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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고른, 연휴에 읽을 만한 인문서 3권



책/학술

    고르고 고른, 연휴에 읽을 만한 인문서 3권

    <7가지 상품으로 읽는 종횡무진 세계지리> <소비의 역사> <걷기의 인문학>

    - ‘7가지 상품’ : 축구공, 스마트폰, 햄버거, 콜라, 커피, 다이아몬드, 청바지
    - 50파운드짜리 청바지, 다국적기업이 60%, 바느질 노동자 1% 가져가
    - <소비의 역사="">, 소비를 통해 인간의 역사가 어떻게 굴러왔는지 소개
    - 19세기 말 설탕 거부 운동 vs '설탕을 끊으면 건강에 큰 해를 입는다?'
    - <걷기의 인문학="">, 걸으면서 사유하고, 창조하고, 연대한 사람들 이야기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10월 2일 (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장동석 (출판평론가)


    ◇ 정관용> 추석 연휴 오래간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도 갖고 또 여행도 하고 이런 것도 좋겠습니다마는 조용히 책 한 권 읽으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해서 연휴에 읽으면 좋을 책 몇 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출판 평론가 장동석 씨가 책을 골라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장동석> 안녕하세요.

    ◇ 정관용> 어떤 책들을 골라오셨나요.

    ◆ 장동석> 추석 아무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가족들 둘러앉아서 정을 나누는 시간이기는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추석은 좀 소비 중심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소비에 관한 책 두 권 먼저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첫 번째 책은 경북대 지리교육과 조철기 교수의 책입니다. <7가지 상품으로 읽는 종횡무진 세계지리>라는 책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7가지 상품을 통해서 세계사가 어떻게 변했는지, 거기에는 이제 어떤 지리적 영향력이 있는지 소개하고 있어요.

    7가지 상품은 축구공, 스마트폰, 햄버거, 콜라, 커피, 다이아몬드, 청바지입니다.

    ◇ 정관용> 맨 끝에 나온 청바지부터 얘기해 볼까요.

    ◆ 장동석> 청바지의 상품사슬을 따라가 보면 굉장히 복잡한 경로가 있는데요. 우리나라 청바지는 최근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만들어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장동석> 그런데 영국인들이 즐겨 입는 청바지는 주로 ‘메이드 인 튀니지’라고 해요.

    ◇ 정관용> 튀니지?

    ◆ 장동석>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튀니지에서 만드는 청바지에 미국, 독일, 터키, 프랑스, 파키스탄, 호주, 헝가리, 스페인, 쿠웨이트 등 무려 15개 나라가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습니다.

    ◇ 정관용> 정말요? 바지 한 벌에 15개 나라가 어떻게 연결되는 거예요?

     


    ◆ 장동석> 청바지 원단은 여기서, 버튼은 저기서 가져오는 거죠. 이렇게 각각의 원자재가 모여서 한 벌의 청바지가 되는 건데요. 청바지뿐 아니라 우리가 입는 옷, 거의 모든 옷들이 이런 방식으로 최근에 생산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각종 불공정한 일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다는 거죠.

    ◇ 정관용> 불공정?

    ◆ 장동석> 그렇습니다.

    ◇ 정관용> 예를 들어서 어떤 게.

    ◆ 장동석>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 동남아시아 어떤 곳에서 수입해 오는 어떤 재료는 청소년 노동, 아동 노동이 들어가게 되고.

    ◇ 정관용> 그런 식으로.

    ◆ 장동석>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 가격 낮추기 위한 불공정 사례를 다른 상품으로 하나 소개를 해 주세요.

    ◆ 장동석> 축구공이 있습니다.

    ◇ 정관용> 축구공?

    ◆ 장동석> 이런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던 이야기이기도 한데. 축구의 본산은 역시 유럽인데. 보통 한 50파운드 정도 축구공 가격이 한다고 해요.

    ◇ 정관용> 50파운드면 우리나라 돈으로 한 7만 원.

