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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첫 재즈평론가 김진묵, '트로트' 세계화를 꿈꾼다



강원

    우리나라 첫 재즈평론가 김진묵, '트로트' 세계화를 꿈꾼다

    "모차르트나 비틀즈 동네 사람들에게 우리 노래도 들어보라고 하고 싶다"

    - '재즈'·'블루스'.'탱고'.'파두'처럼 트로트는 우리 민중들의 음악
    - 삶의 뿌리를 떠올리게 하는 게 바로 우리 언어로 된 노래
    - "흑인의 노래가 재즈·블루스듯이 나는 동아시아의 노래가 트로트라고 규정"
    - 클래식이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면,우리 옛 가요는 힐링이 되고 젊어지는 음악
    - "트로트 밴드를 가지고 동아시아 음악을 세계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다"
    - 11월 17일 금요일,'김진묵 트로트밴드' 가을소나타 공연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김진묵 음악평론가

     

    이번 주 시사포커스 목요초대석에선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소통하며 영감을 나누는 음악평론가 한분을 만났다. 백발의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수염이 멋진 분,클래식 전문기자에서 재즈평론가,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춘천에서 트로트밴드를 결성해 우리의 옛 음악을 세계에 전파하고 계신 분이다.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초 재즈평론가 김진묵 씨 만나 얘기 나눴다.

    다음은 김진묵 평론가와의 일문일답.

    ◇박윤경>어서오세요. 요즘 근황?

    ◆김진묵>잘 지낸다. 평론가인데 6년 전부터는 직접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박윤경>지칭하는 말이 많다? 음악평론가, 작곡가, 연주자, 수필가?

    ◆김진묵>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한다는 얘기다.(웃음)

    ◇박윤경>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분야는?

    ◆김진묵>음악 평론가다.

    ◇박윤경>몇 해 전부턴 트로트 밴드 활동 소식도 간간히 듣는다. 궁금한 게 어떻게 트로트까지 영역을 넓히셨는지?

    ◆김진묵>클래식 음악평론으로 데뷔를 했고, 재즈음악도 좋아하고 있었다. 80년대에는 우리 사회에 재즈가 없었다. 그래서 이 좋은 음악을 보급 해야겠다 했더니 사회가 '재즈평론가'라는 계급장을 붙여주더라. 그리고나서 우리의 국악도 참 좋은 음악인데, 외국인들도 자국의 음악을 최고로 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를 다니며 민속음악공부를 했다. 인도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있었는데 어딜가든 자기네 음악을 좋아하더라. 자기 언어로 된 노래, 우리말은 편하지 않나. 노래도 우리 언어로 된 게 의식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한다. 노래가 결국 시니까. 클래식은 두뇌로 듣는다. 재즈는 혈관으로 듣는 느낌이 있는데, 우리 노래는 호흡 혹은 피부로 듣는다. 나는 100년밖에 안된 신민요를 들으면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삶의 뿌리를 떠올리게 하는 게 바로 우리 언어로 된 노래다.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에 출연한 음악평론가 김진묵씨 (사진=최원순PD)

     

    ◇박윤경>연주도 직접 하시는데, 무인도에서 갈고 닦았다는 얘기가?

    ◆김진묵>무인도는 2013년 3월~2014년 5월까지 혼자 있었다. 어려서부터 허클베리 핀, 로빈슨 크루소에 대한 동경이 누구나 있지 않나. 가서 밭을 가꿨고, 섬에서 낚시를 했는데, 성격에 안 맞아 못했다. 한 달에 한번은 나와서 음식도 사고, 사우나도 하고 그랬다.

    ◇박윤경>원래 전공은?

    ◆김진묵>작곡.

    ◇박윤경>그런데 연주에도 재능이 있으셨나?

    ◆김진묵>아니다. 나는 귀가 나쁘다. 음악평론가는 냉정히 따지자면 문학 쪽이다. 음악적 지성은 있는데 감각이 둔했다. 사실 그게 평생 괴로움의 원천이었다. 젊은이들에게 옛 가요 연주를 하라고 했더니, 잘 안하더라. 여러 번 좌절을 맛보고는 고민하다가 할 수 없이 내가 악기를 잡았다.

