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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1,400조원대로 급증한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 인식



칼럼

    [논평] 1,400조원대로 급증한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 인식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이한형 기자)

     

    24일 정부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다.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평가는 한마디로 "시스템리스크 가능성은 낮고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가계부채 총량이 최근 2년간 빠르게 증가하는 등 단기간 내에 추세이상으로 급증했지만 차주의 상환능력과 금융기관 대응 여력 등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가계 상환능력이 양호하여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예상치 못한 손실 발생시에도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S&P 등에서도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으로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권의 시스템 위험은 제한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금리와 경기변동에 민감한 취약차주의 부실화"라고 했다.

    최근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가구의 대출이 증가하고 자영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차주의 대출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과 맞물리면서 이들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상환부담 증가와 부실 발생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정부의 평가는 가계부채의 실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가계부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이것은 가계부채에 대한 시중의 우려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1,400조원대로 급증한 가계부채가 심각한 것은 미국발 금리인상의 방아쇠가 당겨져 금리가 치솟게 되면 가계가 이자부담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지게 되고 이것은 부동산 침체, 소비위축, 기업경쟁력 약화, 실물경제 악화, 제2금융권 부실 심화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경제위기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낮을지 모르지만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어떻게 보면 정부가 관계기관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정부로서도 이번에 대책을 내놓으면서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래야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더 힘이 실려 추진되고 가계의 협조도 더 원활하게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제기되면 그동안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동안 정부나 금융기관은 뭐하고 있었냐에 대한 반성과 책임론이 자연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정부가 꺼려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반성을 거쳐야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약점을 드러내는 구조적인 측면이 있다.

    20년 전 외환위기 이후 실직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한계가구와 기업부실을 피해 손쉬운 영업에 나선 금융기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가계부채가 기업부채의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은 정부가 앞장서서 가계 빚을 부추겨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경제성장을 떠받치도록 정책을 이끌어간 영향이 크다.

    새 정부들어 종합대책을 내놓았을 때는 이런 점에 대한 진솔한 반성이 뒤따랐어야 했다고 본다.

    이번 대책에는 금융측면의 대응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가계상환능력 제고를 위한 소득대책과 구조적 증가 원인에 대한 대응을 병행하는 등 종합적인 접근을 통한 해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또 차주 특성별 심층 분석에 기반해 빚진 사람들을 4그룹으로 나눠 상환능력이 취약한 그룹에 관심과 지원을 쏟는 맞춤형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이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이 경우 채무자의 도적적 해이가 최소화되도록 지원대상을 잘 선별해 귀중한 돈이 새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에 대한 지원비용은 결국 일반 국민이나 금융기관을 이용한 다른 고객에게 전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른 나라의 채무구제제도를 눈여겨 보는 것도 필요하다.

    싱가폴에서는 교육비나 의료비 증가 등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와 다주택 투기나 과소비에 의해 빚이 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채무자를 구별해 서로 다른 구제책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대책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총량 측면에서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놓은 새 제도이다.

    내년 1월부터 모든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원리금을 모두 반영하는 신(新)DTI(총부채상환비율)를 시행하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앞당겨 내년 하반기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면 같은 소득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이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게 된다.

    관건은 신DTI와 DSR비율을 얼마로 정하느냐이다.

    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전날 당정협의에서 “빚으로 집을 사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

    이 말이 공언(空言)이 되지 않도록 당국의 각별한 노력과 분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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