    ◆ 장동석> 그 정도 되겠죠.

    ◇ 정관용> 그런데요?

    ◆ 장동석> 그런데 그 돈이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 저자가 한번 쭉 살펴봤습니다.

    일단 영국의 다국적 기업이 50파운드 중에서 31파운드, 60% 정도 가져가고요. 공장 소유주가 5파운드, 그러니까 10%를 가져갑니다. 바느질하는 노동자를 살펴봤는데 50파운드 중에 1파운드도 아니고 0.5파운드. 1% 채 못 되게 가져가는 거예요.

    다국적 기업이 이윤의 절반 이상 가져가게 되는 건데. 말씀 나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어린이, 청소년 노동자들이 이 축구공을 만들고 그래서 예전에 월드컵 때 실명했던 청소년 이야기도 나왔고 했었죠.

    ◇ 정관용> 그런 불공정을 이겨내기 위한 그런 상품 같은 건 없어요?

    ◆ 장동석> 특이하게 콜라가 그런 상품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장동석> 종교와 민족, 편견을 초월해서 사실상 거의 모든 국가에서 팔리고 있는 음료가 콜라인데요. 그런데 이런 음료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진 국가들도 몇몇 있습니다.

    그래서 소위 민족콜라라는 것을 만드는데요. 특정 종교나 민족을 겨냥해서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콜라. 이게 민족콜라의 정의인데요. 대표적인 것이 아랍에미리트연방의 스타콜라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잉카콜라가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장동석> 한때는 40% 넘는 매출 증가세를 보이면서 C로 시작하는 콜라의 매출을 앞지른 적도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시도가 한번 있었죠?

    ◆ 장동석> 네, 8로 시작하는 콜라가 있었죠. 비슷하지만 국내 콜라는 인기를 얻지 못했었죠.

    ◇ 정관용> 금방 없어졌죠.

    ◆ 장동석> 그렇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다른 나라도 살펴보면 양상은 비슷합니다. 중남미에서 노란색으로 콜라를 만들었어요. 페루의 잉카콜라가 한때 이 C로 시작하는 콜라를 누르고 잘 팔리기는 했는데 결국에는 그 콜라 회사에 인수가 되었어요. 그런데 잘 팔리고 지금도 좋아하는 콜라가 있습니다.

    ◇ 정관용> 어디입니까?

    ◆ 장동석> 콜라투르카.. 터키에서 성공적으로 출시를 했고요. 현재도 시장 점유율이 약 35%,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콜라 투르카?

    ◆ 장동석>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거 한번 마셔보고 싶네요.

    ◆ 장동석> 터키 가시면 한번 맛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첫 번째 책 <7가지 상품으로 읽는 종횡무진 세계지리>. 두 번째 책은요?

    ◆ 장동석> 최근 신작인데요. 연세대 사학과 설혜심 교수의 책입니다. <소비의 역사="">라는 책인데요. 현대인을 ‘소비하는 인간’, 그래서 ‘호모 콘스무스’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정말 우리는 매일 뭔가를 소비하고 있는데요.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를 지금까지는 지나치게 욕망 혹은 쾌락을 위한 천박한 물질주의의 산물로 여겼다, 저자가 이렇게 주장하고 있죠.

    나아가서 소비를 사치나 방탕과 연결시켰기 때문에 소비에 대해서 진지하게 연구를 못해 봤다, 경제학적으로도 그렇고 사회학적으로도 그렇고 역사학적으로도 그렇다, 라고 저자가 보고 있어요.

    그래서 이 책 <소비의 역사="">에서는 익숙한 물건과 공간 그리고 소비라는 인간의 행위 그것을 통해서 인간의 역사가 어떻게 굴러왔는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떤 이야기들 나올지 참 궁금한데요.

    ◆ 장동석> 기성복, 우리는 요즘 거의 기성복을 입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럼요.

