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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도박장' 폐쇄 소식에 웃었다, 울었다 했죠"



사회 일반

    "'학교 앞 도박장' 폐쇄 소식에 웃었다, 울었다 했죠"

    "반대 운동 1576일째, 이렇게 오래 싸울 줄은…"

    - '시범운영 때 이미 평생 들을 욕설 다 들었다'
    - 지역주민에 형편 어려운 분들까지 도박장 출입
    - 사채, 일수 전단지에 노숙하는 이들까지…거리풍경도 달라져
    - 택시 기사들 '1000원' 돈뭉치 쥐고 들어가기도
    - 향후 학교와 마을 함께할 수 있는 방법 모색 중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7년 8월 24일 (목) 오후 18:30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변정온 씨(용산화상경마도박장 반대 대책위)

    ◇ 정관용> 서울 용산에 있는 화상경마장. 저희 방송에서도 몇 차례 다루었죠. 학교를 바로 200m 옆에 두고 만들어진 이 도박장을 두고 주민들의 반대 투쟁이 정말 끈질기게 이어졌습니다. 벌써 5년인데. 드디어 이 긴 투쟁이 승리로 끝난답니다. 금년 말, 12월 말에 폐장하기로 하고 오는 주말에 폐쇄협약식을 앞두고 있다고 그러네요.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반대 대책위 소속의 학부모이시고 주민인 변정온 님을 전화 연결해 봅니다. 변정온 님 안녕하세요?

    ◆ 변정온> 안녕하세요.

    ◇ 정관용> 자녀가 몇이세요.

    ◆ 변정온> 3명입니다. 나라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웃음)

    ◇ 정관용> 지금 몇 학년이에요?

    ◆ 변정온> 큰딸은 대학교 2학년이고요. 둘째가 고3, 막내가 중학교 2학년입니다.

    ◇ 정관용> 그러면 이 경마장 들어설 때는 벌써 5년 전이니까, 그렇죠?

    ◆ 변정온> 네, 그때는 큰딸은 고등학교 1학년 둘째 딸은 중학교 2학년 막내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죠.

    ◇ 정관용> 셋이 다니는 학교로부터 경마장이 얼마나 가까웠던 거예요?

    ◆ 변정온> 성심여중고에서 215m 떨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200m 넘어서서 15m 넘어섰다고 이 거대한 건물이 들어온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기준상 200m 이내는 못하는데 15m 더 떨어졌으니 된다, 이랬다는 거죠?

    ◆ 변정온> 걸어서 5분 거리밖에 안 되거든요.

    ◇ 정관용> 그래서 도박장 반대운동을 하신 지가 지금 날짜상으로 보니까 1576일. 천막 치고 농성하신 게 1311일. 대단하시네요.

    ◆ 변정온> 저희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웃음)

    ◇ 정관용> 변정온 님도 처음부터 반대운동에 같이 동참하셨어요?

    ◆ 변정온> 네, 그러니까 큰아이 고등학교 1학년 때 2013년 5월에 처음 이 사실을 알고 이렇게 학교 앞에 거대한 화상경마장이 들어온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건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세상에 알리기만 하면 금방 끝날 줄 알았어요. 이렇게 오래할 줄 몰랐죠. (웃음)

    ◇ 정관용> 천막 농성도 같이 하시고?

    ◆ 변정온> 맞습니다. 천막농성은 2014년 1월 22일날 저희가 쳤는데요. 그때 이후로 쭉 낮에는 엄마들이 지키고 밤에는 선생님이나 남자, 아빠들이 주무시면서 24시간 그 천막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습니다.

    ◇ 정관용> 용산 화상경마장, 어떤 곳입니까?

    ◆ 변정온> 그러니까 화상경마장 하시면 대부분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과천이나 부산, 제주 그런 분장에서 말 뛰는 경기가 열리면 화면으로 보면서 배팅을 하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사실 도박 중독률이 78%가 넘을 정도로 중독률이 높은 곳인데. 이런 곳이 들어온다고 하니까 필사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었죠. 더군다나 저희가 계속 막고 있었지만 2014년 6월에 기습 개장을 하면서 3개월간 시범운영을 했었어요.

