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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지금 대통령은 문재인 동명이인인 듯”



통일/북한

    정세현 “지금 대통령은 문재인 동명이인인 듯”

    “북과 대화 포기하고 강경 노선으로만? 아베 총리와 같은 방향”

    - 남북관계 중심으로 한반도 문제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
    - 남북관계 악화 계기로 일본 정상국가화 꿈꾸는 아베와 같이 가선 안 돼
    - “미국이 적대정책 포기한다면 북한, 핵 포기할 수도 있다”
    - 중국 양제츠, 미북 대화 중재 나설 가능성
    - 꾸준히 대화 촉구해야 한국이 한반도 평화 주도권 가질 수 있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9월 11일 (목)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 정관용> 6차 핵실험 이후 문재인 정부가 대북 강경모드로 급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쓴소리를 하고 계신 분이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오늘 초대석에 모시고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혜를 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관님, 어서 오십시오. 어느 토론회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히 일본의 아베 총리처럼 돼 가고 있다 이러셨더라고요.

    ◆ 정세현> 지난 7일날 저녁 때였죠.

    ◇ 정관용> 어떤 뜻입니까?

    ◆ 정세현> 지금 트럼프의 대북 압박도 사실은 뒤에 저는 아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베가 그러니까 트럼프의 대북 압박 제재를 더 부추기는 그런 측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하루에 2번 전화했다고 우리가 부러워한 적도 있지만 바로 이렇게 아베가 수시로 트럼프와 대화를 하면서 트럼프로 하여금 한반도에서 일이 벌어지도록 하는 거예요. 한반도에 유사시에 일본의 자위대 해외 출병이 가능해집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실제로 미국이 이걸 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던 바고.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트럼프를 자꾸 부추기는데 바로 그 부추김을 받은 트럼프가 지금 한국 대통령이 너무 북한에 대해서 유화적이다 하는 식의 얘기를 하고 난 다음에 바로 지금은 대화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 북한에 최대 응징을 준비하라, 이런 지시가 내려가잖아요.

    ◇ 정관용> 또 사드 4기 추가 배치하고.

    ◆ 정세현> 그렇죠. 그걸 보고 아니, 저게 지금 트럼프의 비위에 맞는 입맛에 구미에 맞는 발언을 왜 우리 대통령이 하나. 트럼프 입맛에 맞는 얘기를 제일 잘하는 게 아베인데.

    그래서 내가 나는 분명히 같은 모습의 같은 이름을 가진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데 캠프에서도 외곽의 협조를 했는데. 지금 동명이인이 지금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하는 얘기를 했어요.

    ◇ 정관용> 완전히 달라졌다?

    ◆ 정세현> 그랬더니 그쪽에서는 청와대나 이런 쪽에서는 좀 섭섭해하는 모양입디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아베에다 비유한 건 좀 그렇다고 하는데. 그런데 그건 글쎄요, 아베라는 표현이 기분 나빴으면 그건 좀 미안하게 됐는데, 내용상으로 보면..

    ◇ 정관용> 문제다?

    ◆ 정세현> 문제가 있죠. 왜냐하면 독자적인, 특히 한반도 문제 아닙니까? 남북 관계를 중심축에 놓고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표를 받은 사람이 남북 관계가 악화되는 걸 계기로 해서 일본의 정상국가화를 꿈꾸는 아베하고 같은 방향으로 가면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내가 그 얘기를 했었죠.

    ◇ 정관용> 운전석에 앉아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쥐고 남북 대화의 물꼬도 트고 궁극적으로 그래서 미북 간의 대화까지도 연결시키고 그래서 북핵 문제도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로 간다. 이런 대화 기조 위주의 노선을 우리 정 장관님께서 갖고 계시고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그런 자세를 견지해 왔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이제 갑자기 변화한 건데. 이 변화에 대해서 지금 두 가지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그동안 김정일 체제까지는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핵을 포기할 거다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김정은의 일련의 과정을 보니까 김정은은 절대로 핵을 포기할 것 같지 않다.

    거의 완성단계에 왔고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협상을 해서 핵보유국을 인정받는 선에서의 평화협정을 노리는 것 같다. 이러니 남북한 관계에서 핵을 갖고 있는 북한의 그 위협을 어떻게라도 하려면 강한 제재로 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정세현 전 장관(사진=시사자키)

     


    ◆ 정세현> 질문 잘하셨어요. 북한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을 그 문장 전체를 봐야 됩니다. 북한은 조건절이 항상 붙어 있는 말을 해요. 이러이러한 상황에서는 우리가 뭘뭘 할 수 없다.