    ◆ 장동석> 그런데 이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1824년 프랑스의 포목상인 피에르 파리소라는 사람이 상점을 열고 자신이 직접 만든 기성복을 대량으로 팔기 시작했는데요.

    ◇ 정관용> 그게 처음이에요?

    ◆ 장동석> 그렇습니다. 폭넓은 고객층을 상대로 한 곳에서 옷을 만들고 판매까지 하는 아주 혁신적인 시스템이 이때 태어난 건데요. 파리소가 창업한 기성복 상점은 정말 프랑스 곳곳으로 퍼져가서 분점이 생겼고요. 그러면서 인기를 끌자 봉마르셰라는 유명한 백화점까지 입점하기에 이릅니다.

    ◇ 정관용> 1824년이면 200년도 안 됐군요.

    ◆ 장동석> 그렇습니다. 이전 사람들은 거의 모두 계층에 맞게 귀족은 귀족에 맞는 옷, 또 평민들은 평민에 맞는 옷을 만들어서 입었는데요. 기성복이 나오면서 이제 계층에 맞게 역시 또 기성복을 사 입게 되는 거죠.

    남성용 기성복은 최고급은 아니어도 그 이전까지 양복을 맞춰 입었던 계층이라든가 중고의류에 만족해야 했던 계층 모두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그러니까 큰 시장을 형성하게 된 건데요.

    특히나 기성복을 사 입음으로써 평생 처음으로 ‘새 옷을 구매했다’는 진정한 행복감을 소비자가 맛봤기 때문에 기성복이 정말 불티나게 팔렸다는 거죠. 사실상 기성복은 상류사회 사람들의 복장을 좀 저렴한 방식으로 모방한 것인데요.

    ◇ 정관용> 그렇죠.

    ◆ 장동석> 이것을 사 입는 사람들이 그런 기쁨까지 맛봤다, 라고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나도 상류사회를 따라할 수 있다.

    ◆ 장동석> 그렇습니다.

    ◇ 정관용> 기성복 이야기. 또 어떤 상품 볼까요.

    ◆ 장동석> 최근에 미용 관련한 상품들이 정말 폭넓게 나와서, 저는 무슨 상품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요.

    ◇ 정관용> 화장품이나 이런 것까지 다 포함해서.

    ◆ 장동석>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보기에 여기에 흑백 갈등 혹은 인종주의 같은 것이 엮여 있다..

    ◇ 정관용> 그래요?

     


    ◆ 장동석> 흑인에 대한 인종주의는 검은빛에 대한 전통적인 편견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사실상 문명화된 세계, 이런 표현 좀 좋지는 않지만 문명세계는 빛과 어둠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토대로 구축돼 왔다고 저자는 보고 있는데요. 어둠보다는 빛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검은색을 띤 것들은 차별받고 배제되어왔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 게 미용 용품하고 어떻게 연결돼요?

    ◆ 장동석> 19세기 말 이야기를 해 주고 있는데요. 서구에서 생산된 다양한 비누가 처음 아프리카로 들어왔다고 해요, 19세기 말에.

    그래서 20세기 초반의 기록을 보니까 남부 아프리카에서 활동한 선교사의 가르침을 따라서 열심히 세수를 한 어린학생이, 흑인 학생이겠죠. “그런데 선생님은 백인이고 우리는 아직도 흑인이잖아요”, 라고 불평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 정관용> 비누로 아무리 씻어도.

    ◆ 장동석> 하얘지지 않는 거죠. 그 선교사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것을 씻으면 깨끗해진다, 라고 이야기했겠죠. 그것을 잘못 받아들인 걸 텐데요.

    좀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위생과 미용 업계에서는 ‘백색 신화’를 상품화한다는 거죠. 얼굴이 하얘진다, 이런 것을 계속 광고하고 있는 건데요. 흑백 차별이 얼마나 뿌리 깊게 남아 있는지 이런 상품들을 통해서, 비누 같은 상품을 통해서 알 수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 정관용> 또 어떤 상품 이야기를 할까요?

