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 선창1호를 들이받아 13명의 사망자를 낸 급유선 명진15호. (사진=이한형 기자)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를 낸 급유선 명진15호가 지정항로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낚시어선 선창1호(9.77t)와 급유선 명진15호(336t)가 충돌한 영흥 수도는 영흥도와 선재도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닷길(협수로)이다.
영흥도와 선재도를 잇는 1.2㎞ 길이의 영흥대교 아래에서 급격히 좁아져 늘 사고 위험에 노출 돼 있다.
수로가 좁고 수심이 10m 안팎으로 얕아 주로 20t 이하 소형 선박이 지나다니지만 명진15호 같은 300t 이상 중형 선박의 왕래도 잦다.
원래 이 주변 해역의 지정 항로는 따로 있다. 영흥도 서쪽을 돌아가는 길인데, 해로가 넓고 수심이 깊어 안전이 확보돼 있어 권장하는 길이다. 지정 항로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선박교통의 안전을 위해 지정한다.
우선피항선을 제외한 나머지 선박은 일부 예외 사유를 빼고 반드시 지정항로로 항해해야 한다.
우선피항선은 다른 선박의 진로를 우선적으로 피해야 하는 배다. 노와 삿대로 운전하는 선박, 예선, 낚싯배 등 20t 급 이하 선박 등이 우선피항선에 해당한다.
선창1호와 명진15호의 사고 당일 항적도. (사진=인천해양경찰서 제공)
문제는 급유선도 우선피항선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이다.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은 항만운송사업자가 소유한 선박을 우선피항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상화물운송사업 등록이 된 명진15호는 300t이 넘는 중형 선박임에도 우선피항선이라는 이유로 소형 선박이 다니는 영흥 수도로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운항 금지 구역만 아니라면 선장 판단에 따라 지정항로를 벗어나 마음대로 항해할 수 있다. 규제할 법적 근거도 전혀 없다.
주민들은 "영흥 수도로 중형 선박이 다니지 못하게 해달라"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영흥 수도를 이용하면 지정 항로를 이용할 때보다 40분 가량 시간이 단축되고 유류비도 절감할 수 있다"며 "넓고 포장이 잘 된 도로 대신 비포장 지름길로 간다고 하는데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직접 나서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장관은 "준설이나 항만 확장 등 안전 강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은 꼭 필요한 것 같다"며 "좁은 수로에 작은 어선과 큰 배가 함께 다니는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통행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