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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방송, 오프라인 넘다…'無스펙·100%정규직' 앞장



기업/산업

    1인 방송, 오프라인 넘다…'無스펙·100%정규직' 앞장

    "오래 일하면서 자기 뜻을 펼칠 수 있어야 좋은 콘텐츠 나와"
    "유튜브 생태계에선 학벌 나이 전공 무의미"…"시장 경계 점점 더 허물어질 것"
    "콘텐츠는 무조건 우상향"…"크리에이터의 잠재력에 집중, 브랜드로 성장"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_유튜브 스타트업_왼쪽부터 캐리소프트 박창신 대표, 샌드박스 이필성 대표, 비디오빌리지 조윤하 대표

     

    "단 한 명의 비정규직도 두지 않습니다. 전원 모두 정규직이 철칙입니다. 좋은 방송사에 들어가려면 대단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소수만 뽑기 때문에 영상 전공자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대단히 한정적인데, 저희만이라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려 합니다"

    6일 서울 대치동 구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서 캐리소프트 박창신 대표는 사업 성공에 바탕이 된 경영 철칙을 밝혔다. 기자 출신인 그는, 미디어 업계의 고질적인 차별을 없애고 모두가 같은 인격체로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유튜브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은, 이전 시장에는 없던 가치 실현에 앞장설 수 있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독보적인 콘텐츠로, 엄청난 규모의 수익 창출로 이어졌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_ 캐리소프트 박창신 대표

     

    캐리소프트는 '캐리 언니'가 장난감을 갖고 노는 1인 방송에서 공연, 키즈카페, 칫솔 볶음밥, 캐리 요구르트 같은 캐릭터 상품 등 오프라인 영역으로도 무섭게 확장하고 있는 키즈 콘텐츠 전문 기업이다. 뽀통령 '뽀로로'에 이어 이른바 '캐통령(캐리+대통령)' 열풍을 일으키면서 지난달 기준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만 240만명에 달한다. 캐리소프트의 대표 채널인 '캐리앤토이' 조회수는 무려 19억 뷰가 넘는다. 내년에는 모바일 게임도 선보인다. 모바일 유튜브 콘텐츠가 다양한 오프라인 콘텐츠로 확장하는 셈이다.

    박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심심하고 놀고 싶어 하지만 점점 어린이 콘텐츠가 공중파에서 사라지고,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 동영상에 노출되는 환경에 주목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하루에만 수억 분의 동영상이 쏟아지는 시대에서 그저 솔깃한 콘텐츠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하기 힘들다. 박 대표는 이처럼 '정답'이 없는 생태계에선 유튜브 스타트업만의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는 '팀워크'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연기자도 기획하고 기획자도 촬영하는 '팀 단위 협업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직원도 같은 위치에서 자기 뜻을 펼치고, 모두가 서로 힘을 합치는 구조는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하기에 충분했다.

    박 대표는 "작은 조직이지만 직원 한 명을 가족이라 여기고, 그의 미래 부양가족까지도 고용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한 명 고용할 때마다 곱하기 4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방송고, 미디어고 같은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을 매년 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고3 때 진학이 아닌 취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아이들에게 3년 간 정규직 채용 뒤 대학 진학의 기회도 제공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_샌드박스 이필성 대표

     

    110억 뷰가 넘는 유튜브 조회수를 보유한 '샌드박스'도 성공한 1인 방송 채널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힌 대표적인 '유튜브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도티, 풍월량, 장삐쭈 등 120개 이상의 게임, 키즈, 개그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를 보유한 샌드박스는, 이들 크리에이터 캐릭터를 활용한 머천다이징 브랜드 '샌드박스프렌즈'와 게임 앱 '샌드박스런', 색칠 공부 앱 '샌드박스 컬러'를 론칭했다. 샌드박스 크리에이터 공식 MD 상품 판매 쇼핑몰인 '샌드박스 스토어'도 운영한다.

    샌드박스 이필성 대표는 약 2년 전 잘 다니던 IT 회사를 그만두고, 당시 이미 1인 크리에이터로 유명세를 타던 친구와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1인 크리에이터가 단순히 파워블로거 같은 게 아니라 정말 큰 사랑받는 존재고, 잠재력이 있다는 것에 확신했다"는 그는 "크리에이터 중심의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단순 크리에이터가 아닌 콘텐츠 브랜드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이나 뽀로로가 이제는 브랜드가 된 것처럼 유튜브 크리에이터들도 브랜드 성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_비디오빌리지 조윤하 대표

     

    18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비디오빌리지'는 크리에이터 주축인 1인 방송을 넘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엉뚱한 실험이나 웹 드라마 등 직접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면서 크리에이터 브랜드화에 성공한 '유튜브 스타트업'이다.

