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9월 1일부터 100일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정기국회이니만큼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질의, 국정감사, 예산부수법안심사, 상임위활동 등이 쉼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與 '적폐 청산' vs 野 '문재인 정부 견제'
2007년 이후 10년만에 여당의 입장에서 정기국회를 치르게 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법률과 예산을 뒷받침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지난 25일과 26일 1박2일 일정으로 의원 워크숍을 개최하고 정기국회에 임하는 전략과 각오를 다졌다.
이 자리에서 우원식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5년을 해야 하는데 성공과 실패는 올 해에 달렸다. 첫해가 얼마나 중요한가 더 말할 나위 없다"고 정기국회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4대 운영 기조로 ▷ 민생 제일 정기국회 ▷ 적폐 청산 정기국회▷ 평화 수호 정기국회▷ 민주 상생 정기국회를 천명한 상태다.
이 가운데 야당과의 마찰이 예상되는 부분은 '적폐청산 정기국회'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번 정기국회를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한국당도 지난 24~25일 연찬회를 갖고 정기국회에서 대여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한국당은 연찬회를 마치면서 내놓은 결의문에서 "민생 안정과 경제 성장을 독려하는 민생국회 구현에 총력을 다한다"고 밝지만 "문재인 정부를 안보, 경제, 졸속, 좌파 인사의 신적폐 정부로 규정"한 것 등을 보면 새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과거 적폐'와 신적폐에 방점을 찍는 반면 27일 안철수 대표체제를 출범시킨 국민의당은 전·현정부를 모두 비판하고, 문제점을 파헤치는 계기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안 대표가 수락연설문에서 "어제와 오늘 펼쳐지고 있는 잘못과 치열하게 싸워,
우리 모두의 내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보호하는 것이 국민의당의 존재 이유이고 창당정신"이라고 말한 부분과 궤를 같이 한다.
바른정당은 오는 31일 의원 연찬회를 통해 정기국회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CBS와의 통화에서 현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임을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5월에 출범한 정부가 5년간 할 정책을 치열하게 보는 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좋은 것"이라며 "이미 탄핵되고, 구속되고, 대선에서 이겼는데 또 다시 뒤돌아 본다는 것은 여당의 책임 방기"라고 적폐청산을 강조하고 있는 여당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 100대 국정과제 위한 465건 법률… 야당 '현미경 심사'로 속도감 안날 가능성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말이 아니더라도 국회에서 이미 끝난 정부의 실정과 실책을 파헤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칫 정부 각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적폐청산 작업과 맞물리면서 과거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새로 출범한 지 갓 100일이 지난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7,80%대에서 움직이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발목잡기'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과거를 되돌아 보는 성격이 강한 국정감사나 미래를 내다보는 예산심의 과정 모두에서 여야가 생각만큼 격하게 충돌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법안이다. 정부여당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개혁 과제를 선정하면서 647건의 법령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봤는데, 이 가운데 465건이 국회를 거쳐야 하는 법률안 개정 사안이다.
국정개혁 100대 과제를 발표할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465건의 법률 가운데 123건은 이미 제출됐고 117건을 올해 안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당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법안들을 통과시키는데 주력하는 반면 야당들은 정말 필요한 법안인지를 꼼꼼하게 심사하는 '현미경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여당이 내세우는 법안들에 대해서 효과와 부작용을 철저히 검증하고 챙길 것"이라고 말해 정부여당이 법안 통과 계획이 당초 그림처럼 딱딱 맞아 들어갈 지 주목된다.
객관적으로 볼 때 상황이 녹녹치 않다. 정무위, 기재위, 행안위, 과기방통위 등 핵심 상임위 위원장을 야당 의원들이 맞고 있는데다 법안 통과의 게이트 키핑 역할을 하는 법사위를 자유한국당 소속인 권성동 위원장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에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키를 쥐고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