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전반 19분프리킥 상황에서 아쉽게 불발된 장현수의 헤딩슛이 들어갔다면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다. 박종민기자
너무나 아쉬운 이란전 무승부. 하지만 이 두 장면의 결과가 달랐다면 ‘신태용호’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경기의 대부분을 주도했고, 후반에는 상대의 퇴장으로 40분 가량을 수적 우위까지 잡았지만 단 한 번의 유효 슈팅 없이 전, 후반 90분이 끝나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이 경기는 ‘아시아 최강’ 이란을 무려 6년 7개월 만에 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살리지 못했다. 이란만 잡았더라면 우즈베키스탄에 승리한 중국의 도움으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조금 더 일찍 맛볼 수 있었다.
이란을 상대한 ‘신태용호’는 예상보다 소극적이었다. 상대의 뛰어난 역습을 막기 위해 신태용 감독은 적극적으로 교체카드를 활용하지 못했다. 결국 경기를 주도하고도 원하는 승리를 가져오지 못한 탓에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호각소리에 ‘신태용호’는 마치 패배라도 한 듯 고개를 떨궜다. 반대로 이란은 최종예선 무실점과 무패 기록을 9경기까지 늘려 환호를 쏟아냈다.
이란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전반 19분 장현수(FC도쿄)의 날카로운 헤딩슛, 그리고 후반 28분 김신욱(전북)의 교체 투입이다. 이 두 장면에서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면 충분히 다른 결과도 가능했다.
34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에게 주어진 5분 남짓의 짧은 출전시간은 더욱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박종민기자
경기 시작과 함께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던 한국은 전반 19분 결정적인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손흥민(토트넘)이 페널티 박스 구석으로 길게 찬 공은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민재(전북)의 머리에 정확하게 배달됐다. 김민재는 다시 이 공을 문전으로 보냈고, 장현수의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하지만 장현수의 머리를 맞고 방향이 바뀐 공은 아슬아슬하게 이란의 골문을 벗어났다. 만약 이 장면에서 한국의 선제골이 나왔다면 신태용 감독은 평소대로 적극적으로 상대 골문을 노리기 위한 선수 교체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신태용 감독은 “(선제골을 넣지 못해) 역습을 당할까 싶어 공격을 하기보다 조심하며 운영했다”고 소극적인 교체카드의 활용에 대해 해명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김신욱의 활용도 아쉬웠다. 결과적으로 김신욱은 장점인 높이의 우위를 이란 수비수를 상대로는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경기 전부터 6만3124명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이동국(전북)이 후반 44분 교체 투입돼 4분의 추가시간까지 5분여 남짓에 보여준 장면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기회를 만든 이동국이라는 점에서 조금 더 많은 출전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기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0-0 무승부로 끝난 이란전이다. 하지만 이 두 장면의 결과만 달랐다면 충분히 이란과 악연은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0-0 무승부는 패배만큼 쓰라린 결과다.
이란전 무승부는 사실상 경기를 주도했던 한국에게는 패배나 다름없는 아쉬운 결과다. 박종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