은 다양한 디지털 성범죄의 형태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애매한 '성적 수치심'...찍힌 '부위'에 주목하는 현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김보화 책임연구원은 "카메라 이용촬영 경우엔 판단 기준이 성적 수치심 불러일으킬 신체 부위를 찍혔을 때로 돼 있다"며 "성적 수치심의 성적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재판부에 차이가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부위는 피해자의 무릎 위 허벅다리, 등 부위, 치마 속 부분, 엉덩이 부위 등으로 분석되지만 이러한 판단 근거에 아쉬움은 여전한 상황.

    김 연구원은 "어떤 경우엔 무릎 위 몇 센티미터, 누구는 그 정도는 보통 여성들이 입는 치마 길이 정도라 보고 무죄를 내리기도 한다"며 "판단 기준 모호하다 보니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 목소리는 잘 반영되지 않아 아쉬운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사진마다 유, 무죄가 분절돼 형량이 결정되는 연속 촬영물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누군가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500장, 600장을 찍다 걸렸을 때 이 중에서 몇 번 사진은 유죄, 몇 번은 무죄 이런 식으로 분절돼서 형량이 결정되고 있다"며 "여성을 몰래 찍는 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느 부분에 찍었냐에 주목하는 현실"이라고 김 연구원은 전했다.

    ◇스스로 찍은 촬영물은 동의 없이 유포해도 '성범죄' 아닌 '명예훼손'?

    현재 동의 없는 촬영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법조문에는 '자신'이 직접 촬영한 경우와 '신체 부위'가 아닌 경우에는 애초에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앞서 판례에서는 '타인의 신체'라도 전신 등은 '여성의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판시했다. '성폭력 처벌법'보다는 초상권 문제나 여성을 무단으로 촬영하는 행위에 대한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본인이 찍은 촬영물이라 해도 제3자가 동의 없이 유포하는 경우 성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이다. 당시 헤어진 연인에 대한 보복으로 성관계 등을 담은 촬영물을 유포하는 이른바‘리벤지 포르노’ 가 증가하면서 나온 개정안이다.

    현재는 스스로 찍은 촬영물을 제3자가 동의 없이 유포해도 명예훼손죄로만 처벌이 가능할 뿐, 성폭력 범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면 성폭력으로 처벌되는 경우보다 형량도 적고 신상정보공개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진 의원은 지적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 역시 "개정안이 나왔지만 아직 통과가 안 돼서 본인이 본인의 영상을 촬영한 것은 동의 없이 유출돼도 (디지털 성범죄로) 처벌이 안 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재유포자에 대한 처벌은?

    앞서 지난 9월 정부가 내놓은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에서 '재유포자'에 대한 처벌이 빠져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재유포자들은 '성폭력 처벌법'이 아닌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받고 있다. 피해 확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재유포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빠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승희 대표는 "음란물은 가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 공익을 헤쳐서 받는 처벌"이라며 "처벌 수위가 낮고 피해자가 본인의 피해 촬영물이 음란물이란 것을 입증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서 대표는 또 "목적성이 없다는 이유로 성폭력 처벌법 적용이 안 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볼 땐 재유포자들이 가해에 일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성폭력 처벌법 14조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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