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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답사기에 안쓴 명소? 화순 운주사…굉장해요"



사회 일반

    유홍준 "답사기에 안쓴 명소? 화순 운주사…굉장해요"

    유홍준이 꼽은 '추석 답사여행지' TOP 5

    - 운주사, 서민적·민중적 아름다움
    - 경주 대릉원 산책로, 가을에 좋아
    - 궁은 왕가의 집, 궁궐은 통치하던 곳
    - 소쇄원, 창덕궁 후원, 세연정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홍준(명지대 석좌교수)

     

    추석특집 김현정의 뉴스쇼 2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세요. 명지대학교 유홍준 석좌교수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나와주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교수님.

    ◆ 유홍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알아두면 쓸모있는 신비한 명소. 알쓸신명 베스트5. 어제 어떠셨어요?

    ◆ 유홍준> 나로서는 참 고르기 힘든 거 다 내 자식 같은 그 속에서 다섯만 고른다는 게 힘든데.

    ◇ 김현정> 힘드시죠?

    ◆ 유홍준> 그래도 단양의 온달산성하고 국립부여박물관, 왕흥사터 사리함. 그거는 아마 실망 안 했을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어제 5위하고 4위 듣고도 반응이 뜨거웠는데 오늘 3위, 2위, 1위. 1, 2, 3위는 도대체 어떤 게 나올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어제도 우리 교수님이 소개해 주셨듯이 수다체시잖아요, 수다체. 굉장히 하실 말씀이 많은 분이세요. 그래서 오늘 이 세 군데를 이 시간 안에 다 어떻게 소개해 주실까 걱정돼요. 그래서 주저없이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알쓸신명 베스트3위는 어디입니까?

    ◆ 유홍준> 화순 운주사를 꼽았어요.

    ◇ 김현정> 화순으로 갑니까, 화순?

    ◆ 유홍준> 전라남도 화순이요. 여기에는 제가 아직까지 문화유산 답사기 10권 속에 쓰지 않았어요.

    ◇ 김현정> 소개가 안 된 곳이에요.

    ◆ 유홍준> 나는 안 했어요. 사람들은 많이 알고 있고 좋아하는 팬들이 있는데 운주사는 정말로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찰 중에서 가장 독특한 사찰이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

     

    ◇ 김현정> 정말 유서 깊은 사찰이 얼마나 많은데 여기를 유독 고르신 이유가 뭘까요?

    ◆ 유홍준> 본래는 지금 현대의 절이 있지만 고려시대 때 만들어지고 나서 오랫동안 폐사가 됐다가 다시 새 절이 들어와서 스님의 향기도 있습니다마는 폐사가 된 그 상태를 갖고 얘기를 하면 여기는 천불천탑동이라고 해서 탑이 1000개, 불상이 1000개가 한 곳에 설치미술처럼 모셔 있는 곳인데.

    ◇ 김현정> 진짜 1000개가 있어요?

    ◆ 유홍준> 그런데 옛날 일제강점기에 세키노 다다시가 찍은 사진을 봐도 한 120개 정도의 탑하고 불상이 있었는데 지금 현재 아마 70개의 탑이 골짜기에 배처럼 생긴 운주사 할 때 주자가 배 주(舟)자로 쓰기도 하거든요.

    ◇ 김현정> 그렇군요.

    ◆ 유홍준> 거기에 구름이 머물러가서 운주사라고 하기도 하지만 배가 움직이는 것 같은 배 모양의 탑이 지금 현재만도 70개가 쭉 서 있고. 그 다음에 불상이 마치 조각 같은 식의 납작한 입면에 겨우 이목구비와 선 모양 돼 있는 게 쭉 서 있는데 그러니까 굉장히 민중적인 사찰이었어요.

    ◇ 김현정> 민중적이라고요?

    ◆ 유홍준> 그런 표현을 쓰는 이유는 석굴암처럼 위대한 분 한 분 속에 권속을 거느리고 있는 게 아니고 동등한 각지를 갖고 있는 크고 작은 가족 같은 그 불상들이 쫙 써 있는 거죠.

    ◇ 김현정> 신동국여지승람에 보면 1000기가 있었다라고 표현이 돼 있는데 지금은 한 70개. 나머지는 다 어디 갔습니까?

    ◆ 유홍준> 누가 가져가기도 하고 파손되고 폐사된 동안에 그렇게 됐겠죠. 그거는 어느 나라나 다 유적들이 그렇게 되는데.

    ◇ 김현정> 아쉽네요. 다 그대로 남아 있으면 대단했을 텐데.

    ◆ 유홍준> 지금이라도 복원하려면 할 수 있는 건데. 지금만 갖고도 굉장해요.

    ◇ 김현정> 지금은 석탑 12기, 석불 70기 이렇게 남아 있는. 이것도 대단하긴 하네요, 가보면.

    [추석특집] 유홍준 교수가 선정한 신비한 명소 베스트3 '화순 운주사'의 석탑들 (사진=지도로 배우는 우리나라 우리고장 - 충청 · 전라 · 제주)

     

    ◆ 유홍준> 대단해요. 그리고 그게 그냥 전시장에 있는 게 아니라 골짜기에. 골짜기에 턱 있어서 머리 상상으로 그려보면 시뮬레이션 해 보면 설립 과정을 보면 여기에 천불천탑동을 세우면 서울이 이리로 온다라고 하는 속설을 가지고 사람들이 모여서 이걸 만들었다는 거예요.

