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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인면수심 '어금니 아빠'의 이중생활, 신상정보 공개로 끝날 일 아니다



칼럼

    [논평] 인면수심 '어금니 아빠'의 이중생활, 신상정보 공개로 끝날 일 아니다

    여중생 살해·시신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현장검증을 위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의 얼굴 등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2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씨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 범죄 예방 등 공공 이익을 위한 필요하다는 등의 법에 따른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마땅한 결정이지만 이씨의 범죄는 신상정보 공개로 끝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씨의 범죄는 아직 범행 동기 등 전모가 드러나지 않아 의혹투성이지만 드러난 내용으로만 봐도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을 분노케 한 것은 이씨의 이중생활이다.

    이씨는 그의 14살 딸과 함께 치아뿌리 감싸고 있는 백악질이 종양으로 인해 커지는 '거대 백악종'이라는 세계적인 희귀병을 앓고 있다.

    '어금니 아빠'라는 호칭이 붙은 것은 이 병으로 잇몸을 모두 긁어내 어금니만 남은 가운데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동안 트위터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딸을 위해 뭐든지 한다"며 "딸의 수술비가 없으니 도와달라"고 동정을 호소해왔다.

    또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TV에 나와 자신의 사연을 소개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고 국토대장정은 물론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제목의 책까지 발간하면서 모금활동을 벌여왔다.

    이 책에는 아홉 살 때 처음으로 '거대 백악종'이 발발한 뒤 몇 번의 힘든 수술 끝에 지금껏 열심히 살아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처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딸과 함께 행복한 '어금니 아빠' 행세를 하면서 모금해 왔던 이씨의 민낯은 충격적이다.

    이씨의 '화장실 셀카' 사진을 보면 쇄골부터 팔목까지 문신을 새긴 채 '숙성된 진정한 36년산 양아오빠'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딸 때문에 행복한 아빠와는 180도 다른, 전과 18범인 이씨의 진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동안 경찰 수사를 통해 이씨가 투신자살한 자신의 아내까지 동원한 성매매 알선 의혹은 물론 인터넷에서 1인 성인 마사지숍을 운영했다는 흔적들도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사진=이영학씨 유서 영상 캡처)

     

    이번에 이씨가 자신의 딸을 시켜 불러온 여중생 친구도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후 무려 24시간 가량이나 지난 다음에 살해된 점으로 봤을 때 성적인 대상이 되지 않았는지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이런 인면수심의 이씨가 후원을 받으면서도 생활은 외제차를 여러 대 몰고다닐 정도로 호화롭게 영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물론 호화생활이 성매매 알선 등 다른 사업을 통해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딸을 내세워 후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후원자들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씨가 후원금을 받으면서도 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데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

    이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매달 복지혜택을 받아왔다.

    이씨가 지적,정신장애 2급으로 변변한 소득이 없었다는 것이 이유로 보인다.

    이씨 가족이 받은 복지혜택은 지난 2007년부터 매달 생계급여 109만원과 장애수당 등을 포함해 160여만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가족에 대한 기초생활 수급비는 이씨의 아내가 숨진 뒤에야 지급이 중단됐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는 거리가 먼 호화생활을 해오면서도 이런 혜택을 누린 것은 이씨가 교묘하게 복지제도의 허점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씨는 고급차량을 3대 이상 굴렸지만 실제 자신 명의로 등록한 외제 차량은 배기량 2,000cc 미만 차량 한 대 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 등급자가 2,000cc미만 차량을 소유하면 재산 산정 기준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보다 꼼꼼히 행정처리를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사건으로 후원이나 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예 기부를 하지 않겠다는 ‘기부 포비아(공포)’도 우려된다고 한다.

    딱한 사정을 듣고 좋은 마음으로 도왔는데 잘못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 이후 “단체를 못믿어 개인 기부를 했는데 이제 그마저도 못믿게 됐다. 당분간 기부를 안하려고 한다”, “도와줬더니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는데 기부하기가 무섭다”는 것이 후원자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기회에 기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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