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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세 번째 이동에 지쳐가는 이재민…텐트 없는 설움도



대구

    [포항지진] 세 번째 이동에 지쳐가는 이재민…텐트 없는 설움도

    거처를 옮기는 포항 지진 이재민들.

     

    "마음도 불안한데 여러번 거처를 옮기려니 힘들죠. 나는 다리도 없는 장애인인데…"

    21일 오전, 텐트 설치를 마치고 지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 400여명을 수용한 포항 흥해 실내체육관.

    체육관에서 만난 한 이재민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두 다리 대신 의족을 찬 흥해 주민 옥상호 씨는 거처를 세 차례 옮겼다니느라 기운을 모두 소진했다고 말했다.

    옥 씨는 "대피소에 텐트가 생긴 것은 좋지만 세 번이나 이동하느라 기운이 다 빠졌다"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포항에 규모 5.4의 강진이 닥친 지난 15일 흥해 실내체육관으로 온 옥 씨는 이틀 전 흥해 남산초등학교로 갔다가 이날 오전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 복구가 장기전으로 흐르면서 이재민들이 거처를 수차례 옮기는 등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포항 흥해 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이재민 텐트.

     

    이날 거처를 옮긴 이재민들은 추운 날씨에 손을 불어가며 짐을 옮겼다.

    그러나 이들의 얼굴은 여진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한 거처에 대한 걱정으로 어둡기만 했다.

    이재민 홍모 씨는 "잠자리가 자주 바뀌니 잠도 안 온다. 밤마다 잠들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은 일부 이재민들은 그저 부러워할 따름이다.

    흥해 남산초등학교에 머물고 있는 100여명의 이재민들은 여전히 텐트도 없는 트인 강당에서 얇은 매트 몇 장을 깔고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이들은 이웃이 새 거처로 떠날 때마다 "나는 언제 텐트가 있는 대피소에 보내주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 역시 집이 붕괴 위험에 처해 있어 돌아갈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만 당장은 불편을 감수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남산초에서 만난 이재민 김순복 씨는 "내일 갈 지, 모레 갈 지 아무 것도 모른다. 누구는 내일 자리를 옮긴다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특히 오는 22일부터 흥해 주민 일부가 LH임대주택으로의 이주를 앞두고 있어서 아직 향후 거처가 확정되지 않은 이재민들의 '집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의료진 등 전문가들은 이재민을 위한 안전하고 안정적인 거처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또 다른 대피소인 흥해공고에 텐트를 추가로 설치해 이재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겠다. 임대주택 입주 등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집계된 지진 피해액은 663억을 넘어섰으며 진앙지 주위의 다가구·다세대 주택 305곳 중 27곳은 정밀진단이 필요하고 4곳은 사용이 위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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