    ◇ 김현정> 그래요?

    ◆ 유홍준> 그런데 서울이 온다고 하는 게 무슨 뜻이에요? 혁명이 일어난다는 뜻 아니에요?

    ◇ 김현정> 그렇게 되네요. 그렇게 되네요. 여기가 수도가 된다 이런 뜻이니까.

    ◆ 유홍준> 그러니까 그러한 열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모여가지고서 불상을 1000개를 만드는데 마지막에 큰 언덕배기 있어요. 언덕배기에 와불이라고 불리는 누워 있는 불상, 입상과 좌상 두 분이 있어요. 그분을 일으켜 세우려고 그러는데 닭이 꼬끼오 우는 바람에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서울도 오지 않았다. 이것이 전설입니다.

    ◇ 김현정> 아, 전설이군요. 이게 화순 운주사군요. 그럼 이 많은 석불, 석탑은 도대체 누가 만든 거예요?

    ◆ 유홍준> 그거 신비하죠, 지금도. 그때 무슨 열정으로 해서 이렇게 했는지. 그러니까 석불, 석탑 하나하나는 그렇게 멋있다고 얘기할 수 없어요.

    ◇ 김현정> 하나하나는? 모양이 다 달라요?

    ◆ 유홍준> 아니요. 거의 같아요.

    ◇ 김현정> 거의 같아요?

    ◆ 유홍준> 동그란 얼굴에 긴 몸체. 거기에 손 이렇게 해서 덮어쓰고 코 있고 눈 있고 입 있는 호떡처럼 납작하고.

    ◇ 김현정> 호떡처럼? 하나 단독으로 보면 그렇게 멋있다는 느낌이 안 들 텐데.

    ◆ 유홍준> 왜냐하면 거기가 일종의 편마암 비슷하게 넙쩍한 돌로 잘라지니까 화강암을 다룬 게 아니라 넙적한 돌을 툭툭 쳐가지고 대충 형상만 만들었는데 동어반복적인 것의 설치의 미학은 굉장히 현대적인 거예요. 그러니까 요즘에 우리 단색조라고 하는 70년대 미술이 현대미술시장에서 유행하는 것 보면 어떤 분은 점만 막 찍었고 어떤 분은 물방울만 막 그렸고 어떤 분은 그냥 여기저기 사각형으로 뜯어놓고 하는 건데 매시브하게 동어반복을 해 왔을 때 오는 확장감, 공간의 개념. 더 편하게 얘기하면 개나리꽃 한 송이는 별로 예쁘지 않지만 개나리꽃으로 매시브하게 폈을 때는 예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유홍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고 그다음에 아까 얘기했듯이 서민적이고 민중적인 것. 지배층의 사찰이 아니고 민중신앙적인 것이 합쳐졌다고 하는 것이죠.

    ◇ 김현정> 의미가 있는 곳이네요. 그리고 굉장히 현대적이네요. 지금 해석을 듣고 보니까. 요즘 현대미술 보면 규칙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잖아요. 저게 무슨 미술이야? 저건 나도 그리겠어 하지만 그 안에 엄청난 의미가 담겨 있는 건데 바로 이곳이 그런 곳이다?

    ◆ 유홍준> 그렇죠. 거기에 가서 느껴지는 에너지 그거는 다른 어떤 사찰에서도 느낄 수 없는 거죠.

    ◇ 김현정> 저는 화순에 몇 번 가봤는데 운주사에 이런 의미가 있는 줄 알았으면 벌써 한 번 가서 구경했을 텐데 못 갔어요.

    ◆ 유홍준> 운주사 바로 앞에는 옛날로 가면 중 장터 삼거리라고 있어요. 중이 장보는 삼거리.

    ◇ 김현정> 중 장터 삼거리. 거기도 가볼 만해요?

    ◆ 유홍준> 바로 그 앞이에요. 옛날에 스님들이 필요한 게 있잖아요. 차도 있고 옷도 있고 하면 그들이 물물교환하기 위한 장이 서는 게 운주사 바로 앞쪽에 있는 중 장터 삼거리예요. 거기에서 한쪽으로 가면 나주 불회사, 한쪽으로는 화순의 쌍봉사, 하나는 운주사. 그리고 스님의 장은 보름날 열려요. 달빛에 또 가야 되잖아요.

    ◇ 김현정> 그렇군요. 지금도 장이 열려요, 지금도?

    ◆ 유홍준> 아니, 안 열려요.

    ◇ 김현정> 지금은 안 열려요?

    ◆ 유홍준> 네.

    ◇ 김현정> 삼거리 바라보면서 옛날의 장터도 한번 상상하고 화순 운주사 여러분 강추합니다. 특히 미술 쪽에 소양이 있으신 분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 유홍준> 이미 갔다 왔을 것 같아요.

    ◇ 김현정> 갔다 오셨겠군요, 그분들은. 미처 못 갔다 온 분들 화순으로 한번 떠나보시죠. 추석 특집 김현정의 뉴스쇼 2부 유홍준 교수와 함께 국내 곳곳을 우리 여행하고 있습니다. 그냥 여행하는 거 아니고 교수님이 추천하시는 신비로운 명소. 여기는 꼭 한번 가봐라. 순위를 따라서 가고 있는데요. 이제 2위와 1위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유홍준 교수님.

    ◆ 유홍준> 네.