    창업 초기 소위 '톱 크리에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출발한 비디오빌리지는 크리에이터 육성부터 해야 했다. 페이스북에서 독특하거나 인기 있는 사람을 데려오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누구의, 어떤 콘텐츠가 지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는지 하루하루가 시험대였다. 이렇게 크리에이터를 직접 키우면서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크리에이터의 슬럼프나 개인 사정 같은 리스크가 생겨도 팀이라는 프로덕션 체제로 극복할 수 있었다.

    비디오빌리지 조윤하 대표는 "1인 방송 자격증이나 대학 전공이 있는 영역도 아니고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라면서 "이런 곳에서 채용에 제한이나 자격, 기준을 주는 것은 경쟁력을 깎아 먹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 채널에서 "학벌, 나이, 전공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현재 비디오빌리지 직원 평균 나이는 25살이다.

    조 대표는 "'얼마나 유튜브를 많이 보고, 재밌는 콘텐츠가 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느냐'가 채용할 때 중요한 요소이고 계속 전문화, 고도화시켜나가는 회사의 숙제"라고 말했다.

    물론 이들 유튜브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영상 콘텐츠로 돈 벌기는 정말 어렵다"는 박 대표는 "3개월 동안 번 돈이 17만 원이었고 6개월 정도 어둠의 터널에서 보냈다"고 말했다. 작은 창고에서 4명이서 시작했다는 샌드박스나 졸업도 안 한 학부생을 포함한 5명이 월급도 없이 5평짜리 오피스텔에서 머리를 맞댔다는 비디오빌리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은 2~3년 만에 수십억대의 투자를 유치하고 매출 상승은 물론 10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캐리소프트는 장난감 놀이가 사라진 세상에서 유튜브를 키즈 콘텐츠의 플랫폼으로 삼았다. 박 대표는 "아이들이 유튜브를 통해서 엄마, 아빠를 만나고 또 그 아이를 중심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이 다 소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캐릭터'에 방점을 찍고, 이를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사람인 '캐리 언니'와 캐릭터 '꼬마 캐리'의 소위 '하드 캐리'는 아이들의 시선을 멈추게 했고 이는 캐릭터 상품화로 이어졌다. 캐릭터 '캐리'와 '엘리'는 어린이 독서, 노래, 공연, 식품, 키즈 카페, 게임 등 다방면에 활약하고 있다. 동영상 콘텐츠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다국어 유튜브 채널로도 운영 중이다. 디즈니 엘사, 안나처럼 "세계 어디를 가든지 캐리를 만날 수 있도록 글로벌화하겠다"는 게 캐리소프트의 포부다.

    샌드박스 이 대표는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의 기반 시설"이라 정의했다. 크리에이터의 잠재력에 확신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방송을 하려면 전파가 있어야 하고 자동차 사업을 하려면 도로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의 기반"이고 "크리에이터는 꼼수나 전략이 아닌 시청자에게 좋은 걸 보여주는 게 유일한 성공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을 뽑을 때도 '유튜브를 얼마나 보고, 유튜브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그들의 일상에 깊이 있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유튜브라는 생태계를 좋아하고, 내가 일을 계속할 곳이라고 믿음을 가지는 사람을 뽑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비디오빌리지 슬로건이 "Live your life"라고 말했다. "유튜브라는 하나의 채널은 사람의 삶을 담는 공간"이라는 그는 "한 채널에서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월 단위, 주 단위, 일 단위로도 볼 수 있는데 이를 보는 게 굉장히 큰 즐거움이고 사람들은 여기서 많은 가치를 느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는 유튜브가 가진 철학과도 맞닿아 있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게 조 대표의 얘기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아무래도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크리에이터 신청을 많이 하지만 관심을 받고 싶다거나 유명해지고 싶어서 해보는 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처음엔 조회수가 많이 나올 것 같아서 소위 '신기한 분들'을 많이 데리고 해봤지만, 단발적이고 가치가 빠져 있다는 생각에 퇴출하기도 했다"고 조회수나 인기에 편승한 유튜브 방송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콘텐츠를 만들고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것에 사명감을 가지고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며 "당장 수익이 얼마가 나오고 유명해지고 잘 나가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차라리 연예인을 하는 게 맞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는 "처음부터 '뜰 것 같아서 해볼까?' 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의미 있는 콘텐츠는 조회 수를 떠나서 의미가 있다"면서 "다른 크리에이터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사람,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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