    바로 그 대목, 북한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단정하는 사람들은 김정은이 했던 말의 앞부분, 조건절을 지금 생략하고 해석하는 겁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행위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핵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렇게 돼 있어요. 문맥이 그렇게 돼 있어요.

    ◇ 정관용> 조건절.

    ◆ 정세현>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은 조건절을 잘 써요. 우리보다는 훨씬 많이 씁니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넘기는.

    ◇ 정관용> 이 말에 의하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포기된다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

    ◆ 정세현> 그렇지. 포기한다는 얘기죠, 뒤집어 얘기하면.

    그러니까 대북 적대시 정책이 포기되지 않는 한 우리가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그런 문맥으로 얘기를 했어요. 정확한 지금 워딩은 제가, 하여튼 문맥은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사람들이 바로 그 대목에서 지금 걸린 거예요. 왜냐하면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이나 조지 슐츠 같은 사람 또는 모톤 카플란 같은 사람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동결 정도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도의 목표를 설정하고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미국에서 한 말이라고 해서 여기서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고 복사판이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김정은은 분명히 그랬어요. 미국의 대북 적대,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포기, 철회되지 않으면 우리는 핵을 포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겁니다. 그러니까 그거는 그렇게 정리를 하고.

    그러다 보니까 무슨 해석을 잘 못하다 보니까 그렇다면 우리도 전술핵을 들여와야 되는 것 아니냐.

    ◇ 정관용> 핵무장도 해야 된다.

    ◆ 정세현> 핵무장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 정관용> 지금 지지여론이 높아지고 있어요.

    ◆ 정세현> 글쎄요. 그러니까 오늘 방송을 계기로 해서 김정은의 말이 원래 그런 뜻이 아니다.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의 북한 적대시 정책이 포기된다면 못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그런 함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좀 달라질 겁니다.

    ◇ 정관용> 그러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라는 것은 기존에 우리가 구상했던 미북평화협정 그거면 되는 겁니까?

    ◆ 정세현> 수교죠.

    ◇ 정관용> 미북 수교까지.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하겠죠?

    ◆ 정세현> 아니, 그런데 주한미군 철수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요. 원래 김일성 때도 90년대 초에 미국한테 미군 철수를 앞으로 요구하지 않을 테니까 수교를 해 달라는 얘기를 92년 1월 21일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그때 'No' 했죠, 바로 아버지 부시 때.

    그러면서 북한이 이건 우리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교를 해 달라는데도 거절하는 걸 보면 장차 우리를 군사력으로 없애려고 하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그들이 우리를, 미국이 북한을 건드리지 못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되겠다.

    ◇ 정관용> 그래서 핵무장?

    ◆ 정세현> 그게 이른바 자위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렇게 핵무장을 하게 되는데 바로 미국이 북한이 NPT 탈퇴하자 클린턴 미국이 바로 북한하고 협상을 해서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미북수교 협상을 3개월 이내 개시해 준다, 그다음에 200만 킬로와트 원자력발전소 지어준다.

    ◇ 정관용> 경수로.

    ◆ 정세현> 경수로. 그 약속을 하지 않았어요?

    ◇ 정관용> 94년 제네바 협상이죠.

    ◆ 정세현> 그렇죠. 부시 때 2005년 9월 19일에 맺어진 9. 19공동성명에도 북한의 비핵화, 미북수교, 일북수교, 경제적 지원, 정전체제 평화체제로 전환. 그러니까 미북수교와 평화체제 또는 다른 말로는 평화협정 이 두 개 반대급부를 주면 북한은 비핵화를 하겠다는 약속을 그때도 했어요.

    그런데 그 약속을 깬 것은 사실은 미국입니다. 다음 날 BDA 금융제재를 했기 때문에.

    ◇ 정관용> 맞습니다. 장관님 보시기에는 김정은 체제도 그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보신다?

    ◆ 정세현>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유훈을 중시하잖아요? 김일성 때부터 그랬어요. 미국이 우리를 압살을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우리를 적대시하는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가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 똑같습니다. 지금 손자 때까지.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정세현> 그러니까 북한 말은 문맥을 잘 읽어야지 단어 몇 개를 가지고 하면 안 돼요. 그러니까 독자적 핵무장이나 전술핵은 미국이 절대로 허용해 주지 않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절대로 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미북 평화협정 및 미북수교, 일북수교라고 하는 극적인 선회가 지금의 아베, 트럼프 정권 하에서 가능할까요?

