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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꾼' 사라진 자리에 '학생 플미꾼'들 "쉽게 용돈벌이"



사회 일반

    '암표꾼' 사라진 자리에 '학생 플미꾼'들 "쉽게 용돈벌이"

    10대 학생들까지 온라인 프리미엄 티켓 판매로 돈벌이

    (일러스트=CBS노컷뉴스 김민지 객원기자)

     


    [#1] A씨는 좋아하던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티켓팅*에 실패했다. 하지만 콘서트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은 커져갔고, 결국 그녀는 예매사이트가 아닌 SNS 2차 거래를 통해 티켓을 구매하기로 했다. 정가보다 비싼 금액을 지불했고, 인증 사진을 받은 뒤 콘서트 당일 현장에서 티켓을 받기로 정했다.

    약속했던 장소로 나가면서 A 씨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흔히 ‘암표 아저씨’로 불리는 암표 판매상들이 현장에서 까다롭게 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구들까지 불러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선 A 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A 씨에게 티켓을 판매한 사람은 이게 갓 중학교에 올라갔음직한 어린 학생이었다.

    ◇ 오프라인 암표 단속은 엄격하게…온라인은 속수무책?

    온라인 암표 판매가 극성이다. 2017년 한국시리즈 경기를 앞두고 서울 송파 경찰서는 대대적인 암표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이는 경기장 밖에서 이뤄지는 오프라인 암표 판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8만 5천 원짜리 테이블석이 110만 원짜리로 둔갑한 곳은 잠실경기장이 아닌 온라인 2차 티켓 거래 사이트였다. 정가가 11만 원인 한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스탠딩 구역 티켓 역시 해당 사이트에서 최대 180만 원까지 뛰었다.

    (티켓베이 게시판 캡쳐)

     


    (티켓베이 게시판 캡쳐)

     


    유명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 공연도 추가금이 붙은 금액으로 팔렸다. 온라인 암표 거래가 이뤄지는 곳은 이런 판매 플랫폼뿐만이 아니다. 네이버 카페나 트위터 같은 SNS에는 조금만 검색해봐도 각종 공연, 행사의 티켓을 판매한다는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현장 단속이 가능한 오프라인 암표 매매와 달리 온라인 암표 판매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거기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의 등장과 얼마를 벌 수 있는지 시세를 보여주는 2차 거래 전문 사이트의 등장으로 온라인 암표 판매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 10대들까지 '플미 티켓' 돈벌이에 뛰어들어

    온라인으로 시장이 옮겨지며 ‘암표’는 ‘프리미엄 티켓’ 속칭 ‘플미 티켓’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됐다. 이름만 달라진 게 아니다. 판매 연령대도 급격히 낮아졌다.

    ‘플미 티켓’의 판매가 점차 쉬워지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10대·20대가 용돈벌이 삼아 플미 티켓 판매에 나서고 있다.

    실제 ‘플미 티켓’거래로 수입을 얻고 있다는 20대 B 씨는 “어린 학생들이 프리미엄 티켓 판매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라며,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하는 것 같아요”라고 학생들이 온라인 암표 시장의 새로운 판매자로 나서고 있다고 일러줬다.

    [#2] 아무래도 우리 같은 애들은 용돈벌이가 특별히 많지 않으니까 플미표 있다는 거 안 이후로는 꽤 많이 한 거 같아요. 예매 날이면 다 같이 피시방 가고… (프로 게임 경기 티켓을 프리미엄 판매 한 적 있다는 고등학생 C 양)

    (일러스트=CBS노컷뉴스 김민지 객원기자)

     


    전문 암표 상인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용돈을 벌어보려는 일반인들이 메꾸고 있다. 8만 원짜리 콘서트 티켓을 35만 원에 판매한 적 있다는 20대 D 씨는 티켓 판매 수익을 생활비로 사용했다며, 당장 쓴 돈이 없을 때 플미 티켓 판매가 괜찮은 돈벌이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플미 티켓 판매는 큰 유혹이 된다.

    그러나 온라인 암표에 대한 뚜렷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미성년자의 티켓 판매에 대한 규정이 있을 리가 없다. 국내 최대 규모의 2차 티켓 거래 사이트인 ‘티켓베이’에선 만 17세 이상이기만 하면 티켓 판매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전자상거래 법에 따르면(제13조(신원 및 거래 조건에 대한 정보의 제공) 통신판매업자는 미성년자와 온라인 거래를 할 때에 미성년자 본인 또는 법정 대리인이 해당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하여야 하지만 온라인 프리미엄 티켓 거래는 익명성을 보장해 이뤄지므로 상대방은 티켓 판매자가 성인인지 미성년자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티켓팅 실패하면 플미 사지 뭐..." 너도 나도 이용하는 플미티켓

    대부분의 플미 티켓 거래는 다른 사람들도 하는데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태도로 이뤄진다. 판매자 연령대만 낮아진 것이 아니고, 10대 구매 수요 또한 늘었다.

    플미 티켓을 구입해 아이돌 콘서트에 갔다는 한 10대 학생은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정말 가고 싶은 콘서트라면 플미 티켓을 구매해서라도 가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다음에도 비슷한 상황이 생긴다면 플미 티켓을 구매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암표시장에서는 콘텐츠 창작자와 정당한 유통업체가 아닌 제삼자가 이득을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자리가 돌아가는 것이 왜 문제냐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티켓베이의 한혜진 이사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차 티켓 시장은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따라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티켓베이 서비스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2차 판매자가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가져가거나 10대들마저도 용돈벌이를 위해 가지 않을 공연의 티켓팅에 뛰어드는 일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무료 배포용 티켓까지 판매하거나 시장을 교란시키는 불법 매크로 같은 불법 프로그램이 유통되는 2차적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SNS에서 '매크로'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물들

     



    ◇ 만연한 플미티켓 문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은 막아야

    아이돌 콘서트나 문화, 연예 공연의 경우 티켓의 주요 소비층인 팬들 스스로 자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2차 판매자의 정보를 모아 티켓 판매 사이트나 주최 측으로 보내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만연한 플미 티켓 문화를 바로잡기엔 부족하다. 현행법으론 암표의 현장 거래만을 단속할 수 있다. 지난 10월 2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온라인 플미 티켓 거래를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온 이유다.

    ‘문화 예술 체육 쪽 암표 관련법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라는 제목의 이 청원은 프리미엄 티켓, 암표가 문화·예술계 시장 생태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1월 27일 자로 종료된 해당 청원에는 23,459명이 참여했다. 순수하게 즐기기 위한 공연이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책이 필요하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월 16일 대표 발의한 ‘공연법 일부 개정안’은 온라인상에서의 암표 거래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 등 다수 의원들이 온라인상의 2차 티켓 거래, 특히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사용한 악의적 거래 등을 단속하는 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하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암표' 규제 대책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플미 티켓은 돈이 아쉬운 학생들의 용돈벌이 노릇을 계속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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