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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쥔 기재부 계란예산 '싹둑'.. 살충제 공포 벌써 잊었나

경제정책

    돈줄 쥔 기재부 계란예산 '싹둑'.. 살충제 공포 벌써 잊었나

    내년 계란 유통예산 '달랑 18억'.. 계란집하장 확대 요원

    산란계 농장에서 사육되는 닭.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내 산란계 농장들이 겨울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여름에는 닭 진드기 발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로써는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더구나 이 같은 병·해충은 계란 파동으로 이어지면서 산란계 농장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고통을 겪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AI 차단 방역과 계란 유통시장의 안정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계란 집하장(GP센터)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전국의 모든 계란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런데, 내년에 계란 집하장 설치 지원 예산으로 달랑 18억원만 편성했다. 사실상 집하장 설치를 포기한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계란 집하장 순기능…품질 관리와 병해충 차단 효과 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시료조제실에서 연구사들이 잔류농약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계란 집하장은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모아서 세척과 검사, 살균, 등급판정, 난각표시, 포장 등을 일괄 처리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집하장을 빠져 나온 계란은 대형마트와 대리점 등 소매점에 직접 판매된다.

    이렇기 때문에 집하장을 통하면 계란 생산과 유통, 판매가 원스톱으로 이뤄져 관리가 쉬워지게 된다. 예컨대 이번처럼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할 경우 관련 농장이 생산한 계란이 어느 소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지 금방 확인해 폐기처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계란 수집 상인들이 직접 화물차를 몰고 여러 산란계 농장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 AI 수평 전파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 기존 계란집하장 50여개, 전국 계란 유통량 30% 점유…시설, 자금 열악

    한 산란계 농장에서 직원들이 계란 출하 전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싸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문제는 현재 운영 중인 전국 50여개의 집하장 가운데 농협과 일부 대형 법인이 관리하는 10여개 집하장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산란계 농장주 또는 소규모 영농법인 등이 운영하기 때문에 계란 집하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기본 시설과 인력, 자금 등이 열악해 상당수의 집하장들이 적자를 보는 등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들 기존 집하장을 통해 유통되는 계란 물량은 전체의 30%가 채 안 된다. 나머지 70%는 산란계 농장과 중간 수집상인들이 직접 거래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나타났듯이 난각 표시가 잘못된 계란이 대량 유통되고, 살충제 계란이 어떤 경로로 유통 됐는지 확인이 늦어져 소비자들의 반품 사태가 벌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되는 계란의 8% 정도만이 등급 판정을 받아 유통되고 나머지는 등급 구분 없이 공급되면서 소비자는 품질 선택권이 없다.

    계란 생산자가 등급 판정을 요청하면 축산물품질평가원 소속의 평가사가 집하장에 출장을 가서 등급을 평가해 주는 구조다 보니, 집하장이나 생산자 농가들이 굳이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등급 판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계란집하장 전국 추가 설치, 최소 1000억원 소요 예상…내년도 예산 달랑 18억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지난 30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계란 유통시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소비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집하장을 확대 설치하겠다고 보고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계란에 대해 집하장에서 직접 난각을 표시하고, 등급도 판정해 계란이력제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집하장 관련 예산은 달랑 18억원이 전부다. 집하장 2곳을 신규 설치하는데 필요한 용역비와 기존의 집하장 2곳을 리모델링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계란 세척기와 선별기, 난각 표시기, 포장기 등 기본 장비를 갖춘 제대로 된 집하장 1개를 설치하는데 족히 100억원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내년에 집하장 추가설치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양계농협 관계자는 "경기도 광주 계란유통센터(한국양계농협 운영)의 경우 11년전에 토지비용을 제하고 시설 설치비만 30억 원이 들어갔다"며 "선별기 하나만 20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최근에 포천양계농협이 자체 계란집하장을 설치하기 위해서 100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책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전했다.

    그는 또, "AI가 발생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계란이 하루에 4300만개 정도가 되는데, 100억 원 규모의 집하장이 하루 100만개 가량의 계란을 처리한다고 보면, 기존의 집하장 말고도 30개 정도는 더 있어야 한다”며 “족히 3000억 원은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정부가 보조금을 주던 융자금을 주던 30%를 지원한다고 봤을 때 예산만 천억원이 필요한 데 내년에 18억원만 편성했다는 것은 말로는 집하장 중심 체제로 가겠다고 했지만 하지 않겠다는 얘기밖에 더 되냐"며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농식품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먹거리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국민 인식에 비해 정부가 안일하고 미봉책에 머물고 있다"며 "실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농식품부의 대책은 또다시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말도 못 꺼내게 한다"며 "기재부가 국민 먹거리 안전과 관련된 사업에 대해선 보다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데 아쉬운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현재 계란자조금의 경우 도축되는 산란노계 1마리 당 정해진 금액만큼 받고 있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집하장 체계로 가서 계란 1개 당 자조금을 받으면 살충제 교육사업도 확대할 수 있고 품질 개선 지원도 할 수 있는데 우선 당장 집하장 예산 지원부터 안 되니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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