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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는 구시대 유물? 앞으로 더 필요한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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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는 구시대 유물? 앞으로 더 필요한 매체”

    라디오의 본질은 소통, 현대사회에 더 필요…재난 시 가장 효율적, 기술·정책적 지원 있어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 앵커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라디오 미래 발전을 위한 청취인구 확대 및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라디오는 이제 사라질 것이다.’ 티비가 나왔을 때도, 인터넷이 보급됐을 때도, 1인 1스마트폰 시대가 됐을 때도 항상 나왔던 말이다.

    새로운 매체가 나타날 때마다, 항상 ‘라디오의 종말’을 예측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라디오는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올드 미디어로 치부되며 사라질 거라고 예상됐던 ‘라디오’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평일 아침 CBS 라디오(FM 98.1Mhz)로 청취자들을 만나는 김현정 앵커는 “라디오의 본질이 소통과 교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진행된 ‘라디오 미래 발전을 위한 청취인구 확대 및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한 김 앵커는 “지금 우리 시대의 최대 화두가 ‘소통’인데, 그 소통에 가장 적합한 매체가 바로 ‘라디오’”라고 꼽았다.

    김 앵커는 “비 오는 새벽 혼자 운전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며 이야기를 꺼냈다.

    “비도 오고 으스스할 거다. 전화할 곳도 없다. 음악이 듣고 싶으면 멜론 등에서 고를 거고, 팟캐스트로 누군가 떠드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함께 있는 느낌은 아니다. 마치 누가 옆에 있다 해도 마네킹과 있는 기분일 거다.”

    하지만 “라디오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라디오를 틀었다. 디제이가 ‘새벽에 여러분 외로우세요’라고 말을 건다. 운전자는 답한다. 문자로 바로 사연도 보낸다. ‘운전 중인데 외롭다. 신청곡은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라고. 문자를 본 디제이가 반응한다. 1초 만에. 요즘은 ‘힘내세요’라 말하며, 커피쿠폰도 보낸다.”

    김 앵커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라디오가 후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진화하고 있다. 라디오에 ‘숨’이 있는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시사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를 진행할 때, “청취자가 시사 평론가 못지 않은 문자를 보내고, 그것을 읽어주면 1500여 문자가 쏟아지며 토론이 진행된다”면서 “‘레인보우 앱에서는 서로의 문자를 볼 수 있는데, 라디오는 이런 소통이 가능하게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 김 앵커는 “라디오가 공공재로서의 역할도 한다”며, 용산참사가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현장에 전화 연결을 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당시 보도국에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 정도의 정보만 온 상황이었고, 어느 매체에서도 1보가 올라오지 않았다. 그때 바로 전화로 연결해 제일 먼저 현장 소식을 알릴 수 있었다”며 “티비였다면 카메라가 출동해야 한다. 하지만 라디오는 그냥 전화해서 연결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는 매체이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김 앵커는 “문자를 보면 시각장애인, 산골에 사시는 분, 소외된 취약계층이 많다”며 “누군가는 인터넷이 있는데 라디오를 누가 듣느냐고 하지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분들이 가까이에 놓고 생활 정보를 얻거나 사회를 바라보는 창으로 라디오를 활용하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 많이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가면 갈수록 현대사회는 외로워지는 시대이다. 외로워지면 외로워질수록 ‘라디오’가 더 필요한 매체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처럼 라디오는 다양한 방송 미디어가 출현하고,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현 시대에도, 여전히 자기만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날 토론회는 라디오와 관련된 현장 직업인, 학계 전문가, 부처 관계자 등이 모여 ‘공공재’로서의 라디오가 최근 빈번한 재난상황에 가장 효율적인 매체라는 데 같은 목소리를 내며, 더 발전하기 위해 기술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제자로 나서 이상운 남서울대 교수는 “미국, 유럽 등에서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 라디오’의 현황을 짚고 고지대 송신을 통한 광범위한 커버리지, 수신망 과부하 문제가 없는 수신 안전성, 특급 자연재해도 강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성, 데이터 스트리밍 대비 높은 배터리 효율성 등 ‘스마트폰 라디오’의 다양한 기술적 강점을 제시했다.

    이어 “하나의 앱으로 모든 FM라디오 방송, 스트리밍 라디오, 팟캐스트 등 다양한 청취가 가능하도록 해 이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재난 시 누구나 손쉽게 방송 수신이 가능하도록 널리 보급된 스마트폰에 FM 수신 안테나 내장 및 수신 기능 탑재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DMB 사례를 보면 이어폰을 꼽아야 시청이 가능하고 직접 수신이 안 된다”며, “라디오 역시 스마트폰에 안테나 내장만 하면 끝이 아니다. 단지 ‘업계의 요구가 있으니 들어줬다’로 끝나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세종대학교 임종수 교수는 "FM 신호를 수신하는 앱을 관할하는 것은 통신사인데, 제조사의 FM 수신기능 활성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작 통신사는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의 기본 취지는 재난상황에 대비해 이중삼중의 안전망을 튼튼히 구축하고 설비를 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라며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서비스 도입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마트폰 출시 단계부터 라디오 기능 의무 탑재 여부를 확인하는 등 세부사항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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