    ◆ 장동석> 설탕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데요. 이 책의 저자가 설탕을 노예노동 그리고 의료와 연관시키고 있어요. 19세기 말 영국에서 잠시 설탕 거부운동이 있었거든요.

    ◇ 정관용> 그래요?

    ◆ 장동석> 이게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주장한 거예요. 설탕, 쌀, 면화 등은 노예노동을 통해서 생산됐기 때문에.

    ◇ 정관용> 이건 쓰지 말자.

    ◆ 장동석> 거부하자, 이렇게 운동이 시작됐는데. 특히 설탕에 대해서 귀족들이 민감하게 반응했어요. 영국인의 일상에 굉장히 밀착된 상품이 바로 설탕이었는데, 설탕 교역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설탕이 감각적인 사치품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품이다, 이런 주장까지 내놓았습니다.

    ◇ 정관용> 설탕이 건강유지 필수품?

    ◆ 장동석> 이게 당시 영국인들이 홍차 등 차를 즐겨 마시면서 설탕을 타서 먹으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를 했거든요. 차는 건강에 좋기 때문에 여기에 넣어먹는 설탕도 좋은 것이다, 그래서 당시 의사들, 영국 의사들은 설탕을 끊으면 건강에 큰 해를 입는다, 이런 주장을 펼쳤다고 해요.

    ◇ 정관용> 그때는 그랬대요?

    ◆ 장동석> 그렇습니다. 그런데 18세기 말에 사회비평가 윌리엄 폭스라는 사람이 나와서 설탕소비가 경제적 차원뿐만 아니라 윤리적 차원에서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노예가 생산한, 노예들이 만들어낸 이 설탕을 섭취하는 일을 줄이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서 설탕을 먹는 일이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행위다, 이렇게까지 주장을 한번 했었어요.

    ◇ 정관용>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행위?

    ◆ 장동석> 그렇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지탄을 받기도 했었는데. 당대 귀족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라고 계속 비판을 했고요. 그런데 설탕 같은 경우는 이제 20세기와 21세기 들어서면서 사실은 건강에 안 좋은 것으로 판명이 났죠.

    ◇ 정관용> 설탕을 안 먹고 그냥 탄수화물을 먹어도 당분이 다 나오는데 굳이 설탕을 먹을 필요가 없는데, 그렇죠?

    ◆ 장동석> 맞습니다.

    ◇ 정관용> 또 한 권 더 소개해 주시면요.

    ◆ 장동석> 많이 소비하고 또 음식도 많이 드셨으리라 생각해서 미국의 작가이자 역사가 리베카 솔닛이 쓴 <걷기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 정관용> 걷기의 인문학.

    ◆ 장동석> 걷기 행위, 걷는 행위가 철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정리한 책인데요. 이 리베카 솔닛 같은 경우에는 한두 달 전에 한국에 와서 강연도 했었어요.

    ◇ 정관용> 그래요?

    ◆ 장동석> 페미니즘에 관해서 조금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다 알 만한 책인데요. <남자들은 나를="" 자꾸=""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 정관용> 그래요. 이 책 아주 베스트셀러였죠.

    ◆ 장동석> 맞습니다. 페미니즘 붐을 일으킨 아주 중요한 근저에 있던 책인데요.

    ◇ 정관용> 그런데 그런 분이 <걷기의 인문학="">도 썼어요?

    ◆ 장동석> 그렇습니다.

    ◇ 정관용> 범위가 넓군요.

     


    ◆ 장동석>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루소, 발터 벤야민, 마틴 루터 킹 같은 걸으면서 사유하고 창조하고 연대한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다, 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걷는 행위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인류에게 있어 가장 위대한 일들을 낳았다, 라고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보통 걷기 그러면 건강에 좋다, 이렇게만 연결을 시키는데 그 이상이다.