    ◇ 김현정> 2위 어디 골라오셨어요?

    ◆ 유홍준> 나는 경주 중에서 대릉원을 한번 천천히 의미 있게 보면 참 사람들이 신라 고분을 더 사랑할 거라고 생각해요.

    ◇ 김현정> 드디어 나왔군요, 경주. 저는 경주가 왜 안 나오나 했는데 경주를 골라 오시면서 그중에서도 첨성대도 아니고 석굴암도 아니고 안압지도 아니고 대릉원을 골라오셨어요. 대릉원이 어디입니까?

    ◆ 유홍준> 황남대총하고 천마총 있는 곳을 대릉원이라고 우리가 이름 붙였는데.

    ◇ 김현정> 아, 천마총 있는 곳? 신라시대 여러 왕릉들이 모여 있는 거기 말씀하시는 거죠? 거기를 대릉원이라고. 거기는 지금 무덤이 몇 개나 있습니까?

    ◆ 유홍준> 일제강점기에 신라 고분들을 일련번호를 매겼어요. 155개예요, 다운타운 안에.

    ◇ 김현정> 다운타운 안에만? 시내 안에만?

    ◆ 유홍준> 네. 그리고 경주 시내에 있는 바깥에 있는 것 말고 시내에 있는 155개 고분은 신라 천년의 왕조 속에서 거칠게 얘기해서 AD300년에서 500년 사이 200년 사이에 지배층의 묘역이었어요. 그 이전에는 그렇게 큰 고분을 만들 능력이 없었고 그 이후에는 왕손이라고 해서 그렇게 크게 무덤 만들 이유가 없었고.

    ◇ 김현정> 왜요, 왜요?

    ◆ 유홍준> 불교라고 하는 새로운 신앙 형태로 이데올로기가 형성되면서 위세를 부리기 위해서 이렇게 크게 하는 그것이 사라져가는 거죠.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유홍준> 155개 중에서 신라 왕릉이 다 그대로 있는 게 아니고 무너져가지고 그냥 빈자리만 남은 곳도 상당히 많았죠. 그런데 신라의 무덤은 고구려, 백제하고 전혀 달랐어요.

    ◇ 김현정> 어떻게 달랐어요?

    ◆ 유홍준> 고구려하고 백제는 어찌됐든 지상에서 돌방이 되든 벽돌방이 되든 집을 짓고 시신과 부장품 안치하고 문 닫고 벽화를 그리든 안 그리든 하고 봉분을 해놨단 말이에요.

    ◇ 김현정> 그렇죠.

    ◆ 유홍준> 그러면 세월이 지나서 봉분이 무너지면 문짝이 열리면 그 속에 있는 것.

    ◇ 김현정> 유실되는 거고.

    ◆ 유홍준> 뭐 갖다 쓰기도 하는 거고.

    ◇ 김현정> 훔쳐가기도 하고.

    ◆ 유홍준> 나무꾼이 비 오면 거기에서 피하기도 하고. 뭐 그런 식이었죠. 그리고 지금도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도 있고요.

    ◇ 김현정> 맞아요.

    ◆ 유홍준> 그런데 신라는 밑의 땅을 파서 그것도 뭐 3m, 5m 파서 거기에 시신을 안치하고 그 다음에 부장곽을 그만큼 만들어서 유물을 넣고 널을 얹고 그다음에 자갈로 다 덮고.

    ◇ 김현정> 자갈까지?

    ◆ 유홍준> 네, 그리고 자갈로 봉분을 만든 다음에 흙으로 봉분 만든 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거예요.

    ◇ 김현정> 아하.

    ◆ 유홍준> 그래서 왕릉이 무너지고 나면 자갈밭이 됐어요.

    ◇ 김현정> 그러네요.

    ◆ 유홍준> 밑에는 그대로 있는 거죠.

    ◇ 김현정> 참 지혜롭네요.

    ◆ 유홍준> 어쨌든 그러고서 세월이 지났단 말이에요. 지금도 봉황대라고 불리고 있는 무덤은 엄청나게 큰데 제일 큰데 아직까지 손 안 대고. 우리가 황남대총이라고 부른 거 있잖아요, 천마총 앞에 있는 거.

    ◇ 김현정> 그렇죠.

    ◆ 유홍준> 황남대총이 쌍분인데 부부합장묘예요. 그 길이가 120m.

    ◇ 김현정> 120m나 됐습니까?

    ◆ 유홍준> 폭이 80m.

    ◇ 김현정> 우와.

    ◆ 유홍준> 그리고 봉분 하나는 23m, 하나는 24m예요, 높이가.

    ◇ 김현정> 거기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예요?

    ◆ 유홍준> 모르죠, 지금. 황남대총 주인공 몰라요. 마립간인데...

    ◇ 김현정> 어떻게 120m짜리 묘를 만들 정도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 시절에?

    ◆ 유홍준> 진시황릉이나 파라오는 더 크니까 뭐 그럴 필요는 없고. 어쨌든 그 시대의 최대의 그걸 하기 위해서 만든 거고. 1921년에 경주 대릉원 바로 옆에 로동동,로서동이라고 하는 동네가 있어요. 동네 이름도 참 이상하게 지었어.

    ◇ 김현정> 로동동?

    ◆ 유홍준> 아니, 그 고분 있는 데 가운데로 길을 내놓고 길 동쪽은 노동동, 서쪽은 노서동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 김현정> 아, 그런 거예요?

