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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읽듯 한 박근혜…어수선했던 재판정



법조

    '담화문' 읽듯 한 박근혜…어수선했던 재판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 선언'은 재판 시작부터 1시간 45분 동안 돌발적으로 진행됐다.

    재판부와 검찰측도 느닷없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사임 입장 발표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이어 방청객으로 온 지지자들은 수시로 웅성거렸고 일부는 울음을 터트리는가 하면 한 방청객은 "차라리 나를 사형시켜 달라"며 고함치다가 퇴장당했고 혼절까지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박근혜 '담화문' 읽듯 재판정 첫 입장 발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80차 공판은 16일 오전 10시에 시작됐다. 당초 이날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에 근무했던 김 모 전 행정관이 증인으로 예정돼 있었다.

    재판부는 증인 신문에 앞서 지난 13일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입장을 먼저 설명했다.

    김세윤 재판장은 "SK관련 뇌물 공소사실은 일부 신문이 진행됐지만 증거조사가 다 안됐고 (박 전 대통령의)구속 전 지위나 증인 관계를 더해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 재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장 설명이 끝나자 곧바로 유명하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 변호사는 "재판장님의 말에 대해 의견이 있고 피고인이 할 말이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직접 심경과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미리 적어 온 쪽지 내용을 봤다. 그리고 준비된 원고를 평소 '담화문'을 발표하는 것처럼 이어나갔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낮은 목소리 톤 그대로 였다.

    "구속돼서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돌아왔고 이로 인해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습니다.(중략)

    저는 롯데 SK뿐 아니라 재임기간 그 누구로부터 부정청탁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습니다. 재판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저에 대한 구속 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 요청을 받아들여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변호인들은 물론 저로서도 무력감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 변호인단은 사임 의사 전해왔습니다"

    원고를 읽는 동안 고요했던 법정은 순간적으로 술렁였다.

    박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마무리되자 유 변호사가 '휴정'을 요청했다. 오전 10시 19분이었다.

    휴정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이 퇴정하자 방청석에서 지지자들이 "더 용기를 내주세요"라며 소리를 질렀다. 재판장은 '정숙'을 요구했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천벌을 받으려고 저XX한다"며 법정을 빠져 나갔다.

    10시 30분. 재판장이 다시 재판 속개를 선언했다. 안경을 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들어왔고 채명성 등 다른 변호사들은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사임을 했다는 시위로 보였다. 유영하 변호사 혼자만 피고인석 옆에 앉았다.

    유영하 변호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재판부 향해 독설 내뱉은 유영하 변호사

    유 변호사의 입장 발표가 이어졌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독설'은 거칠어졌다.

    "피고인은 모멸감을 극한의 인내심으로 견뎌왔습니다. 변호인들은 유례없이 방대한 기록을 검토했습니다.

    본 사건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의식에 변호인들은 재판에 성실하게 임해왔습니다. 이는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또 재판부에 대한 무한 신뢰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정 추정원칙과 불구속 재판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면서 변호인들은 향후 재판절차에 관여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모두 사임을 결정했습니다.

    계속적으로 특유의 장광설이 이어졌다.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광장의 압력으로 형식적 법치주의가 부활하고 야만의 시대가 되살아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재판부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까.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며 허허롭고 살기가 가득한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납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유 변호사는 스스로의 감정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듯 잠시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유 변호사가 감정을 고조시키자 방청석의 지지자들도 동시에 울음을 터트렸다.

    유 변호사는 이어 "변호인의 무책임과 꼼수 비판이 있겠지만 감당하겠습니다. 그러나 추가영장 재발부는 사법부 역사의 '흑역사'가 될 것입니다"라며 재판부를 모욕하는 발언을 던졌다.

    재판부는 다시 한번 "외적 고려없이 영장 발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들에게 "복귀를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측이 받게될 '불이익'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언급했다. 김세윤 재판장은 ""심리 지연으로 인한 손해는 박 전 대통령에게 그대로 돌아갈 것"이라며 거듭 복귀를 요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한 중년 여성…"차라리 나를 사형시켜라"라고 고함

    이때 방청객에 있던 한 중년 여성이 "판사님! 차라리 저를 사형시켜주세요. 이 세상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단식을 했습니다"라고 고성을 질렀다.

    피고인석의 박 전 대통령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중년 여성에게 퇴정을 명했다. 법정 경위들이 퇴정을 거부하는 그녀의 사지를 들고 끌고 나갔다. 법정 밖에서는 그녀는 거의 혼절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장했다. 이번에도 지지자들은 합창하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해 "힘내십시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또 다른 여성은 '욕설'을 퍼부었다. 재판부에 대한 욕설인지 대한민국에 대한 욕설인지 아니면 다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법정이 어수선한 사이 유영하 변호사는 기자들을 따돌리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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