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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포항은 전쟁터"…조금만 흔들려도 꿈쩍 못해



포항

    [르포] "포항은 전쟁터"…조금만 흔들려도 꿈쩍 못해

    (사진=김대기 기자)

     

    "조그만 지진에도 깜짝 놀라 일어나게 돼요. 애는 밤새 울고…"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1천53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현재 대피소와 가족, 지인의 집에서 대피해 있다.



    진앙지 인근에 마련된 포항흥해실내체육관에는 흥해읍과 양덕·장성동 등 8백여 명의 이재민이 "지진이 또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규모 5.4의 강진에 지진 진앙과 가까운 북구 흥해읍 5층 규모 대성아파트 1개 동이 뒤쪽으로 4도가량 기울어 무너질 듯 위태로운 상황이다.

    또, 거리 곳곳의 건물 외벽 일부와 담벼락에 금이 가 무너져 내릴 듯 아슬아슬한 모습이다.

    사정이 이렇자 포항 흥해읍 지역 시민 8백여 명은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해 밤새 불안에 떨었어야 했다.

    이민정(35·여)씨는 언제 찾아올지 모를 지진에 졸인 가슴을 움켜쥐고 뜬눈으로 밤을 샜다.

    이 씨는 "평소에는 못 느꼈던 규모 2의 지진도 다 느껴져 잠을 못 잤다"면서 "조금만 움직여도 몸으로 느껴지고 사람들이 다 느끼니까 덩달아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 옷은 좀 챙겼는데 어른은 제대로 된 외투도 못 가지고 나왔다"면서 "집이 엉망이 돼서 하나하나 챙길 정신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진=김대기 기자)

     

    아이 셋과 몸만 빠져나왔다는 30대 여성은 "아들을 챙기는데 정신이 없어 몸만 그대로 나왔다"면서 "대피소에서 준 담요 한 장에 의지해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멍한 기분이고, 실감도 나지 않는다"면서 "집에 가서 애들 옷이라도 챙겨와야 되는데 엄두가 안 난다"고 전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수정(45·여)씨는 "가게에 있는데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이런 경험은 생전 처음이었다"면서 "가게 벽에 금이 가고 온갖 집기는 다 떨어져 엉망이었다. 무섭기도 하고 치울 엄두가 안 나 도망치듯 나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50대 부부는 밤새 집과 차를 오가다가 아침이 돼서야 흥해체육관을 찾아 언 몸을 녹인다고 전했다.

    이 부부는 "계속 지진이 오니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차로 갔고, 추위에 계속 있을 수 없어 밤새 왔다갔다를 반복했다"면서 "날이 새고 체육관에 올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40여 차례가 넘는 여진에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이재민들은 구호품을 받고 놀란 가슴을 추스르며 잠을 청했다.

    하지만, 오전 9시쯤 3.6지진이 발생하자 체육관 안은 이재민들의 울움과 비명소리로 퍼져 전날 지진 당시 주민들의 트라우마를 실감하게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향후 며칠간 규모가 더 큰 지진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를 당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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