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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총파업 39일째… 공영방송 이사회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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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MBC 총파업 39일째… 공영방송 이사회는 지금

    현 야권이사 1명씩 자진사퇴, 방문진은 '방통위 감독권' 거부

    지난달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KBS-MBC의 공동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MBC본부의 파업은 12일 현재 39일째 진행 중이다. (사진=박종민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와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가 경영진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총파업을 시작한지 39일이 되었다.

    두 노조는 현 고대영 KBS 사장과 현 김장겸 MBC 사장을 보도공정성과 제작자율성을 침해한 장본인으로 지목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이들을 선임한 이사회에도 이사장 퇴진 등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40일 가까이 진행된 파업 국면에서 양대 공영방송 이사회에서는 현 야권이사(구 여권이사)가 각각 1명씩 물러나는 일이 벌어졌다. 이화여대 교수인 유의선 방문진 이사는 지난달 8일, 한양대 교수인 김경민 KBS이사는 11일 자진사퇴했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유지됐던 7:4, 6:3 구조에 균열이 난 것은 의미가 있다. 한두 사람만 더 자진사퇴하면 현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 '다수'의 생각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현실'은 여전히 공영방송 이사진 다수가 경영진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 방문진, 방통위 '감독권 행사' 사실상 거부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은 현 '김장겸 체제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로 어제(11일), 방문진은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및 방문진 사무 집행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방통위는 방문진법과 민법 제37조 등에 따라 감독권을 발동해 지난달 21일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방통위는 또한 MBC 총파업이 현재진행형이고, 김장겸 사장 등 MBC 전·현직 간부들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요청한 자료는 △MBC 사장 추천 및 해임 관련 자료 △MBC 노사 단체협약 사항 △MBC 기본운영 및 상·하반기 운영 계획 △MBC 소송현황과 소송비용 지급 내역이 포함된 결산승인 자료 △이사진의 법인카드·업무추진비 사용내역 △방문진 회의록·속기록·녹음파일 등 총 44항목이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사진=김수정 기자/자료사진)

     

    그러나 방문진 다수이사(현 야권이사, 구 여권이사)들은 방통위 검사감독권에 의한 자료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통상적 범위 내 자료요청에만 적극 협력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소수이사(현 여권이사, 구 야권이사)들은 이같은 결정에 항의하며 회의 도중 퇴장했다.

    방문진이 방통위의 자료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자료 제출을 할지 말지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며 당초 방통위가 제시한 기한인 9월 29일을 이달 13일로 연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원들의 의견은 갈렸다. 12일 오전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석진 위원은 "언론사에 대한 정부의 여러 행정 절차는 물의가 따라서는 안 된다.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삼석 위원은 "법에 따른 주무관청으로서 업무조사 감독권을 발동했는데 거부하고 있다. 이번 감독 목적은 파업 중인 MBC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는지 운영·확인하기 위해서"라며 "(이와 관련된 안건이) 공식 접수된다면 (방통위가) 신속하고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본부는 방문진의 '자료제출 거부' 결정을 강력 비판하며 방통위에 방문진 이사진 해임을 촉구했다.

    MBC본부는 12일 성명을 내어 "MBC의 전·현직 경영진은 지난 10년간 고질적인 불공정·왜곡·편파 방송을 일삼았고, 한국 언론사상 최악의 노동 탄압을 자행했다. 방송법과 노동관계법 등을 위반한 범죄 행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MBC의 관리 감독 기관인 방문진은 이 모든 불법 행위에 철저히 눈을 감았다. 오히려 현 김장겸 경영진을 비호하기 위해 방문진법에 명시된 의무 사항인 '2016년 MBC 경영평가보고서'마저 폐기했다. 이미 스스로 존재 의미를 부정한 식물기관으로 전락한 것이 오늘날의 방문진"이라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구 여권이사들은 방통위의 검사·감독이 언론자유와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과거 정권이 기획한 것으로 드러난 국가정보원의 MBC 장악 문건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그들"이라며 "(방통위는) 방문진에 대한 검사·감독을 철저하고 엄정하게 시행해 방문진의 부적격 이사들을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MBC본부는 내일(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국민은행 앞에서 고영주 이사장의 비리 의혹 기자회견을 연다. 고 이사장이 사규·절차를 무시하고 특정 브로커와의 거래를 MBC 경영진과 간부들에게 노골적으로 종용한 사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 KBS이사회, 노조 비난 앞장서

    KBS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KBS이사회 (사진=KBS 홈페이지 캡처)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도 방문진과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소수이사(현 여권이사, 구 야권이사)들이 '국정원 문건'과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있는 해명을 줄곧 요구해 왔으나, 3주가 지난 후인 어제(11일) 회의에서야 해당 안건이 논의된 것이 대표적이다.

    두 사안과 관련해 자신에게 의혹이 제기됐지만, 고대영 사장은 모두 부인했다. 그는 "KBS는 도청한 적이 없다", "이 보고서(국정원 문건)이 신빙성이 있는가 저는 상당히 의문을 갖고 있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이때 KBS이사회 다수이사(현 야권이사, 구 여권이사)들 역시 "국정원의 KBS 사찰·개입 의혹은 의혹을 위한 의혹에 불과하다"거나 "의혹제기한 걸 사실로 전제해 추궁하듯 진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 등의 발언으로 '안건 논의' 자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왜 구성원들이 파업에 나서게 되었는지, 회사는 이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에 관심 갖기보다는 파업의 주체인 노조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강규형 이사는 지난달 20일 이사회 출석 당시 새노조에게 집단 린치당해 전치 2주가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노조가 공개한 당시 영상에는 강 이사가 새노조 노조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함께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강 이사는 새노조가 공개한 영상이 '악마의 편집'이라며 "상대편을 악의적으로 모욕하고 조롱하는 식의 능력만 배양된 상태에서 과연 (이런 사람들이 만드는) 방송이 제대로 되겠는가 생각이 든다.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말했다.

    조우석 이사는 "이런 물리적인 폭력을 하겠다는 자체는 아무리 파업 중이라 해도 있을 수 없다. 깊은 자성이 나와야 하고 잘못됐다고 지탄이 나와야 정상적인 조직이다. (새노조가 소속된) 민노총(민주노총)은 기본적으로 폭력성향이 있다. 원래 성향 자체가 그렇다는 생각"이라며 "드디어 그들(새노조)의 마각이 폭력사태를 통해 드러났다"고 목소리 높였다.

    새노조 파업뉴스팀이 이사회 직무수행을 위해 월 100만원씩 주어지는 업무추진비를 애견카페와 쇼핑 등에 쓴 강 이사의 법인카드 내역을 공개한 것을 두고도 고성이 오갔다. 업무추진비를 원래 용도와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가를 먼저 따지기보다, 어떻게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췄고 경영진에 '조처'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9. 28. KBS 강규형 이사, 애견 카페 결제 등 법인카드 '사적 사용')

    앞서 새노조는 김경민 이사 사퇴 소식에 '환영' 의사를 전하며 "이인호 이사장 등 나머지 다른 이사들도 국민의 신뢰를 잃고 망가진 KBS의 현 상황에 책임을 지고 서둘러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을 다시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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