    ◆ 장동석> 그렇죠. 사실 현대사회는 생산지향적인,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걷는 행위가 애초부터 좀 불필요한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고 저자는 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마음을 가장 잘 돌아볼 수 있는 방식이 바로 걷기인데 현대인들은 이걸 안 하기 때문에 성찰적인 삶을 못 살고 있다라고 얘기하고 있는 건데요.

    ◇ 정관용> 그렇게 연결시키는군요.

    ◆ 장동석> 그렇습니다. 실제로 운동 때문에 걷기도 하지만 여러 철학자들이 걸으면서 사색도 했고. 그래서 저자는 걷기의 역사가 생각의 역사를 구체화한 것이다, 라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걸 ‘걷기의 인문학’?

    ◆ 장동석> 그렇죠.

    ◇ 정관용> 그 인문학적 의미를 정리해 보면요.

    ◆ 장동석> 사실 생산지향적인 문화에서 대개 생각하는 일을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아무 일도 안 하는 건 쉽지 않죠.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아무 일도 안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 저자가 보기에는 무슨무슨 일을 하는 척하는 것이다, 라고까지 얘기하고 있는데.

    인간의 의도적 행위 중에서 육체의 무의지적 리듬, 그러니까 숨을 쉬는 것, 심장이 뛰는 것에 가장 가까운 것이 걷는 행위라고 보고 있고요. 걷는 일이 사실은 일하지 않는 것, 그저 존재하는 것과 무엇을 해내는 것 사이에 미묘한 균형을 일으키는 가장 좋은 일이다라고까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앞에 루소, 벤야민, 마틴 루터 킹 이런 사람들이 걷기로 그런 것들을 했다?

    ◆ 장동석> 그렇습니다. 루소 이야기를 좀 해 드리자면. 루소는 자신의 책 곳곳에 “내가 어디어디를 걸은 후에 이 생각을 했다”라고 책에 쓰고 있어요.

    ◇ 정관용> 직접 써요?

    ◆ 장동석> 그런 대목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루소의 회고록인 <고백록> 중의 한 대목인데 제가 짧게 들려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로 사색하고 그 정도로 존재하고 그 정도로 경험하고 그 정도로 나다워지는 때는 혼자서 걸어서 여행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다. 두 발로 걷는 일은 내 머리에 활기와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 정관용> 루소. 또 어떤 사람이 걷기를 즐겼대요?

    ◆ 장동석> 즐겼다기보다는 걷는 행위를 사회운동으로 만든 사람,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인데요. 저자는 이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그 일행의 걷기를 순례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순례.

    ◆ 장동석> 목적 없이 걷게 되면 자칫 세상의 폭력에 휘둘릴 수 있는데 이 일행은 걷는 행위가 인종 간 증오를 종식시키고 평화를 구현하는 가장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순례였다.. 실제로 워싱턴광장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운집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장동석> 그 행위가 곧 순례였다라고 보고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도시에서 살다보면 걷기 힘들잖아요.

    ◆ 장동석> 그렇죠. 그래서 저도 차를 버리고 요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많이 걸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현대인은 도시가 제공하는 익명성에 숨어사는 경우가 굉장히 많죠.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는 꼭 그럴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게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라고 저자는 얘기하는데요.

    이를테면 길거리 고층건물 곳곳의 카페나 술집, 상점들 사이를 들어가지 말고 활보하면서 도시 산책자로 나를 인식할 수만 있다면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과 공유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도시를 걷는 행위가 나 혼자 걷는 행위가 아니라 익명성의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연대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개인이 시민이 되고 동료시민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도시 걷기. 이것도 장려될 만한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 정관용> 한가로운 자연풍광이 있어야만 걸을 수 있는 게 아니다.

    ◆ 장동석> 그렇죠.

    ◇ 정관용> 도시산책자. 굉장히 좋은 표현 배웠네요. <걷기의 인문학="">, <소비의 역사=""> 그리고 <7가지 상품으로 읽는 종횡무진 세계지리>. 재미있는 책 3권 소개받았네요. 장동석 씨 수고하셨습니다.

    ◆ 장동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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