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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가도 잠잘 때도 괴롭혀…도넘은 SNS폭력



교육

    학교 안가도 잠잘 때도 괴롭혀…도넘은 SNS폭력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당시 주변 CCTV 화면. (자료=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맞아서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꿇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 사진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가해자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지만 일부 가해자는 '난 잘못 없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가해자의 집주소와 사진을 SNS에 올리며 신상털기에 나섰다. 일부 네티즌은 '기프티콘(사이버 선물권)이 왔다'는 메시지를 미끼 삼아 던지며 가해자들에게 '욕설 폭탄'을 안겼다.

    #강릉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에서는 가해자들이 폭행장면을 영상통화로 중계하기도 했다. 부산 사건에 이은 청소년 폭행사건이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자 일부 가해자는 '팔로우 수 늘려서 페북스타 되겠다', '(소년원) 갔다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천안에서도 청소년들의 집단 폭행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자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SNS 메시지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발생한 청소년 집단폭행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폭행과정에서 멍든 주먹사진을 SNS에 올려 자랑하기도 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청소년 집단폭행 사건은 물리적 폭행이 SNS로까지 번지며 2차 피해를 주는 양상으로 악화되고 있다.

    구타 장면을 사진 찍거나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이를 카카오톡 단체방이나 페이스북 등에 올려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공유하면서 폭력행사를 자랑하거나 피해자를 조롱하는 경향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개된 SNS에서 가해자의 행동을 비난하면 가해자들은 '나쁜 짓 한 적 없다'거나 '이번 기회에 유명해지자' 는 등의 댓글을 달며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SNS폭력'의 심각성은 통계수치로도 나타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폭력 심의유형별 현황에 따르면 상해,폭행 등 물리적 폭력은 줄어들고 있지만 SNS를 포함한 사이버 폭력은 오히려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학년도 학교폭력 심의건수 가운데 상해,폭행은 1만 6,525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만 4,347건으로 줄었다.

    (사진=자료사진)

     

    반면 사이버 폭력은 2012학년도 900건에서 지난해에는 2,122건으로 급증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리적 폭력과 달리 SNS폭력은 피해자가 피하기 힘들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최희영 분쟁조정팀장은 "왕따 피해 여학생이 학교를 가지 않으면 왕따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학교에 가기를 거부했는데 왕따를 피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최 팀장은 "학교에 가지 않았지만 SNS상에 피해 여학생을 비난하는 '저격글'이 올라오거나 SNS단체방을 만들어 피해 학생을 초대한 뒤 원하지 않는 글을 보게 하는 SNS폭력이 이어졌다"며 "결국 피해 학생은 학교를 가지 않았지만 SNS를 통해 24시간 내내 사이버 상에서 폭행에 노출되는 고통을 호소했고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설명했다.

    피해 여학생이 당한 SNS 폭력은 일반화된 형태이다. SNS단체방에 끊임없이 초대하는 행위, 초대한 뒤 피해 학생만 남겨 놓고 전원이 단체방을 나가는 행위, 단체방에서 한 사람을 향해 집단 욕설하기, SNS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는 행위 등등이다.

    이같은 SNS폭력이 명백한 폭력임에도 불구하고 가해 청소년들은 죄책감을 보이지 않는다. SNS 폭력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SNS폭력에 불특정 다수가 가해자로 쉽게 동참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 팀장은 "SNS 폭력은 가해자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도 피해자를 공격하는 좋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직접 대면하는 것이 아니어서 죄책감을 덜 느끼고 그러다 보니 SNS폭력이 더욱 잔인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 청소년들을 상담해 보면 '(폭행이 아니라) 장난이었다', '피해자가 고통을 당하는지 몰랐다' 등 합리화하는 경우가 있다"며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지 않아도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SNS폭력을 이어가는 것은 주변의 동조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NS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순환구조'를 가지는데 사이버 폭력이 청소년들에게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SNS폭력이 일상적인 문화가 되고 많은 청소년들이 이를 받아들이다 보니 이를 범죄로 인식하는 민감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은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이버 폭력과 같은 학교폭력의 유형도 세분화되고 있다"며 "학생 눈높이에 맞는 사이버 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뒤 "교육부는 관련 예산을 늘려 체계적인 지도 감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팀장은 "물리적 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으로 '빵셔틀'과 같은 폭력이 줄어들었듯이 SNS폭력과 사이버 윤리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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