    ◆ 유홍준> 네. 지금은 아마 중앙동이라고. 우왁스럽게 지었었죠. 노동동, 노서동에 엄청나게 고분이 많아요. 봉황대도 거기에 있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 유홍준> 그런데 그때 어떤 사람이 경주에 역이 생기고 뭐 하니까 요새 식으로 치면 어떤 집이 역세권이 형성이 돼서 한 집을 지하실을 파서 크게 지으려고 했는데 거기서 금관이 나왔어요. 그게 금관총이에요.

    ◇ 김현정> 그게? 어느 집 지하에서.

    ◆ 유홍준> 땅에서. 그래가지고 이건 세계적인 1500년 만에 햇빛을 본 거였어요. 세계적인 고고학적 발굴이에요. 금관총에서 나온 유물이 1만 점이에요.

    ◇ 김현정> 세상에.

    ◆ 유홍준> 1만 점이잖아요.

    ◇ 김현정> 세상에.

    ◆ 유홍준> 그랬는데 그 옆에 또 무너진 거야. 그거를 해서 봤더니 금관이 또 나왔어. 그게 금령총이라고 해서 금방울이고 교과서에서 배운 기마인물형 토기라고 배웠잖아요.

    ◇ 김현정> 배웠죠, 배웠죠.

    ◆ 유홍준> 그게 금령총에서 나온 거예요.

    ◇ 김현정> 거기서 나온 겁니까? 그게 몇 년도라고 하셨죠?

    ◆ 유홍준> 1921년, 23년. 그랬다가 26년이 됐어요. 26년에 경주역에 기차를 갖다 보관하는 차고를 하나를 하려면 자갈도 필요하고 흙이 필요하니까 어떡할까 하다가 옆에 있는 무덤 하나 그냥 거기 있는 거 갖다 쓰자. 그래가지고 하나 한 게 서봉총에서 금관이 하나 나왔어요.

    ◇ 김현정> 파기만 하면 나오는군요. 경주는 그냥 파기만 하면 나와요.

    ◆ 유홍준> 그런데 그 이후에 여러 곳을 했는데 금관은 안 나왔어요.

    ◇ 김현정> 그래요?

    ◆ 유홍준> 그러고 나서 1973년, 74년 그때 보문단지 계획을 세워가지고 보문단지를 할 적에 투자하잖아요.

    ◇ 김현정> 호텔도 짓고 그러는 보문단지요, 경주에.

    ◆ 유홍준> 그때 예산 쓰는 김에 고분 하나 제대로 발굴해 보자. 그래서 황남대총을 발굴한 거예요. 금관이 나오면 우리가 확실하게 여태까지는 봉분을 발굴한 적은 없었거든요. 무너진 봉분, 고분만 했지.

    ◇ 김현정> 그렇죠.

    ◆ 유홍준> 또 그때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기 때문에 그냥 청와대에서 지시하면 그대로 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유홍준> 그리고 그거 파면 금관이 나온다는 전제하에 이 프로젝트가 나왔단 말이에요. 그래서 고고학자들이 금관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황남대총을 발굴하기로 했어요. 120m에 80m에 높이 23~24m. 또 쌍분이니까 그랬죠. 그래서 발굴을 하려고 그러는데 우리 그 당시 고고학 선배들이 생전 한 번도 고분을 파본 일도 없이 이걸 한다는 건 임상실험을 한 번도 안 하고 수술 들어가는 거랑 똑같잖아요.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네요.

    ◆ 유홍준> 그래서 그 옆에 있는 155호분 조그마한 고분이 하나 있었어요. 이거를 시험 발굴해 보자.

    ◇ 김현정> 거기서부터 임상실험을 해 본 겁니까?

    ◆ 유홍준> 흙을 걷어내니까 얼마큼 들어가니까 자갈이 나오고 얼마큼 들어가니까 널이 나오고 그 속에서 뭐가 나오더라. 그래서 1년에 걸쳐서 그걸 흙을 털고 했어요, 실제로. 그런데 거기서 금관이 나와버렸어요.

    ◇ 김현정> 세상에.

    ◆ 유홍준> 그게 천마총이에요.

    ◇ 김현정> 그게 그 유명한? 임상실험용으로 한번 테스팅해 본 거기가 천마총?

    ◆ 유홍준> 거기가 천마총.

    ◇ 김현정> 120m짜리 파기 전에.

    ◆ 유홍준> 그래가지고 그걸 해서 황남대총을 했더니 부부합장묘에서 남쪽은 남자고 북쪽은 여자인데 거기 뼈가 나왔기 때문에 DNA 조사해서 알게 됐죠. 골치 아프게 나왔어. 여자 무덤은 금관인데 남자 무덤은 금동관이야. 그래서 이 금관이 지금도 골치 아파요.

    ◇ 김현정> 결론 안 났어요?

    ◆ 유홍준> 안 났어요. 이 금관이 왕관이냐 아니냐? 왕관이냐 제관이냐? 제관은 여자도 있었거든요. 그다음에 이게 실제로 썼냐, 부장용이냐? 그거 네 가지로.

    ◇ 김현정> 수수께끼로 남아 있어요, 아직도.

    ◆ 유홍준>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거죠. 그리고 황남대총에서 나온 유물이 3만 8000점이에요.

    ◇ 김현정> 세상에, 세상에.