    ◆ 정세현> 아베는 역시 일본 총리인데. 전통적으로 일본 외교를 보면 미국외교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일본 소위 진보 성향의 지식인들, 인텔리들은 자기네 나라의 외교를 ‘추미 외교’라고 해요. 미국을 추종하는 추미외교.

    미국이 그들의 국제정치적 또는 국가이익을 위해서 국제정치의 이익 또는 국가이익을 위해서 북한과 평화협정도 체결하고 수교도 해서 차라리 북한을 미국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면 급선회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트럼프가 아무리 예측불허이고 그다음에 과격한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역시 그건 미국의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미중관계에서 미국이 북한을 차라리 조금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을 들어주면서 북핵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시작한다고 저는 봅니다.

    ◇ 정관용> 그럴 가능성이 분명히 열려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대화 위주의 노선을 계속 가야 한다, 그 말씀이신 거죠?

    ◆ 정세현> 그러니까 갔었어야 되는 거죠. 지금 와서는 조금 되돌아가기가 어렵게 됐는데.

    ◇ 정관용> 좋습니다. 두 번째, 이렇게 문재인 정부가 강경모드로 선회한 것을 설명하는 그들 내부의 논리 가운데 하나는 지금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한반도 내의 군사적 위협과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라도 한미 간에 뭔가 다툼이 있는 것처럼 비추어지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을 오히려 고조시킨다.

    지금은 미국의 입장을 우리가 따라가 주는 것이 그나마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조금 통제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되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미국의 섣부른 선제도발 등등을 못하게 막는 그런 카드가 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도 강경모드로 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그걸 트럼프 대통령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고 있다 이런 표현까지 쓰는 일부 언론인도 있었습니다. 이런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김영삼 정부 때 한미 간에 북핵 문제를 놓고 좀 엇박자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미국에서 우리한테 한국한테 항상 내걸었던 얘기가 바로 그런 거예요.

    지금 북한 앞에서 우리가 균열이, 입장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절대로 좋지 않다. 그건 북한을 이롭게 하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대로 따라와라. 그것이 한미공조다 하는 식으로 우리한테 그걸 강요를 했었죠. 그런데 그때 김영삼 대통령 때 저는 그때..

    ◇ 정관용> 청와대 통일비서관이셨죠.

    정관용 앵커와 정세현 전 장관(사진=시사자키)

     


    ◆ 정세현> 비서관으로 있었으니까. 김영삼 대통령은 좀 특이한 분이라서 미국의 그런 요구를 잘 안 들었어요. 나는 내 목소리를 내고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목소리를 낸다. 그 당시에 대통령 참모들은 말하자면 미국과 어느 정도 엇박자를 내더라도 우리의 국가 목표, 우리의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우리 길을 가야 된다고 하는 그런 권유를 대통령한테 용감하게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의 무슨 말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 같은 그런 모양새가 마치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미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고 그건 불가피한 거고 상당히 깊은 뜻이 있다 하는 식으로 미화하는 건데. 이렇게 이야기를 해 놓고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해괴한 논리에 불과합니다. 변명거리에 불과해요, 변명에 불과해요.

    제가 볼 때는 그건 잘못한 거예요, 참모들이. 그런 식으로 그걸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남북관계 개선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만들어놓고 지금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갈 수도 있다고 했고 남북관계를 중심 축에 놓고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얘기를 했던 분 아니에요?

    그러면 미국과 똑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미국과 엇박자를 내더라도 결국 우리가 한반도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운전석에 앉을 수 있는 그런 쪽으로 말씀이 나가도록 보좌를 했어야죠.

    ◇ 정관용> 지속적으로 그 말이. . .

    ◆ 정세현> 그걸 못해놓고 지금 와서 “이거 굉장히 깊은 뜻이 있다. 너희들 연작이 대붕의 뜻을 모르는 모양인데”.. 이렇게 말하는 거..

    ◇ 정관용> 자기 변명이다?

    ◆ 정세현> 자기 변명이죠.

    ◇ 정관용> 그런데, 그런데 줄곧 취임하면서부터 후보시절부터 북한에 끊임없이 대화 제의를 하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보면 완전히 무시당한 거잖아요. 취임 이후에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등이 아주 더 빈발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무시당하는 상황에서 그래도 뭔가는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논리는 또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그것 참. 대화라 것이 소련마저도 러시아마저도 대화하자고 손을 내밀었는데 상대방이 잡지 않더라도 그 손을 거두어들이지 마라. 그게 그야말로 외교에 능한 대국들이 하는 짓입니다.

