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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태극기 사라진 부끄러운 한글날



칼럼

    [논평] 태극기 사라진 부끄러운 한글날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한글날은 국경일(國慶日)이다.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정부가 지정한 5대 국경일이다.

    국경일은 국가적인 경사를 온 국민이 기념하기 위해 법으로 정한 날이다. 태극기를 게양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571돌 한글날을 맞은 9일 많은 국민들은 '태극기 달기'를 외면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만나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한글날이 태극기를 다는 날인지 모르는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그저 아쉽게 끝나버린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이었을 수도 있다.

    한글날이 태극기를 다는 국경일인데도 3·1절이나 광복절의 태극기 물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글날 경축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참석자 3천여 명이 태극기를 손에 쥐고 만세삼창을 한 정도다.

    그러나 한글날에도 온 국민들이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한글날이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제정된 때는 일제 강점기로 우리의 말과 글을 빼앗겼던 19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가 우리말 사용을 금지하고 창씨개명과 황국신민화로 민족말살 통치를 자행했던 당시에 '조선어연구회' 선각자들이 중심이 돼 우리의 '한글'을 지켜냈던 것이다.

    더욱이 우리의 글자를 만든 날을 국경일로 따로 정해 기념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것도 유네스코를 통해 인류의 가장 뛰어난 발명품으로 인정받은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글'이다.

    우리만의 말과 글을 가졌다는 민족적 자긍심을 세계만방에 당당하게 자랑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글날이 국민들 마음에 국경일로서 자리 잡지 못한 원인은 정부 탓이 크다.

    세종대왕 동상 자료사진(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노태우 정권 시절이던 1990년 산업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법정공휴일을 축소하면서부터 한글날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거듭했다.

    1970년 대통령령으로 국경일이자 법정공휴일이었던 한글날은 1990년 법정공휴일이 아닌 단순 기념일로 격하된 뒤 2005년 단순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격상됐고, 2013년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 국경일이자 법정공휴일이 됐다.

    한 때나마 정부의 그릇된 역사문화 인식으로 말미암아 한글날의 위상이 떨어지고, 인터넷 시대에 따른 외래어와 신조어가 난무하면서 어느새 한글은 '외계어'가 되고 말았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모양이 비슷한 단어를 바꿔 표기하는 일명 '야민정음'이 유행하면서 한글은 시나브로 파괴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또래 문화'라든가 '언어적 유희'라고만 단순히 간주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571년 전인 1446년 세종대왕이 반포한 훈민정음은 말 그대로 '백성을 가르치는(訓民) 올바른 소리(正音)'다.

    표음문자로서 '올바른 소리'인 한글을 바르게 사용하고 제대로 보존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글의 가장 위대한 점은 사람을 위하고 생각하는 마음"이라면서 "한글 창제의 뜻은 오늘날의 민주주의 정신과 통한다"고 강조했다.

    말은 마음의 소리요, 글은 마음의 그림이다. 상대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소통 정신'이 바탕에 있어야만 곧은 말과 바른 글이 나오는 법이다.

    한글날을 맞아 훈민정음과 태극기, 소통과 민주주의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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