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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채권추심 막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 '있으나 마나'



금융/증시

    가혹한 채권추심 막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 '있으나 마나'

    대부업체에 빚진 사람에게만 적용돼 활성화 되지 못해

    자료사진 (사진 = 스마트이미지 제공)

     

    "흔한 가정주부의 추심 공포"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http://freedebt553.tistory.com/1343)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아 썼다가 이른바 '돌려 막기의 늪'에 빠진 "특별히 가난하지도, 딱한 사연이 있지도 않은 어느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라고 한다.

    "매일 오는 전화‧문자 때문에 불면증과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죽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분명 추심 문자‧전화에 더 겁이 나서 다른 빚을 져서라도 연체되지 않고 빚을 갚을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새로 진 빚은 여유자금이 생기면 곧 갚을 생각이었겠죠. 하지만 어디 그게 되는 세상인가요. 매달 나갈 돈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큰 돈 나갈 일만 자꾸 생기는 세상인 걸요."

    돈을 빌려준 사람은 빚 독촉을 할 수단이 많은 법이다.

    이상권 채권추심전문 변호사는 "채권자는 재력으로 변호사, 법무사, 신용정보회사의 채권추심직원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채무자는 재력이 없어 그 자체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상처받고 쫓기는 짐승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 변호사는 "채권추심에 있어 채무자는 민사소송의 피고보다 훨씬 열악한 지위에 놓여 있다. 소송이 결투 모델이라면 채권추심은 사냥 모델"이라며 "채무자가 대등한 무기를 들고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채무자 대리인 제도"라고 설명한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빚을 진 사람이 변호사나 법무법인, 법무조합을 대리인으로 지정하면 채권자는 대리인만 상대하고 채무자에게 연락이나 접촉을 전혀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4년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약칭 채권추심법)"이 개정되면서 이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 갚지 못하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도록 채권추심법상 예외 조항들이 붙어 있다.

    대부업체를 제외한 은행 등 금융회사에 빚을 진 경우는 적용되지 않고, 채권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신용정보회사도 이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예외로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이 제도의 혜택을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시와 성남시, 경기도가 중위 소득(최저생계비)의 80%이하로 채무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법무 법인이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서류 송달비외 무료)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많지 않다.

    한국대부금융협회 측도 "정확한 통계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활용해 회원사(대부업체)의 채권 추심에 대응하는 사례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상권 변호사는 "현행의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어떤 면에서 '눈속임'이다. 극소수만이 적용되고 대부분은 적용에서 제외된다면 이 제도는 참된 의미에서 도입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등이 지난해 11월 3일 채무자 대리인 제도의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채권추심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이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를 거쳐 올해 2월 23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뒤 지금까지 계류돼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제도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 중 하나로 보고 법 개정을 통해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오고 있다.

    채권추심법 제8조의 2에 규정된 예외조항들을 삭제하면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금융권 전체와 신용정보회사들에 적용돼 활성화 될 수 있다.

    신용정보회사들의 단체인 한국신용정보협회 측은 이렇게 될 경우 "신용정보회사들은 금융회사들이 더 이상 채권 추심을 위탁하지 않을 것이므로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채무자가 이 제도를 채무 회피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많고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연체율 증가를 예상해 이자를 올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용정보회사 중 채권 추심업을 하고 있는 곳은 22개사로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이들 회사의 영업 수익 7,152억 원 중 채권추심업으로 얻은 수익이 6,006억 원으로 84%를 차지한다.

    채권추심회사들로선 채무자 대리인 제도의 확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낼만 하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이 제도가 활성화돼 있지만 채권추심회사들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반론이 시민단체 등에선 제기된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 확대를 지지하는 복수의 변호사들은 "국회에서 채권추심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신용정보회사들이나 금융회사들의 로비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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