    그때 들어오시는 분들한테 저희가 온갖 평생 들을 욕설 다 들었고요. 저희가 피켓팅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어도 담배꽁초를 저희 쪽에 버리고 집에 가서 밥이나 하라는 둥 그런 모습을 보니까 이런 사람들과 아이들이 만났을 때 거기는 아이들이 다 지나다니는 생활권이고 통학로거든요. 그래서 더 정말 막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니까.

    ◇ 정관용> 그게 들어선 다음에 거리 풍경, 골목 풍경이 분명히 달라졌습니까?

    ◆ 변정온> 사실 그전에는 저희 용산 여기 성심여중고나 이 지역이 도심 속의 시골처럼 조용하고 유해환경이 없는 곳이에요. 그런데 시범운영할 때 6월이니까 날씨가 좋잖아요. 경마가 끝나고 다음에 월요일에 노숙하시는 분들이 갑자기 너무 많이 생기신 거죠, 길거리에.

    ◇ 정관용> 노숙자가?

    ◆ 변정온> 네, 술 먹고 주무시는 분, 아침에 그렇게 공원이나 이런 데서 주무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사채 전단지가 학교 앞에도 다 뿌려지고 이런 걸 볼 수 없었거든요.

    ◇ 정관용> 사채 빌려준다, 이런 거?

    ◆ 변정온> 네. 일수 전단지 그런 게 학교 앞에도 다 뿌려지고 또 그런 걸 나눠주시는 아주머니들도 등장하고. 이러니까 저희가 이걸 더 막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위해서 이런 환경은 정말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더 들었던 그런 3개월이었던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리고 정식 개장한 후에 경마가 열리는 날이 되면 도대체 몇 명 정도나 거기를 드나들어요?

    ◆ 변정온> 거기가 저희가 어쨌든 처음에는 18층에서 1개 층만 빼고 전체가 다 화상경마장 용도로 쓸 예정이었는데 저희가 반대를 하니까 7층은 주민센터를 주고 나머지 운영하겠다 하다가 마지막에는 어쨌든 4개층만 지금 운영을 하고 있고요. 한 500명 정도가 들어가는데. 들어가더라도 그 500명에 대한 들어가시는 모습을 볼 때는 저희는 그 500명의 모습을 보면서도 조금 그런 안 좋은 모습들을 많이 보고 있는 상황인 거죠.

     

    ◇ 정관용> 그러면서 노숙자가 생기고 사채 전단 뿌리는 아주머니들이 생기고.

    ◆ 변정온> 네. 지역 주민들도 들어가시는 분들도 봤고요. 물론 그곳을 좀 어려우신 분들이 온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서울역이나 그런 데서 좀 보호생활하시는 분이 들어가는 걸 보셔가지고 같이 집회하시는 분이 자원봉사 갔다가 그분을 만나셨대요. 거기에 들어가시는 거 보고 들어가지 말라고 막았지만 결국은 들어가시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용산 지역에서도 좀 어려운 곳에 사시는 분들이 들어가는 걸 많이 목격을 해서 아, 이게 또 그분들의 삶을 더 피페하게 되는 곳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했고 저희 신랑도 단속을 해야 되나 이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웃음)

    ◇ 정관용> 그러니까 돈 좀 있는 분들이 재미 삼아서 이런 것도 나쁘지만 형편이 어려운 분이 혹시라도 이걸로 내가 한번 기사회생해 볼까, 이러다가 더 피폐해지고.

    ◆ 변정온> 그렇죠. 특히 택시하시는 분들이 앞에다가 불법주차해 놓고 요즘은 카드로 많이 결제하시기는 하는데 그날 번 돈이셨는지 1000원짜리 뭉치를 막 주먹에 쥐시면서 들어가시는 모습도 봤어요. 그래서 개인택시도 아니고 회사 택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니까 예전에 그런 경마장에 택시 나란히 서 있고 오토바이 줄 서 있다라는 걸 많이 봤는데 500명인데도 이 정도인데 저희가 만약에 막지 않았다면 더 많은 분들이 이곳에 오겠구나. 그리고 경마하시는 분들은 좋은 시설을 찾아다니신다고 하더라고요. 더 많은 분들이 이곳에 왔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많이 섬뜩하기는 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5년 동안 천막농성 1300일 넘게 해도 꿈쩍도 않다가 어떻게 이렇게 전격적으로 폐쇄협약식까지 하게 된 겁니까?

