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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국가기관 동원 범죄를 '도비탄'으로 몰고 가는 세력



뒤끝작렬

    [뒤끝작렬] 국가기관 동원 범죄를 '도비탄'으로 몰고 가는 세력

    영화 '남한산성'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남한산성>에서 척화파 김상헌은 서날쇠에게 인조의 '격서'를 지방군에 전해줄 것을 어렵게 당부한다. 서날쇠는 삼 대째 쇠를 두들기는 천골(賤骨)이다.

    그는 김상헌에 묻는다. "조정의 막중대사를 대장장이에게 맡기시렵니까?"

    영화에서 날쇠는 천신만고끝에 도원수 진영에 '밀서'를 전한다. 하지만 군영의 참모들은 당혹스러워 한다. 그들은 "한낱 천한 대장장이가 가져온 밀서를 어떻게 조정의 뜻이라고 믿을 수 있는가"라고 했지만 속뜻은 달랐다.

    결국 군영의 한 장수가 '밀서가 안온 걸로 하면 끝나지 않냐'며 날쇠를 상대로 자객질에 나선다.

    영화의 이 장면은 얼마전 강원도 철원 군부대의 '도비탄 논란'을 연상시킨다. 사고 직후 군은 "사격 훈련장에서 날아온 도비탄(跳飛彈)에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도비탄은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겨 나온 총알이다

    사격장 사선에서 280미터 떨어진 곳에 방호벽이 있고 그로부터 60미터 떨어진 나무 숲 속에서 작업을 하고 돌아오던 장병이 총알에 맞아 사망했다. 군은 책임을 면하기 위해 '도비탄'이기를 강력히 원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방부는 숨진 장병이 사격장에서 날아온 '유탄(流彈)'에 맞았다고 결론 내렸다. 조준한 곳에 탄환이 맞지 않고 빗나가 해당 장병이 저격당한 결과로 뒤바뀐 것이다.

    다행히 시대가 바뀌어 '도비탄 논란'은 한달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자유당, 군사정부 시절이라면 '장병의 억울한 죽음'은 '도비탄'으로 영구 처리됐을지 모른다.

    (사진=자료사진)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 등 국가기구를 이용한 범죄 수사가 한창 무르익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두 정권의 적폐수사가 목에 찰만큼 많은 증거들이 확보됐다고 말이 흘러나온다. 전직 국정원 고위직들과 김관진 전 안보실장 등 핵심 인사들의 줄소환이 곧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 기구를 이용한 범죄 행위는 뇌물 범죄와 차원을 달리한다. 북한 공작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정보기관이 댓글팀을 만들어 선거에 개입하고 유명인들의 SNS를 샅샅이 들여다보고 기업에서 돈을 뜯어 우익단체를 지원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흔들고 부정한 범죄 행위들이다. 더욱이 그들은 왜곡과 은폐를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국가기구를 범죄 도구로 이용한 세력은 반성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 기밀인 국정원의 메인서버를 뒤져서 MB 정권 때의 여러 가지 문제점만 끄집어내서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금에 드러나는 정보기관의 범죄를 보고도 '정치 보복' 운운하는 행위는 '유탄'을 '도비탄'이라고 우기는 행위와 똑같다. 또 왕이 보낸 '격서'를 오지 않은 걸로 하고 대장장이를 죽이려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지금은 정보기관과 권력기관의 음습한 정치공작을 '도비탄'이라고 우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국가조직에서 뇌물을 먹었다면 그건 개인범죄 일것이다. 그러나 국가 조직을 범죄에 가담시킨 것은 차원을 달리하는 범죄행위이다. 또 그 조직원들을 동원해 댓글 달고 블랙리스트 만들고 극우단체를 불법으로 지원한 것은 헌법의 부정한 행위이기도 하다. 이거야말로 군대를 동원한 쿠데타와 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런 범죄를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권이 끝나면 아무런 단죄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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