    우리가 북한한테 대화를 제의했는데 거절당했다. 또는 묵묵부답, 일언반구 대꾸도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대화를 구걸해야 되느냐 하는 식의 소위 감정 섞인 표현들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거는 한반도 문제의 특성도 모르고 우리가 한반도 상황을 주도해 나가야 되는데 있어서 우리가 가져야 될 자세에 대한 아무런 의식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우리가 이걸 책임져야 되는 입장에서는 북한이 대답이 없다고 해서 “그러면 취소, 그다음에 우리는 압박으로 들어갈 거야”.. 그거는 어른답지 못한 태도예요.

    ◇ 정관용> 정세현 전 장관님식의 주장과 생각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우리 사회에 꼭 다수라고까지 말하기는 뭐하지만 상당 부분 지지를 받았었습니다마는 요즘 국면이 변화하면서 정 장관님의 시각과 주장이 조금 소수화되고 있다는 인식은 갖고 계시죠?

    ◆ 정세현> 그런데 원칙이나 진리는 이게 지지율 가지고 그다음에 찬성률 가지고 결정되는 게 아니잖아요. 진리는 진리고 원칙은 원칙이죠.

    그리고 남북관계를 중심축에 놓고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하면 대화에 대해서는 우리가 구걸이라는 표현을 쓰니까 지금 기분이 나빠서 그러는데. 하여튼 꾸준히 대화를 촉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도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 바뀌면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이 있고 그때 우리한테 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이 돌아오고 바로 그게 운전석에 앉는 길이에요.

    ◇ 정관용> 그러니까 원칙은 꼭 견지해야 된다.

    ◆ 정세현> 그럼요. 그러니까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들은 작은 나라를 상대로 해서 얼마든지 그래도 되고 우리는 같은 민족끼리 대화를 하자는데 일단 저 사람들이 다른 계획이 있어서 얼른 대답을 안 하고 있는데, 지금 노를 안 했어요, 대화하자는데. 군사회담이나 적십자회담에 대해서 노는 안 했어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한 가지 주목해야 될 대목이 지금 UN에서 강한 대북제재안 표결에 막 들어가자. 이러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신경전과 물밑대화가 오간다, 이런 얘기들이 막 들리는 이 와중에 중국의 외교분야의 최고 실권자가 미국을 가지 않습니까?

    ◆ 정세현> 양제츠.

    ◇ 정관용> 국무위원이죠. 즉 외교장관보다 위인 사람..

    ◆ 정세현> 외교부장을 지내고 외교담당 국무위원으로 있죠.

    ◇ 정관용> 그것의 의미는 뭐라고 보세요?

    ◆ 정세현> 저는 그러기 전에 9월 8일 날이 9. 9절 전날입니다. 정권수립기념일 전날 주중북한대사관에서 아마 연회가 열렸던 것 같아요, 축하. 거기에 새로 북한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된 사람이 참석을 한 모양입니다. 갔다 왔는데 양제츠가 지금 내일 간다는 거 아니에요, 미국에?

    그건 지금 중국이 이제 드디어 미북 대화를 중재하러 가는 거 아닌가. 사실 그걸 우리가 했었어야 돼요, 우리가 했었어야 됩니다.

    트럼프가 화낸다고 해서 지금 대화 얘기할 때가 아니다, 북한에 대해서 최대 응징을 준비하라는 식의 얘기를 할 게 아니라 그건 그것대로 해 주면서도 물밑으로 이거 계속 이렇게 갈 수 없지 않느냐. 당신네 전쟁 결국 못하는 거 아니냐.

    ◇ 정관용> 미북 대화해라. 그런데 아무튼 9월 8일 주중 북한대사관에서의 연회, 그 얘기를 왜 연결시키신 겁니까?

    ◆ 정세현> 아니, 미리 통보해서 9월 9일 전후로 해서 사고치지 마라.

    ◇ 정관용> 북한한테?

    ◆ 정세현> 그렇지. 만약 거기서 너희들 당신네 일정이 있겠지만. 거기서 조금이라도 도발적인 무력시위가 있으면 우리가 지금 당신네가 결국은 미북 대화를 통해서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하고 미국으로부터 미북수교라든지 평화협정 받아내려는 거 아니냐.

    그거 시작하려면 우리가 다리를 놔야 되는데 그걸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곧, 양제츠 국무위원이 미국을 갈 테니까.

