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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신발 아직 현관에"…순직소방관에 보내는 눈물 편지



사회 일반

    "당신 신발 아직 현관에"…순직소방관에 보내는 눈물 편지

    소방의 날 맞아 온라인 '순직소방관추모관' 찾는 이 늘어…추모편지 쇄도

    온라인 순직소방관추모관에 많은 추모의 글이 올라와있다. (사진=순직소방관추모관 사이트 캡처)

     

    #우리를 항상 보고 계시리라 믿으며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사진을 보면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데 당신은 기척이 없네요. 당신의 신발을 현관에 아직도 두고 있어요. 주인 없는 신발을 내가 신었다 고이 벗어두고, 조용히 숨을 내뱉고 돌아섭니다. 우리를 보고 계신가요?

    #선배님, 잘 지내십니까? 부족한 인력에 한 발 더 앞서 화재 진압을 하던 선배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선배님, 선배님은 멋진 소방관이셨습니다. 편히 잠드소서.

    #이렇게나 늦게 찾게 되어 정말 미안합니다. 이제야 오게 되어 미안합니다. 같이 하지못해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평안하소서.

    #당신 기일이 다가와요. 7년, 햇수로는 벌써 8년이 되어버렸네요. 멈출 것만 같았던 시간도 이렇게 흘렀나 봅니다. 아들 제대했어요. 지금 당신 만나러 현충원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제 컸다고 혼자 다녀올 수 있다고 하네요. 항상 당신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많이 그립고 보고싶어요.

    순직 소방관을 기리기 위해 온라인에 만들어진 '순직소방관추모관'. 사이트 내의 '사이버 추모실'에는 보내는 이도, 받는 이도 제각각인 편지들이 올라와 있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가 아닐지라도, 한글자 한글자 절절했을 마음이 아로새겨지는 듯하다.

    (사진=순직소방관추모관 사이트 캡처)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해당 사이트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이트에는 361명의 순직 소방관이 등록되어 있다. 고인의 사진을 클릭하면, 영정사진과 함께 소속, 순직 당시의 나이, 순직일과 함께 순직 경위 등의 정보가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고인의 유해가 현재 어디에 안장되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영정사진 오른쪽에 뜨는 '분향하기'와 '헌화하기'를 클릭하면 고인의 영정사진 밑으로 향로와 하얀 국화가 놓인다. 가족 및 친지가 아닐지라도 추모하는 마음만 있다면 온라인상으로나마 순직자를 기릴 수 있게 된 셈이다.

    1998년 10월 대구의 한 하천에서 실종 여중생 세 명을 수색하던 중 급류로 인해 사망한 이국희 소방관(순직당시 44·소방장) 앞으로는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계십니까. 생전에 직접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지금 친구 모습을 보면 아버님이 생전에 어떤 분이셨는지 알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국희 소방관 아들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다음번엔 다시 친구와 현충원에서 찾아뵙도록 하겠다"며 "친구가 멋진 소방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하늘에서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2014년 순직한 강수철 소방관(당시 48·소방장) 앞으로는 보는 이들을 절로 눈물짓게 하는 편지가 등록됐다. "향 피우고 꽃 한 송이 올리고, 멍하니 당신 사진을 봅니다. 당신 얼굴이 흐려지더니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의 아들딸은 자신의 길을 너무도 기특하게 잘 가고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해주세요". 게시글 작성자는 강 소방관의 아내로 추정된다. 강 소방관은 2014년 7월 단란주점의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했다.

    지난 10년간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51명에 달한다. 재직 중 평균 사망연령은 44세로, 공무원 직종 중 가장 낮았다. 퇴직 후 평균 사망연령 역시 공무원 직종 중 가장 이른 69세였다. 극심한 인력 부족은 기본, 현장장비를 자비로 구입해야 하거나 화재를 진압하다 불가피하게 훼손된 곳을 '자비 변상' 하는 사례까지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서는 이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에 대해 3일 천안에서 열린 제55회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국가가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소방관들에게 사명감과 희생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올해 1500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부족한 9천여 명을 차질없이 확충하겠다"고 공약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1960년 서울 관철동 화재현장 사진.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한편, 소방의 날을 맞아 과거 대형화재·소방관들의 화재 진압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 등 소방 관련 기록물들이 공개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1월 '이달의 기록' 주제를 '기록으로 보는 소방과 화재예방'으로 정하고, 관련 기록물을 9일부터 사이트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기록물은 동영상, 사진, 문서 등 총 42건으로 1950~90년대까지의 대형화재 현장 및 소방관의 화재 진압 모습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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