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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해법, 빚진 자는 죄인이라는 시각부터 버려야



금융/증시

    가계부채해법, 빚진 자는 죄인이라는 시각부터 버려야

    시민사회단체들 '채무자 권익 제고·적극적 채무조정' 촉구

    시민단체대표들이 지난 7월 11일 국정기획자문위에서 가계부채해결방안을 제안했다.(사진=참여연대 홈페이지)

     

    가수 이은하 씨가 오랫동안 빚에 시달려오다 최근 법원의 개인파산 결정에 따라 빚을 모두 탕감받게 돼 재기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화제다.

    서울회생법원은 부친의 빚과 자신의 사업실패에 따른 빚에 쪼들리다 개인파산을 신청한 이 씨에 대해 살펴본 결과 "성실했지만 운이 나빴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이은하씨처럼 운 나쁘게 빚의 구렁텅이에 빠진 보통 사람들에 대해 적극적 부채 탕감과 재기의 기회를 줄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며 잇달아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논평에서 "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취약계층에게 아직도 추가적인 빚을 계속 제공하려고 한다는 점, 적극적인 '부채 탕감'이 아니라 '채무 상환'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은 정부가 아직도 채권자 중심으로 문제를 보는 기존 정책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취약 계층의 가계부채에 대한 적극적인 '부채 탕감' 없이는 ▲금리 상승기에 거시 경제정책의 운신 폭도 확보할 수 없고 ▲개인 채무자의 인적 자본을 보존하고 축적하는 새로운 성장정책도 도모하기 어렵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줄기차게 외쳐 왔던 정책들이 이번 대책에 들어갔어야 했다"며 통합도산법 개정으로 채무자의 권익을 제고하고 채무자의 교섭력을 높일 수 있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오래된 숙제지만 "이번 대책 어디에도 이런 내용이 심도 있게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합도산법은 2006년에 종전의 회사정리법 · 화의법 · 파산법 및 개인채무자회생법을 통합해 제정한 법률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이 법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정을 통해서 ▲개인 회생 절차의 시한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 ▲개인회생절차에 적용되는 최저생계비 계산의 현실화 ▲ 주택을 담보로 제공한 개인 채무자의 경우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가 진행되는 동안 채권자가 주택을 임의로 경매처분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시절에 통합도산법을 개정해 '개인 회생기간 단축, 채무자의 최소 주거권 보장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이번 대선 공약에선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도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한 논평에서 "과감한 채무조정절차 개선 없이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서 "무조건적인 채무탕감은 지양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겠다는 정부 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채권자 중심의 정책적 기조를 유지하는 큰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 가계부채의 관리는 신속하고 과감한 채무조정을 통해 채무자의 인적 자본을 보존하고 사회경제적 회생을 도모하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통합도산법 개정을 통한 채무자 권익 제고 등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7월 11일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적극적 채무조정과 통합도산법 등의 개정을 통한 채무자 권익 제고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가계부채 문제해결을 위한 의견서'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으나 가계부채 종합대책엔 반영되지 못했다.

    정부가 적극적 채무 조정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채무자들이 돈을 갚을 수 있는데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 때문에 "빚내서 집사라"고 한 과거 정부의 정책이나 이에 편승한 금융회사들의 손쉬운 가계대출 늘리기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고, 벼랑끝에 몰린 한계 채무자의 채무 조정에 소극적인 것은 부당하다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적한다.

    파산회생변호사회의 김관기 고문(변호사)은 "도덕적 해이는 경제학에서 누구든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쓰이는 용어"라며 정책이나 법률에선 "쓰이면 안되는 용어"라고 말했다.

    판사출신으로 개인 회생과 파산 사례를 많이 다뤄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 변호사는 "도덕적 해이를 전제로 하면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라며 "인간은 다양한데 그 중엔 나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좋은 사람이라는 가정이 시민사회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법원의 개인 회생이나 파산에 대한 심리와 관련해서도 "우리 사회가 가계부채를 진 사람에 대한 경멸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따라 법원의 실무적 절차도 답답한 상황"이라며 파산신청을 하면 즉시 절차를 개시하는 미국이나 3년의 개인 회생 기간 중 2년간의 가처분 소득만 나눠 갚도록 하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채무자 보호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CBS와의 통화에서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은 채무자의 채무조정 과정에서의 권익을 높여서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것"이라며 통합도산법 개정의 필요성을 거듭 지적하고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덜어내 금융회사들이 책임지도록 하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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