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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학생 탓?…'현장학습 사망' 학생 두 번 죽이는 업체



사건/사고

    죽음도 학생 탓?…'현장학습 사망' 학생 두 번 죽이는 업체

    지난 15일 회사가 작성한 산업재해 보상보험 신청서 (사진=문준영 기자)

     

    제주에서 산업체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생이 숨진 가운데 회사가 사고 원인을 사실상 학생에게 떠넘겨 논란이 일고 있다.

    서귀포시내 모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인 고 이민호(18)군은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한 음료 제조회사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사고를 당해 숨졌다.

    당시 이 군이 제주시내 병원 중환자실에 있던 지난 15일, 회사 측은 산업재해 신청서를 작성했다. 경황이 없던 유족은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신청인에 서명을 했다.

    하지만 회사가 작성한 신청서에는 이번 사고 발생 원인이 사실상 이 군 개인의 잘못으로 일어난 것처럼 명시했다.

    CBS 노컷뉴스가 확보한 이 군의 '산업재해 보상보험 신청서'에는 재해 원인과 발생 상황에 '재해자(이민호)가 적재기를 운용하여 완제품 적재 업무 수행 중 갑자기 운전조작반의 정지스위치를 작동하지 않고 설비 내부로 이동하여 설비 조치 과정에서 상하작동설비에 목이 끼이는 협착사고가 발생함'이라고 적시됐다.

    사실상 이 군의 '개인 과실'로 재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 김경희 노무사는 "회사가 중환자실에서 한시가 바쁜 상황에 산업재해 신청서에 서명을 하라고 했는데 부모가 이 부분을 모르다가 나중에야 불리하게 작성된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적재기를 운용하면서 업무 수행 중 갑자기 들어갔다라고 작성됐는데, 민호가 라인이나 기계가 멈춰서 정비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CCTV를 확인한 결과 이 부분이 가려져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사실 여부가 필요한 사항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이민호 군의 장례식장 화환 (사진=문준영 기자)

     

    또 "중환자실에서 잠도 못 자고 있는 학부모를 상대로 산재 신청서를 빠르게 작성한 점 등을 보면 은폐의 목적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민호가 숨졌기 때문에 재신청을 하거나 관련 기관 등과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한 원인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측은 산재 신청서가 사실에 근거해 작성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제주도의 고용 창출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건데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고 직원들도 슬퍼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공장을 재가동 하고 유족들과 적절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장소에 안전 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다"며 지난 20일 해당 산업체에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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