    ◆ 유홍준> 그래가지고 몇 년 전에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황남대총 발굴 37년 만에 처음으로 3만 8000점 총 전시회를 했어요.

    ◇ 김현정> 그랬습니까?

    ◆ 유홍준> 깨진 그릇은 깨진 그릇대로. 그냥 창고까지 가지고서 전시를 했어요. 엄청난.

    ◇ 김현정> 마트의 창고 대방출 같아요. 어마어마하네요.

    ◆ 유홍준> 그때 이영훈 관장이 아주 그냥 파격적인 고고학적인 전시회를. 감동적이었어요.

    ◇ 김현정> 그러네요.

    ◆ 유홍준> 그랬는데 그때 나는 문화재청장 그만두고 나와 있던 그냥 서생인데 신문기사를 보고 황남대총의 창고 전체를 다 보여준다고 하는데 5만 8000점이라고 쓰여 있더라고. 이번 황남대총에서. 그래서 관장한테 박물관 전시한 사람들...

    ◇ 김현정> 잘못된 거예요?

    ◆ 유홍준> 아니지. 내가 청장 시절 알기에는 3만 8000점으로 알았는데 이번 이 조사 속에서 어떻게 2만 점이 나왔냐? 뭐냐? 그랬더니 황남대총에서는 귀걸이, 목걸이 말고 가슴걸이라고 해서 구슬을 몇 가닥으로 해가지고 이렇게 해서 마지막에 곱은 옥을 딱 해놓은 게 두 개가 다 나왔어요. 그런데 가슴걸이 구슬이 끊어져서 세어봤더니 그게 2만 개래, 알이.

    ◇ 김현정> 세상에.

    ◆ 유홍준> 그래서 5만 8000개라고.

    ◇ 김현정> 가슴걸이, 일종의 목걸이 같은 게 끊어졌는데 거기서 구슬이 2만 개가 나왔어요. 신라라는 곳이 말이죠. 지금 말씀 들으면서도 얼마나 화려했던 곳인가 또 얼마나 잘살았던 나라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 유홍준> 그렇죠. 황남대총의 늦가을 중추죠. 중추절에.

    ◇ 김현정> 이맘때?

    ◆ 유홍준> 이맘때. 잔디도 노릇하고 주변에 갈대도 있고 그거를 한번 거닐고 나서 국립경주박물관으로 가면 거기에 있는 유물들이 다시 보일 겁니다.

    ◇ 김현정> 저는요, 6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한번 갔다 오고. 아니군요. 고등학교 때군요.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한번 갔다 오고 한 20년 후에 마흔이 돼서 한번 갔거든요. 그렇게 다를 수가 없더라고요. 어렸을 적에 갔던 수학여행은 가서 베개싸움하고 아이들하고 장기자랑하고 이런 느낌의 경주였다면. 마흔이 돼서 간 경주는 지금 교수님 말씀하신 그런 것들이 다 보이더라고요. 참 좋은 곳이더라고요.

    ◆ 유홍준> 내가 요즘에는 정보가 조금 어두울 수밖에 없는데 내가 알기에는 천마총을 가을에 보수한다고 들었거든요.

    ◇ 김현정> 중순부터 보수공사에 들어갔답니다.

    ◆ 유홍준> 들어갔어요, 이미?

    ◇ 김현정> 들어가서 내년 4월에 다시 볼 수 있답니다, 천마총은.

    ◆ 유홍준> 천마총은 들어가지 않아도 되니까 황남대총이나 대릉원...

    ◇ 김현정> 다시 한 번 정리하겠습니다. 120m짜리 묘. 쌍분이 있는 거기가 황남대총. 자그마치 5만 8000개의 유물이 쏟아진 그곳. 여러분 경주 가서 다른 곳은 못 가시더라도 거기는 꼭 한번 보시라는 이런 말씀.

    ◆ 유홍준> 거기가 왜 황남대총이냐? 황남빵이 나오는 황남동이거든요.

    ◇ 김현정> 황남빵 여러분 아시죠? 황남대총 보고 황남빵 드시고 오시면.

    ◆ 유홍준> 황남로터리에서.

    ◇ 김현정> 그렇게 하면 되겠습니다. 저는 마흔이 돼서 갔던 경주가 봄에 가서 벚꽃이 그렇게 좋았거든요. 달밤의 벚꽃. 가을밤은 어때요, 가을밤은?

    ◆ 유홍준> 가을은 황룡사터. 거기에 경주를 서라벌이라고 그러잖아요. 서라벌의 유례가 여러 가지가 있는 중에 소의 벌의 준말이라고 하는 뜻이 있어요.

    ◇ 김현정> 소의 벌?

    ◆ 유홍준> 소가 거기서 풀 뜯고 있는 벌판.

    ◇ 김현정> 아, 소의 벌.

    ◆ 유홍준> 김원룡 선생은 그걸로 얘기해요. 그래서 경주 산내면 소고기. 그 아래에 있는 봉계 또 언양불고기 다...

    ◇ 김현정> 아, 그래서 저 가서 한우 먹었거든요. 유명한 거군요, 소 키우는 게.

    ◆ 유홍준> 그 들판. 소가 아니고 우리가 그냥 쓸쓸한 데에 코스모스 길로 해서 지금도 자전거 여행이나 또는 사진 찍는 데로는 경주가 최고죠.