    ◆ 변정온> 저희도 사실 어제 그 소식 듣고 믿기지도 않고 웃었다, 울었다 이렇게 하면서 어제 보냈는데요. 저희들이 예전에 저희 이런 말을 많이 했어요.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염원이 너무나 간절해서 이렇게 이루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어쨌든 저희 학부모나 선생님, 주위 많은 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주셨기 때문에 마사회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여기는. 이렇게 물러선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많은 시민단체나 여러분들이 도와주시기는 했지만 그런 모든 분들의 염원이 있지 않았을까. 이건 제 사견이기는 한데 저희가 학부모잖아요. 마사회는 저희 학부모가 매년 신입생이 들어온다는 걸 놓친 것 같아요. 엄마들이 조금 하다가 지치겠지, 이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점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신입생 들어오면 그 학부모들은 또 열성적으로?

    ◆ 변정온> 그렇죠. 가장 열심히 하시고 졸업생분들은 조금 쉬셨다가 이제 좀 충전했으니까 다시 올까, 졸업생 학부모님들도 많이 오시거든요. 그래서 마사회가 놓친 게 그게 아닐까 싶습니다.

    ◇ 정관용> 27일날 폐쇄협약식은 마사회와 주민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 이렇게 3자 간의 협약식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니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도 큰 역할을 했나요?

    ◆ 변정온> 네, 처음부터 많이 도와주셨고요. 그리고 박원순 시장님도 저희 쪽에 굉장히 많이 지지를 보내주셨어요. 막 더운 여름날 수박도 보내주시고, 축제 때마다 영상도 보내주시고 을지로위원회에서도 자주 방문하셔서 저희 쪽 많이 힘 실어주시고 또 그런 마사회나 이런 쪽에 저희의 이야기를 많이 전달해 주셨고요. 또 학생들이 그런 기자회견하거나 국회에서 어떤 법안을 제출할 때도 더불어 을지로위원회에서 많은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 정관용> 청와대도 중재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던데요?

    ◆ 변정온> 저희 사실 천막에 청와대 신정훈 비서관님 오셔서 저희 쪽하고 얘기도 하셨고요. 청와대에서도 저희 문제가 주민들의 그런 염원, 학생들의 염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사실 어제 저희 주민들 이 얘기 듣고 나서 다들 믿기지 않는다고 이렇게 빨리 결정이 될 수도 있었던 일이구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그런 말씀들도 많이 나누고 계세요.

    ◇ 정관용> 결국은 이것도 정권이 바뀌니까 된 거 아닙니까?

    ◆ 변정온> 네, 그 생각도 들긴 듭니다. 어쨌든 그런 국민들의 편안한 생활 또 안전한 생활 더군다나 아이들의 환경에 걸려 있는 거라서 많이 신경을 쓰지 않았나. 그리고 어쨌든 그런 주민들의 끈질긴 그런 싸움과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저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 정관용> 주민 분들의 공이 제일 크죠, 무엇보다도.

    ◆ 변정온>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연말까지만 하고 12월 말에 폐장한다, 이렇게 약속을 하는 거죠?

    ◆ 변정온>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이제 대책위원회는 해산되는 겁니까?

    ◆ 변정온> 사실 이렇게 저희가 어떤 그런 체계적인 조직을 갖췄다기에는 조금 그렇기는 한데요. 해산됐다기보다는 주민들과 학교가 마을과 어떤 이번 일을 통해서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이 된 것 같아서 향후에 이 일이 끝나더라도 마을을 위해서 학교와 마을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모색 중에 있고 그 일환의 하나로 마을과 공동교육을 시작하기 위해서 현재 준비 중에 있습니다.

    ◇ 정관용> 투쟁 속에서 얻은 게 있군요. 마을 공동체를 만드셨네.

    ◆ 변정온> 정말 좋은 분들 너무 많이 만나서 사실 이 일이 없었다면 그런 분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점은 마사회에 고맙다고 해야 되는 일이 아이러니하네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고요. 고맙습니다.

    ◆ 변정온>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용산화상경마도박장 반대대책위 소속 변정온 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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