    ◇박윤경>트로트밴드를 어떻게 결성했는지?

    ◆김진묵>1990년대 후반에 독일 재즈그룹, 산타첼로가 있었다. CBS 창립기념으로 춘천에서도 연주를 했는데. 그들에게 97년에 우리 옛 트로트 음악을 가사를 번역해서 보냈다. 유럽인의 관점으로 편곡해보라고 했는데 멋지게 편곡했더라. 그래서 우리 음악이 세계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도에서도 트로트 음악을 들려주니 꽤 좋아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트로트를 폄하해서 보는 점이다. 그건 우리 역사가 서구를 동경하게끔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잘 사니 당당하게 우리 것을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팀을 결정했다.

    ◇박윤경>이달에 공연소식이 있던데?

    ◆김진묵>11월 17일 금요일, 춘천 문화예술회관에서 저녁 7시반에 있다.

    11월17일 공연예정인 '김진묵트로트밴드' 공연포스터. (사진=김진묵 평론가 제공)

     

    ◇박윤경>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김진묵>그동안 트로트 춘천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해왔는데, 항상 무슨 곡을 연주한다는 건 비밀이다. 왜냐하면 옛 노래들을 다 알기 때문이다.

    ◇박윤경>어떻게 참여?

    ◆김진묵>현장에 오시면 되고, 처음에는 전석 무료로 했는데 그러면 질서가 안 잡힌다 해서. 전석 만원으로 정했고, 65세 이상과 외국인들은 천원이다. 봄내 시정 홍보지 49페이지 초대장을 잘라서 오시면 티켓을 드린다.

    ◇박윤경>음악의 귀천이 따로 없겠죠. 클래식, 재즈, 트로트까지 가진 매력이 다를 것 같은데?

    ◆김진묵>다 다르다. 클래식은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다. 재즈에 거의 신앙처럼 빠져있는 젊은이들은 이 얘기를 잘 인정하지 않는데, 클래식은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다. 왜냐하면 미를 추구하는 게 본질이기 때문이다. 재즈는 살아있는 음악이다. 우리 옛 가요는 힐링이 되고 젊어지는 음악이다. 어르신들은 우리 공연을 보면서 울기까지 한다. 우리 언어로 돼 있기 때문에 낯설지 않고 또, 남과 북이 하나인 걸 확인한다. 45년 이전의 노래는 남북이 공유하고 있지 않나. 저쪽에서도 '목포의 눈물'을 부르고, 여기서도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른다.

    '김진묵트로트밴드 가을소나타 공연'에서 연주를 하고있는 김진묵씨(사진=춘천시 공식 블로그 캡쳐)

     

    ◇박윤경>당장 우리 근현대사에서 빚어진 ‘분단’의 상처와 아픔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데, 음악가로서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도 갖고 계시겠다.

    ◆김진묵>물론이다. 음악인으로서 다가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는 누군가 이기고 누군가 져야한다. 서로 이기려고 애쓰는 모습보다는 무대에서 같이 화합하는 모습이 좋지 않나.

    ◇박윤경>오늘 옛 음악하나 듣고 싶은데 한 곡 선곡해주신다면?

    ◆김진묵>좋은 노래가 많은데 '굳세어라 금순아'. 영화 국제시장에 나온 음악이기도 하다. 국제시장의 스토리가 사실이다. ‘메르디스 빅토리호라’는 배를 타고 내려오는 이야기. 인류사상 가장 극적인 탈출기라는 얘기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님도 그 배를 타고 내려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현인 선생이 노래로 불렀다. 사실 나는 어린 시절 재즈와 클래식을 좋아할 때 우리 노래를 속으로 경멸했다. '이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라는 가사들이 어린 나에게 싸구려로 들렸다. 외국 팝송 가사를 번역하면 멋있고 철학적으로 느낌이었다. 그런데 나이 들어 들여다보니, 삶과 현실이 오히려 철학보다 더 진실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박윤경>사실 젊은 세대에게도 트로트? 옛가요?하면 조금은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 걸 보면 안타까우시겠다.

