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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소고기도 못먹지?' 하면 너무 속상해요"



사회 일반

    "'북한에서는 소고기도 못먹지?' 하면 너무 속상해요"

    [탈북청년 남한 정착기] 노숙인 도시락 봉사하는 한봄씨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내가 한봄씨(가명)를 처음 만난 곳은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도시락 나눔을 할 때였다. 북한에서 온 청년들이 '통일이란 함께 돕고 섬기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남한 청년들과 도시락을 만들어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누는 봉사의 자리(유니시드)에서 처음 만났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녀는 대학에서 '사회복지' 분야를 전공하고 현재 졸업해 취업과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중이었다.

    "저는 북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남한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모와 함께 중국으로 갔다가 중국에서 친구를 통해서 남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도 드라마와 영상을 통해서 남한에 대하여 알았지만 중국에서 만난 친구를 통해서 남한에 가게 되면 집도, 쌀도 주며, 살기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되었습니다."

    한봄씨는 처음에 한국에 와서 아르바이트를 생활비와 학비를 벌면서 대안 학교를 다녔다. 처음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대전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그 식당은 정육점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한우 전문 식당'이었다고 한다.

    한봄씨는 식당에서 서빙을 했는데,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은 그녀에게 "너 있던 북한에서는 소고기 못 먹어봤지?", "너네는 이런 것 없지?" 등으로 말씀하시며, 장난쳤는데 그것이 너무 속상했다고 한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어머니께서 여기로 따지면 공무원이셔서 소고기도 먹어보고, 다른 것들도 많이 보고 경험할 수 있었거든요.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못 먹고, 가진 것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바꿔줬으면 좋겠어요."

    한봄씨는 대안학교를 다닐 때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에 진학할 마음은 없었다고 한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원서를 접수할 때도 그녀는 특별히 대학에 대한 마음을 갖지 않았었다. 그런데 중 그녀는 2011년 우연치 않게 서울 송파 쪽으로 가는 길에 강제 철거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 사건이 계기가 되어 대학에 진학할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제가 본 현장은 철거하시는 분들이 노인 분들을 밀치고, 무례하게 대하는 것을보게 되었는데, 너무나 큰 충격이었어요. 남한에서도 어르신들을 학대한다는 현실과 그분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지내고 계시는 모습이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날 이후 그 분들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고 어르신들을 위해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관심을 가진 것이 노인복지였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어르신들을 도우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대학에 들어가 사회복지를 공부하였지만 한봄씨에게 처음 1학년 1학기 수업은 어려웠다. 외래어가 너무 많아서 들어도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 북한에서 온 청년들이 남한 사회에서 적응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외래어라고 한다. 말은 들리지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한봄씨는 대학을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계속했고, 그 돈을 모아 2010년 처음으로 북한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해드렸다. 북중 접경 지역에서는 중국통신을 통해 북한쪽과 통화할 수 있는데,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친엄마인지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 돈을 보내드렸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남한에서 연락이 오면 돈을 보낸다는 것을 알기에 거짓으로 엄마인척 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몇 번이나 엄마에게 과거 이야기와 경험들에 대해서 묻고는 엄마라는 확신을 얻은 후에서야 돈을 송금해드렸어요."

    북한에서는 남한에서 전화가 오면 대부분 돈을 보내기 위해서 온 전화인 것을 알고, 거짓으로 부모인척하며 돈을 빼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확인 절차는 필수라고 한다. 지금 한봄씨는 그렇게 보고 싶었던 어머니와 함께 남한에서 함께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봄씨의 꿈과 비전을 들을 수 있었다.

    "저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그러니 나도 베풀면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실습을 다니며 어르신들과 청소년 그리고 장애인분들에 대해서 배우고 접하면서 그 분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에 복지관을 세워, 고향 어르신들에게도 복지차원에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는 것이 저의 꿈이고 비전이에요."

    ※ 우리온은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는 커뮤니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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