    ◇ 김현정> 높은 건물이 없잖아요, 일단. 가서 보면 시야가 탁 트이고 마음이 환해집니다, 경주.

    ◆ 유홍준> 멀리 산이 감싸주고.

    ◇ 김현정> 너무 좋아요, 경주. 경주의 가을은 어떤지 저도 한번 가보고 싶은데. 오늘 2위로 경주. 그중에서도 대릉원. 그중에서도 황남대총을 집중해서 뽑아주셨습니다. 유홍준 교수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추석특집 김현정의 뉴스쇼 유홍준 교수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알쓸신명. 알아두면 쓸모있는 신비한 명소들을 둘러보고 있는데요. 5위, 4위, 3위, 2위까지 돌아봤고 이제 대망의 1위. 교수님, 대망의 1위는 어디를 꼽아보시겠습니까?

    [추석특집] 유홍준 교수가 선정한 국내 신비한 명소 베스트1위 '서울 5대 궁궐' - 경복궁 (위, 사진=김성철, 창비 제공)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 전경 (아래, 사진=국립고궁박물관),

     

    ◆ 유홍준> 서울의 5대 궁궐을 꼽았어요.

    ◇ 김현정> 서울 왜 안 나오나 했는데 결국 1위로.

    ◆ 유홍준> 지역감정은 어쩔 수 없는 게 있어요.

    ◇ 김현정> 고향이십니다, 유홍준 교수의.

    ◆ 유홍준> 그런 게 있고 그 다음에 또 하나는 아주 현실적으로 추석연휴에는 5대 궁궐이 다 무료입장입니다.

    ◇ 김현정> 5대 궁궐 하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까지.

    ◆ 유홍준> 그런데 경희궁은 본래 무료이고.

    ◇ 김현정> 원래?

    ◆ 유홍준> 그래서 문화재청에서는 종묘를 5대 궁궐에 넣어가지고 관리를 해요. 종묘까지를. 그리고 종묘는 본래 예약해야 되고 안내 따르고 해야 되는데 종묘는 그냥 이 기간 동안에는 예약절차 없이 들어가요.

    ◇ 김현정> 아, 종묘도? 좋은 기회네요. 5대 궁궐을 구경할 수 있는.

    ◆ 유홍준> 그렇죠. 무료개방을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는 찬스 놓치지 마시라.

    ◇ 김현정> 게다가 교수님이 최근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 편 내셨잖아요. 그 책을 사실 읽고 가면 감흥이 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서울 5대 궁궐 오늘 1위로 꼽아오셨는데. 사실은 얼마 전에 저하고 짧은 인터뷰하셨잖아요, 교수님. 그때 이런 말씀하셨어요.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궁궐이 많은 도시다. 사실 저는 그 말 듣고 좀 놀랐거든요. 중국도 있고 일본도 궁이 많은데 서울이 설마 세계에서 제일 많을까, 궁이?

    ◆ 유홍준> 그게 궁은 궁하고 궁궐은 다르거든요. 궁궐은 임금이 직접 통치를 했던 장소가 궁궐이에요.

    ◇ 김현정> 궁하고 궁궐이 달라요?

    ◆ 유홍준> 궁은 우리도 운현궁, 연희궁, 남별궁 그건 왕가의 집이란 뜻이죠.

    ◇ 김현정> 아, 그렇구나. 같은 게 아니구나.

    ◆ 유홍준> 영어의 팰리스라든지 또 프랑스의 팔레라고 하는 게 굉장히 많아요. 수십 개가 있죠. 윈저 공이 살던 데도 그렇고. 맨체스터에도 있고 프랑스 가면 그랑 팔레, 프티 팔레 하면서 큰 팔레, 작은 팔레 하고 떠들더라고. 그건 그게 아니고 루부르, 베르사유 이게 궁궐이죠.

    ◇ 김현정> 진짜로 왕이 살던, 다스리던 왕. 그 왕이 살던 집, 궁궐.

    ◆ 유홍준> 그런데 500년 왕조 속에서 처음에는 경복궁하고 창덕궁하고 양궐 체제로 있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새로 창덕궁 복원할 때 임금이 선조대왕이 왔을 때는 경운궁이라고 하는 곳에 임시로 있었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유홍준> 궁궐이 없어서. 그게 나중에 발전한 게 덕수궁이고 그리고 경희궁은 광해군이 처음에는 열심히 잘했는데 금나라하고 명나라의 갈등 속에서 균형자로서 외교활동도 잘했는데 점쟁이한테 꼬임에 넘어가서 궁궐을 어마어마하게 공사를 한 것이 경희궁과 인경궁이에요. 그게 서궐이라고 하는 건데. 결국 인경궁은 다 헐어서 창덕궁 복원하는 데 쓰고 경희궁만 남았는데 그 남아있던 경희궁을 일제강점기에 서울중학교 일본인 전용 고등학교를 만들면서 다 파괴해버리고 그리고 80년대 와서 복원해놓은 게 현재의 모습이죠.

    ◇ 김현정> 지금 건 복원한 거예요.

    ◆ 유홍준> 거기 서울고등학교가 있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 유홍준> 그리고 서울역사박물관이 지금 들어가 있죠. 그렇게 5개가 있습니다.

    ◇ 김현정> 왕이 살던 궁궐로 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궁궐이 있는 곳이 서울이다.

