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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버스개편 첫 월요일 혼란-불편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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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버스개편 첫 월요일 혼란-불편 여전

    바뀐 버스노선 몰라 진땀…준비·홍보 부족에 중앙우선 차로 긴급 변경

    28일 오전 제주시 용문사거리 버스정류장 (사진=문준영 기자)

     

    "어제는 버스노선 몰라서 엄청나게 헤맸어. 안내하는 사람도 잘 모르고, 버스 타러 온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모르고. 너무 불편해."

    제주시 용담동 김방자(76) 할머니는 바뀐 대중교통체계에 대해 기자가 묻자 "휴일(27일)에 버스를 타러갔다 한참을 헤맸다"고 하소연을 했다. 대중교통 체제가 개편되면서 버스노선이 모두 바뀌었기 때문이다.

    평일인 28일 오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제주시 용담의 한 버스정류장에는 노선 안내 도우미와 공무원들이 쏟아지는 시민들의 질문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제주시 용담동 김모(63‧여)씨는 한경면 용수리에 가는 버스를 찾았지만, 노선 안내 도우미가 길을 몰라 20여분을 기다리다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김씨는 "원래는 자가용을 타고 다녔는데, 버스 비용이 1200원이라고 해서 일부로 나왔다"며 "나같은 이용자도 모르지만, 안내요원도 길을 몰라 버스 타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처럼 나이든 사람은 옛날 버스 노선만 외우고 다녀서 거기에 익숙해져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버스를 이용해야 할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등굣길에 나선 제주고등학교 문기은(17) 학생은 "노선이 변경돼 너무 복잡하고 헷갈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장에서 노선을 안내하던 제주시청 관계자는 "전 공무원이 교육을 받고 현장에 배치됐지만, 교육도 제주시내 구간에 대해서만 배웠지, 서귀포 등 외곽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로 나왔다"며 "우리도 잘 모르는 부분은 120콜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선 안내 도우미는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정류장에 배치돼 운영되고 있다.

    우선차로제와 가변차로제가 적용되는 차량 운전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대중교통 체제 개편 시행일인 지난 26일 제주공항->신제주교차로로 이어지는 구간의 중앙우선차로제를 해제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신제주교차로에서 좌회전을 금지했지만 2차, 3차로에 차가 정체돼 우선차로 구간을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지난 23일 시범운영을 통해 제주공항->신제주교차로 구간의 1차로를 택시와 버스 등 지정차량만 좌회전 하거나 직진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하지만 3일 뒤 차량이 몰린다는 이유로 개편 시행일 중앙우선차로제를 해제했다.

    제주도는 지난 26일 제주공항-신제주교차로 구간의 중앙차로우선제를 해제했지만, 시민들이 이를 몰라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문준영 기자)

     

    평소 공항 구간을 이용하는 운전자 A씨(28)는 "파란선이 있다가 며칠 뒤 지워져 헷갈렸다"며 "바뀐 걸 알려주는 건 신제주교차로에 있는 표지판 하나뿐이라서 너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기존 홍보물에는 제주공항->신제주방면 구간이 중앙우선 차로 구간으로 명시돼 있다. 현재 제주도청 홈페이지에도 수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공항-신제주입구 중앙우선차로 구간을 해제했지만, 홈페이지에는 변경되지 않은 홍보물이 그대로 게시돼 있다. (사진=제주도청)

     

    또 다른 중앙우선차로제 구간인 제주시 광양사거리-아라초등학교 부분은 공사가 늦어져 10월 말에야 우선차로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쪽짜리 시행에 운전자들만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가로변차로제 이용자들의 교통사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가로변차로제는 출퇴근 시간 인도쪽 차로를 버스 등 대중교통만 운행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제주시 무수천 사거리에서 국립제주박물관까지 11.8㎞가 시행 구간이다.

    가변차로제는 출근시간의 경우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퇴근시간은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만 운영된다.

    문제는 가로변 구간에 붙어 있는 접속 구간, 이면도로 진입 구간 비율이 50%가 넘어 추돌사고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송규진 제주교통연구소장은 "접속 구간이 15~30%정도가 돼야 교통흐름이 끊기지 않지만, 현재 제주는 53%정도로 가변차로 진입차량들의 차량 사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버스환승정류소에도 와이파이 설치가 일부 미설치 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환승버스정류장 55개소 중 36개소에 와이파이가 설치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 전기와 통신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일부 구간이 미설치됐다"며 "이달 말까지 전부 설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버스에는 809대 중 803대에 와이파이가 설치됐고, 미입고 된 차량 6대에는 아직 미설치 됐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KT와 업무협약을 맺고 와이파이 기기를 설치했으며, 버스는 1대당 월 24800원의 요금을, 환승버스정류장은 1곳당 월 6만원 상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24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대중교통 체제 개편 토론회 (사진=문준영 기자)

     

    한편 시민단체와 교통전문가들은 이번 대중체제개편이 너무 성급하게 시행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국장은 지난주 열린 대중체제 개편 토론회를 통해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도민들의 혼란이 예상됐지만 행정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며 "바로바로 문제점을 개선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불편과 혼란 최소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규진 소장도 "제주도정이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발표한 후 준비가 소홀했고, 개편안 시행도 너무 촉박했다"며 "제대로 정비를 하고 나서 나중에 시행을 했어도 좋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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