    ◆김진묵>트로트라는 이름 때문에, 우리 밴드도 왜곡된 인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냥 김진묵 밴드로 하라는 얘기도 하는데, 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재즈·블루스는 흑인들의 음악이고 탱고는 남미 민중들 음악, 렘베티카는 그리스, 파두는 포르투갈의 민중음악이다. 트로트는 우리 민중들의 음악이다. 나는 조금 크게 본다. 동아시아의 개념, 한반도를 넘어서서 생각한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이 노래가 중국노래다. 많은 분들이 놀란다. 그리고 엔카와 트로트와의 경계도 참 애매하다. 엔카의 창시자를 일본에서 인터뷰하면서 "엔카의 정서는 한반도에서 왔다"고 했다. 그 분이 인천에서 자라 서울 선린고를 나왔다. 엔카의 뿌리도 우리 반도에서 간 것이다. 우리 노래와 중국·일본 엔카까지, 동아시아 노래다. 흑인의 노래가 재즈·블루스듯이 나는 동아시아의 노래가 트로트라고 규정을 졌다.

    ◇박윤경>특별히 트로트 세계화의 중심에 이 춘천이라는 도시를 꿈꾸고 계시다고?

    ◆김진묵>사실 어디든 트로트가 다 있다. 부산에는 ‘해운대 엘레지’, 목포에는 ‘목포의 눈물’, 춘천에는 ‘소양강 처녀’가 있지 않나. 제가 여기에 있고 활동하기 편하니까 그렇게 하려는 것.

    ◇박윤경>원래 고향은 아니시죠. 춘천과는 어떤 인연?

    ◆김진묵>90년에 왔으니 27년 됐다. 나이 서른 여덟에.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이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파랑새를 찾아 떠난 것이다. 그 때 마침 세계여행이 자유화가 됐다. 일본을 거쳐 인도를 갔고 전 세계를 두루 다녔다. 내가 살기 좋은 곳에 가서 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외국은 아니더라. 다시 한국으로 와서 제주, 강릉 등 전 세계 돌아다니다가 춘천이 제일 좋아서 살게됐다.

    ◇박윤경>음악을 사랑하고 또 미지의 음악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탐험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드는데, 궁극적으로 음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혹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김진묵>얻고자 하는 것보다는 나에게 음악은 천직이다. 나는 음악을 보면서 근대사의 아픔, 역사를 보게 되고 가사 한 줄 한 줄 역사적 측면에서 들여다보니 감동이 다르다. 내가 느낀 걸 평론가니까 방송이나 글, 강의를 통해 대중들에 전파하는 게 목적이고 거기에 즐거움이 있다.

    ◇박윤경>앞으로도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

    ◆김진묵>지금은 트로트 밴드를 가지고 동아시아 음악을 세계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다. 어릴 때 모차르트와 비틀즈를 좋아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우리 노래가 좋다. 마찬가지로 모차르트나 비틀즈 동네 사람들에게 우리 노래도 들어보라고 하고 싶은 것이다.

    ◇박윤경>외국 분들이 우리의 옛 노래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김진묵>사람들은 아플 때 노래한다. 내가 느끼기에 1930년대 노래가 깊다. 일제 시대의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깊은 것은 세계 모두에게 다가간다.

    ◇박윤경>앞으로 펴낼 책, 지역사회 공연 등 염두에 둔 계획?

    ◆김진묵>계획은 항상 하고 있다. 지금은 책을 또 한 권 쓰고 있다. 동학에서 해방까지가 근대사이고 그 이후가 현대사인데, 동학~6.25 끝날 때까지, 근현대사에 민중들이 불렀던 노래에 관한 책이다.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그런 노래들과 역사적 배경을 들여다보는 ‘우리 노래 속 민중사’라는 책을 반 이상 썼다.

    ◇박윤경>그 책도 기대가 된다. 앞으로 다양하고 멋진 활동도 기대하겠다. 지금까지 국내 최초 재즈평론가 김진묵 씨와 말씀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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