    ◆ 유홍준> 그것이 많다고 해서 자랑이라기보다 일본의 교토는 사찰 14개와 신사 3개를 합쳐서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고 중국 양자강 쪽에 쑤저우라고 하는 소주. 거기에는 졸정원, 유원, 망사원이라는 9개의 정원을 유네스코에 동시에 등재해서 교토는 사찰의 도시, 쑤저우는 정원의 도시. 그러면 서울은 궁궐의 도시. 5개를 함께 묶어서 그때 등재를 했어도 되는 건데.

    ◇ 김현정> 그렇네요.

    ◆ 유홍준> 그냥 창덕궁 종묘만 하고 말았어요.

    ◇ 김현정> 아쉽네요. 아쉬워요.

    ◆ 유홍준> 그때 문화능력이 그것밖에 안 됐어요, 97년 그때는.

    ◇ 김현정> 다시 한 번 추진하면 안 됩니까?

    ◆ 유홍준> 할 수 있죠. AREA 확장과 라인 재조정이라고 하는 게 있으니까. 그런데 우리가 준비를 잘해야 돼요.

    ◇ 김현정> 잘해야 돼요. 떨어지면 그것도 좀 다시 도전하기도 어려운 거니까 서울의 5대 궁궐 묶어서 우리도 궁궐의 도시로 서울을 브랜드화시켜보면 어떨까?

    ◆ 유홍준> 그러니까 경복궁을 보는 기분하고 창덕궁의 아기자기한 것 보는 것. 그 다음에 창경궁은 사실 편안하게 궁궐을 산책할 수 있는 게 있어요. 그리고 덕수궁은 근대적인 게 있고.

    ◇ 김현정> 그렇죠.

    ◆ 유홍준> 그리고 경희궁은 오는 사람이 없어서 역사박물관 보고 나서 그 뒤에 서울시교육청 있는 뒤 언덕 있잖아요. 거기 혼자서 산보하는 사람들 많아요. 입장료도 없고.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 유홍준> 고독을 즐기는 분 있으면 거기 가 앉아서 책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 김현정> 경희궁 뒤로 가시면 되겠습니다, 고독을 즐기시는 분들. 그럼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이 다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의 개성이 다 있다는 건데.

    ◆ 유홍준> 그렇죠.

    ◇ 김현정> 유홍준 교수님께서는 개인적으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자면 어디?

    ◆ 유홍준> 창덕궁이죠.

    ◇ 김현정> 창덕궁입니까?

    ◆ 유홍준> 그건 내가 뽑은 게 아니고 역대 왕들이 경복궁보다 창덕궁에 더 오래 살았어요. 거기가 편해요.

    ◇ 김현정> 왜 그렇죠, 창덕궁이?

    ◆ 유홍준> 경복궁은 광화문 지나서 흥례문. 흥례문 지나면 근정문. 근정문 지나면 근정전. 그 뒤로 넘어가면 사정전. 그 뒤로 강녕전, 태원전. 남북 일직선상으로 쫙 서 있어서 굉장히 공적이고 오피셜해요. 그런데 창덕궁은 돈화문으로 들어가서 기역자로 꺾어서 진선문 들어가서 니은자로 꺾어서 인정문 들어가야 인정전이 있고 그 산자락을 따라서 그다음에 선정전이 있고 희정당이 있고 이렇게 옆으로 쭉 퍼지는.

    ◇ 김현정> 디자인적으로 훨씬 재미가 곳이네요.

    ◆ 유홍준> 재미있고 인간적이고.

    ◇ 김현정> 인간적인 곳이고. 그런 의미에서 창덕궁.

    ◆ 유홍준> 한국적이죠.

    ◇ 김현정> 그러네요.

    ◆ 유홍준> 경복궁은 중국식 내지는 동양적인 거고.

    ◇ 김현정> 중국 하면 여러분 생각나시잖아요. 쫙 대륙의 풍모 이래가지고 쫙 뭔가 늘어서 있는 일직선의 느낌이라면 창덕궁은 아기자기함, 한국의 미.

    ◆ 유홍준> 민현식 건축가의 얘기대로 창덕궁은 땅이 시키는 대로 집을 지었다는 거죠.

    ◇ 김현정> 멋있습니다. 5개의 궁궐 다 보기 힘드시다면 일단은 창덕궁부터 여러분 시작하시면 되겠습니다. 창덕궁. 창경궁 후원에 있는 연못이요, 춘당지. 여기도 산책하기 참 좋죠.

    ◆ 유홍준> 옛날에 거기가 케이블카 왔다 갔다 하고 보드 놀이하고.

    ◇ 김현정> 보트.

    ◆ 유홍준> 보트. 그런데 창경궁이 창경원 시절을 경험했던 분하고 아닌 분이 생각하는 게 전혀 달라요.

    ◇ 김현정> 저는 창경원을 잘 모르거든요. 모르는 세대.

    ◆ 유홍준> 동물원 시절에 봤던 사람은 옛날 소풍 갔을 때 부모님하고 같이 가서 코끼리 보고 사자 보고 물개 봤던 그 추억과 함께 일어나는 거고. 지금은 창경궁을 좋아하는 사람은 또 있어요. 마니아들이 따로 있어가지고.

    ◇ 김현정> 창경궁 마니아가 따로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이 창경궁을?

    ◆ 유홍준> 거기 있는 통명전도 그렇고 궁 안에 들어가서 편안하게 혼자 책 갖고 가서 읽을 수도 있고 그래요.