    ◇ 정관용> 9월 9일은 조용히 있어라?

    ◆ 정세현> 조용히 있어라. 다녀와서 좋은 결과 있으면 또 다시 연락해 주마. 그걸 지금 말하자면 미북 대화 중재권을 우리가 뺏겼다는 사실. 여기에 대해서. . .

    ◇ 정관용> 그리고 아무튼 9월 8일 그런 통보에 북한이 호응해서 9. 9절을 기해서 아무런 도발을 안 했다?

    ◆ 정세현> 안 했죠. 안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아주 대대적인 소위 축하파티만 하지 않았어요?

    ◇ 정관용> 내부 파티만 했죠.

    ◆ 정세현> 내부 파티했죠. 그건 물론 국내 정치적으로 상당히 그걸 과시해서 김정은의 리더십을 좀 더 강화, 부각시키려 는 측면이 있지만 그러나 그런 식으로 해서 도발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지금 양제츠한테는 미국에서 할 얘기가 있는 거죠. 우리 말을 좀 듣는다.

    ◇ 정관용> 이번에 그 중재가, 양제츠의 중재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그건 모르죠. 트럼프 정부가 그걸 받고 득실을 비교하지 않겠습니까? 득실을 비교할 텐데. 그때라도 우리가 의견을 내서 중국도 그렇게 나선다면 이제 러시아도 거기에 동참할 것 같은데 이번에 UN 대북제재안에 중러가 계속 대화를 강조하고 제재결의안이 별로 결과적으로 솜방망이가 되지 않았어요?

    ◇ 정관용> 많이 약화됐죠.

    ◆ 정세현> 솜방망이가 됐는데 그렇게 한 걸로 봐서는 결국에 제재도 앞으로 더 이상 할 수 없고 그렇다면 이제 대화로 가야 된다. 중국이 이렇게 나설 때 미국도 대충 지금까지의 강경 입장을 접고 대화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 그래서 우리는 빨리 베이징으로 가서 6자 회담을 합시다 하는 것을 이제라도 해야 돼요.

    ◇ 정관용> 이제라도.

    ◆ 정세현> 그래도 미북대화를 권유하는 데 1등은 못해도 2등은 해야 될 거 아니에요.

    ◇ 정관용> 중국이 중재해서 미북 대화의 물꼬가 터지면 그야말로 그게 진짜 코리아 패싱이 될 수 있겠네요.

    ◆ 정세현> 글쎄요, 그러니까 그동안에 했던 일 때문에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도 할 말은 없죠.

    ◇ 정관용> 문재인 정부의 급작스러운 강공 선회가 코리아 패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정세현> 그렇죠. 코리아패싱이 될지라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해서 대화 분위기가 조성이 되면 국가적으로.

    ◇ 정관용> 이득이죠.

    ◆ 정세현> 득이니까.

    ◇ 정관용> 지금이라도 입장을 선회해라.

    ◆ 정세현> 그럼요. 양제츠의 방미 과정을 예의 주시해 가면서 그게 대화 쪽으로 기울어질 것 같으면 우리도 그 준비를 해야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이쪽 외교안보 라인에서 정세현 전 장관님 안 찾아옵니까?

    ◆ 정세현> 안 찾아와요, 쓴소리를 많이 하니까.

    그리고 정권창출이나 대선 과정에서 외곽에서 도운 사람은 계속 밖에 있고 그다음에 이미 들어가서 팀이 짜여져 있는데 다 경험도 있고 나름대로의 식견도 있고 이론도 있는 사람들이 계속 밖의 사람들한테 코치 받을 건 뭐 있어요.

    제가 대단한 무슨 산신령 같은 무슨 현명한 지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의 갑작스러운 대북 강공모드 전환. 그것을 뒷받침하는 2개의 큰 논리,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라든지.

    ◆ 정세현> 그건 틀린 거고.

    ◇ 정관용> 또 지금은 한미동맹을 강화해야지 한미 간 균열이 생기면 오히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다라는 두 논리가 다 잘못됐다?

    ◆ 정세현> 잘못됐죠.

    ◇ 정관용> 그리고 이미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으니 이걸 주시해 보자.

    ◆ 정세현> 중국이 움직이는 것은 저는 심상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지금 미중 간에 물밑대화를 통해서 모양새 갖춰서 얘기를 하면 들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양제츠가 움직이지 그냥 한번 가보는 건 아닐 거 아니에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해 주신 정세현 전 장관님의 상황인식, 잘 좀 맞아떨어지기를 저도 정말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정세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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