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國慶節)과 중추절(中秋節)이 합쳐진 8일간의 쌍절(双節) 연휴를 모두 지낸 중국이 본격적인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태세로 돌입했다.
오는 18일 개막하는 제19차 당대회가 사실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집권체제를 선포하는 대관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예측 아닌 예측’이 돼 버린지 오래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5년 마다 개최돼 차기 중국 공산당 지도체제를 결정하는 당대회를 앞두고 “이번만큼 중화권 매체들이 차기 권력의 향배를 놓고 조용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중국 내부 기류에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 내부에서도 19차 당대회가 시진핑 1인의 독무대가 될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유례 없는 긴 연휴기간에도 관영 CCTV는 '초심을 잃지 말고 계속 전진하자'는 제목의 7부작 정론(政論)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며 대놓고 시 주석 첫 5년 임기의 성과를 선전하는데 주력했다.
지난 7월 정치 다큐멘터리 ‘꿑없는 개혁 추진(將改革進行到底)’을 시작으로 달마다 시 주석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편성하던 CCTV가 연휴 기간 내내 시 주석 찬양으로 도배를 해 버린 셈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 내부에서도 19차 당대회를 통해 시 주석의 권한이 어느 수준까지 강화될 지에 모든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워낙 시 주석의 독주가 계속되다 보니 오히려 시 주석 측에서 반대파의 저항을 우려한 듯 권력 집중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양새까지 보이고 있다.
시 주석 측의 신중한 행보로 거론될 만한 것이 ‘시진핑 사상’의 당장(黨章) 삽입 여부다.
오는 11일 있을 제18기 7중 전회에서 시 주석 자신의 이름이 담긴 사상이 당장에 삽입될지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의 헌법에 해당하는 당장에 ‘시진핑 사상’이라는 다섯 글자가 삽입된다는 것은 시 주석의 지위가 현대 중국 역사상 가장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과 동등한 반열에 오른다는 뜻으로, 중국 특유의 집단지도체제의 해체와도 맞물려 있다.
하지만 지난 달 18일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18기 당 중앙이 제시한 치국이정(治國理政)의 신이념, 신사상, 신전략이 충분히 체현되도록 해야 한다"며 시 주석의 핵심이론인 치국이정을 거론하기는 했지만 ‘시진핑 사상’이라는 단어는 들어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당장에 시 주석의 핵심이론인 치국이정이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중국의 기존 집단지도체제를 존중하는 듯한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 권력의 최고봉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정원을 현재 7명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한 때 시 주석이 7명의 집단지도 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무위원이 5인체제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기존 7인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시 주석 측이 이처럼 속도조절에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중국 시 주석의 일방독주를 우려하는 중국 지도부 내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는 추측도 낳게 했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때 일본과 홍콩 언론들이 퇴진 가능성과 함께 ‘이상설’을 흘렸던 시 주석의 최측근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도 최근 스티브 배넌 전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회동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시진핑 사상’이라는 단어를 당장에 적시하지 않거나 기존의 상무위원 7인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결정도 시 주석의 대관식을 모양새 좋게 치르려는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일 뿐, 19차 당대회가 시 주석만을 위한 행사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