    ◇ 김현정> 거기도 고독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이에요?

    ◆ 유홍준> 아니, 조금 오픈돼 있으니까 카페에 가는 정도의 느낌으로.

    ◇ 김현정> 그 느낌으로 가서 책 보고 이런 거.

    ◆ 유홍준> 카페 가서 책 보느니 창경궁 가서 책 보세요.

    ◇ 김현정> 좋은 아이디어시네요. 서울 궁궐. 소풍이나 가야 가는 곳. 학교에서 견학이나 가야 가는 곳. 이렇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하나하나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시라 이런 추천이십니다. 서울은 사실은 5대 궁궐 말고도 소개해 주실 곳이 굉장히 많은데, 굉장히 많은데.

    ◆ 유홍준> 이 다음에 서울답사기 앞으로 두 권 더 쓰면 한 권은 한강과 북한산을 쓸 거고. 하나는 4대문 안에 있는 묵은 동네 이야기.

    ◇ 김현정> 묵은 동네 이야기? 이거 재미있겠는데요.

    ◆ 유홍준> 가회동, 통인동, 성북동, 인사동. 인사동이 언제부터 1990년 이후의 인사동이 지금의 인사동이에요.

    ◇ 김현정> 그렇죠. 지금 인사동.

    ◆ 유홍준> 90년 이전의 인사동은 지금하고 전혀 다른 인사동이에요.

    ◇ 김현정> 그런가요?

    ◆ 유홍준> 그전에는 그렇게 사람 있는 게 아니고 고서점하고 화랑하고 한정식 있고 거기에서 예술가들 문화인들이 오고 또 신사들이 한정식 집에서 조용히 먹고 했던. 굉장히 문끼 있는 곳인데 시대의 흐름과 함께 고서점이 다 없어져버리고.

    ◇ 김현정> 지금은 관광촌이 됐잖아요.

    ◆ 유홍준> 화랑들도 다 젠트리피케이션 해서 나가고.

    ◇ 김현정> 그렇죠.

    ◆ 유홍준> 하지만 그래도 그 전통의 자취가 한 10m마다 하나씩 있거든요. 그게 있어서 인사동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그 얘기를 써주고 싶어.

    ◇ 김현정> 아, 이것도 참 재미있네요. 서울의 묵은 동네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유홍준 교수와 함께 이틀간 우리가 국내의 신비한 명소 다섯 군데를 돌아봤습니다. 베스트 5위는 단양의 온달산성. 4위는 국립부여박물관. 3위는 화순으로 갔죠. 운주사. 2위는 경주의 대릉원. 1위가 서울 5대 궁궐을 소개해 주셨어요. 막상 베스트5 뽑고 나니까 여기도 하나 좀 넣어야 하는데 하는 곳 지금 갑자기 떠오르는 곳 없으세요?

    ◆ 유홍준> 많죠.

    ◇ 김현정> (웃음) 어디요? 한 군데, 이름만이라도.

    ◆ 유홍준> 멀리 가실 수 있다면 완도군에 있는 보길도에 고산 윤선도 선생의 별장, 세연정을 한번 가보시면요.

    ◇ 김현정> 잠깐만요. 완도에 가서.

    ◆ 유홍준> 배 타고 1시간 가면.

    ◇ 김현정> 보길도라는 곳이 있고.

    ◆ 유홍준> 서편제를 찍은 청산도가 있잖아요. 그 옆에 있는데 오우가를 지은 고산 윤선도 선생이 제주도로 가려다 거기 들러서 경치가 너무 좋아서 가지 않고 거기에 정자.

    ◇ 김현정> 집을 지었어요?

    ◆ 유홍준> 우리나라의 정자가 갖고 있는 정원이 갖고 있는 멋은 세연정. 보길도를 안 가본 사람은 자격이 없어요.

    ◇ 김현정> 그래요? 그 정도입니까?

    ◆ 유홍준> 담양에 있는 소쇄원하고 그리고 창덕궁의 후원하고 그리고 보길도 세연정. 세 개를 안 봤으면 그건 무효예요.

    ◇ 김현정> 보길도 세연정. 시간이 조금 더 되신다면 여유가 되신다면 거기도 한번 꼭. 베스트 6위였네요, 여기가.

    ◆ 유홍준> 6위가 아니고 결격. 6위로 뽑기에는 너무 억울해요.

    ◇ 김현정> 억울합니까? 논외로 하는 특별 부록으로 너무나 멋진 곳. 여기까지 오늘 넣으면서 유홍준 교수와 함께한 이틀간의 특집 마무리를 해야 될 텐데요. 교수님, 어떠셨어요? 추석 이렇게 보내니까.

    ◆ 유홍준> 재미있네요. 나는 이런 걸 계기로 해서 우리 국민들이 우리 문화재를 더 사랑하고 많이 가볼 수 있는 계기만 있다면 전도하는 마음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문화재 전도사입니다. 유홍준 교수님께서는 글도 참 잘 쓰시지만 말씀하는 거 듣다 보면 저는 화면으로 기행 다녀오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요. 참 재미있습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주시는 전도사입니다. 유홍준 교수와 함께 풍성한 추석을 보냈네요.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연휴 남은 기간도 여유롭게 복되게 풍요롭게 보내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 유홍준> 네, 반가웠습니다.

    ◇ 김현정> 교수님, 건강하시고요. 고맙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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