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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T 검출 양계 농장주 "슬픈 역사의 흔적…환경재앙의 교육장으로 제공"



대구

    DDT 검출 양계 농장주 "슬픈 역사의 흔적…환경재앙의 교육장으로 제공"

    "정부 컨트롤타워 절실…가이드라인 있어야"

    DDT 성분이 검출된 경북 영천의 한 양계 농가. (사진=배진우 기자)

     

    23일 오후 경북 영천의 한 동물복지형 양계농가.

    닭들은 자유롭게 뛰놀고 저마다 '꼬끼오' 소리를 내며 목청을 뽐내기 바쁘다.

    언뜻보면 평화로운 농가의 모습이지만 농장 한 켠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달걀이 쌓여있다.

    그러나 농장주와 직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해당 농가의 달걀과 닭에서 DDT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농장주 이몽희(56)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는 화학물질을 싫어해 샴푸도 쓰지 않는다. 약이나 소독제를 쓰면 미생물 균형이 깨져 벌레가 더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절대 쓰지 않는다. 수십년 전 이 땅이 복숭아밭이었을 때 DDT를 쓴 흔적이 남아있는 거라고 본다. DDT는 반감기가 40년까지도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속이 상하지 않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이익에 연연하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다. DDT는 우리의 아프고 슬픈 역사의 흔적이다. 굶어죽는 거 해결하자고 약을 막 뿌리고…정화를 잘 시켜서 피해자가 없게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게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답했다.

    DDT가 검출된 경북 영천의 한 양계농가의 달걀이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배진우 기자)

     

    그러면서 "나는 환경단체에 이 땅을 '환경재앙교육장'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무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친환경으로 닭을 키우던 개인이 망했고 그 원인이 농약이라는 걸 한 번 보라고. 이건 재앙이다. 수십년 전에 쓴 농약도 이렇게 무섭다는 걸 알리고 자연을 보호하자는 목적에서 교육장으로 제공하겠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후대에 농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오래 전 뿌린 약으로 인해 피해받는 이가 없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번 기회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컨트롤 타워를 정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씨와의 인터뷰 내용]

    ◇ 걱정이 많이 될 것 같다. 지금 심정은?

    ◆ 떳떳하다. 민간 통해서도 검사해봤고. 처음엔 DDT가 뭔지 몰라서 DDP인 줄 알았다. 나중에서야 DDT 공부를 했다. 달걀에서 검출되자마자 판매하던 것을 중단했다.

    ◇ DDT가 검출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 경산에서도 달걀에서 DDT 성분이 검출됐다. 평상시에 그 집이랑은 교류가 없었다. 말도 안 맞췄다. 사료부터 하나하나 공통점을 따지다가 농가 이전에 그 땅에 뭐가 있었나 따졌더니 경산은 과수원이었다. 우리도 예전에 복숭아밭을 하다가 전환된 땅이다. 그래서 땅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는 안 뿌렸다. 그러니 가능성이 있는게 두 집의 공통점이 토양이고 과수원이었다.

    ◇ 약을 하나도 안 친다는 말인가?

    ◆ 미생물 균형 상태에서 소독약을 치면 나쁜 균도 다 죽는다. 균형이 깨지는 것. 그럼 부패하고 썩는 냄새가 난다 농장 전체에. 썩으면서 구더기, 파리, 벌레가 생긴다. 내가 생태계 균형을 깨기 위해 소독약을 치겠나? 바보 아니냐. 처음 운영할 땐 약도 쳐봤다. 그랬더니 망했다. 이래선 안 된다 싶어서 안 쳤다.

    ◇ 달걀 판매는 DDT 발견 직후부터 계속 정지된 상탠가?

    ◆ DDT는 보통 반감기가 15~20년이라는데 최대 40년 정도 된다고 한다. 40년마다 반씩 줄어드는 걸로 계산하면 160년이 지나도 흔적이 나온다는 것. 한 번 반감기 지나면 내 인생은 끝난다. 방사능 물질이 반감기가 엄청 기니까 무서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래 지나도 안 없어져서. 그러면 나는 우리의 의식 수준이 DDT를 방사능 물질과 비슷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소비자 인식이 무섭다. 농약 성분이 있다, 없다가 중요하지 기준치보다 얼마를 넘었다는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인식과 거리가 멀다. 그건 정부 기준이다. 일단 포함돼 있다고 하면 안 먹는다. 성분이 없다고 하면 괜찮다고 보고. 나는 우리 소비자 인식을 알고 있고 반감기에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 기준치 이하는 적합하다고 해도 계란을 팔지 않는 것. 그건 정부 기준이지 내 기준이 아니다. 동물도 오염됐는데 누가 사먹겠냐 팔면 나쁜 사람이다. 현재 계란은 법적으로는 적합하다고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팔라고 한다. 그런데 방금 그래놓고 다른 직원이 와서 제발 출하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달걀이 나가면 기자들이 왜 오염된 달걀이 유통됐냐, 정부가 관리를 안 하냐고 떠들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팔라고 해놓고 돌아서서는 제발 팔지 말라고. 이게 지금 계란 상태다. 나한테는 의미가 없다. 나는 처음부터 안 판다고 했다. 그 사람들이 매일 와서 달걀이 출하되는지 살펴본다. 이제는 오지 말라고 했다.

    ◇ 그럼 농장주들의 손해가 클텐데?

    ◆ 나는 환경단체에 "여기를 무상으로 환경재앙 교육장으로 쓸 수 있게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이건 재앙이다. 재앙 현장을 한번 보라는 거. 한 농장주가 나름 친환경으로 닭을 키웠는데 어느날 갑자기 뭔가가 두드려패서 죽어버렸다. 그게 농약이다. 수십년 전에 쓴 농약. 이렇게 농약이 무섭다는 것, 자연을 보호하자는 걸 알리기 위해 교육장으로 제공하겠단 말이다.

    ◇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 DDT가 뿌려진 시점이 언제냐면 우리가 배고팠던 시점이다. 6,70년대. 다 굶어죽고 미군한테 빵가루, 정지분유 얻어먹던 때. 그 때 식량 증산 대단히 떠들 때다. 일단 굶어 죽는거 해결하자고 그 당시에 무제한으로 뿌려진 약이 DDT다. 농약에 대한 인식이 있었겠나. 오늘날 DDT 성분이 발견된 것은 아픈 역사, 슬픈 역사의 흔적이다. 이런 지역을 정화 시켜서 처리할 방법을 알아내고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게 우리의 의무사항이다. 비슷한 게 뭐냐면 한국전쟁 때 미군이 어마어마한 폭탄을 터뜨렷다. 전쟁 끝나고 6,70년대 동네에 포탄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주워서 엿도 바꿔먹고 쌀도 바꿔먹고 그랬는데 그러다가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었다. 불발탄이 터져서. 그러다 80년대에 이걸 처리하는 시스템이 생겼다. 신고가 들어오면 폭발물 처리탄이 완벽한 장비와 시스템을 갖고 깨끗이 처리해서 국민이 안 다치게 했다. 아픈 역사지만 멋지게 한 선례가 있다. 이것도 선례거든. 이걸 역사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런데 이게 워낙 민감한 문제다. 너무 광범위하고. 대통령, 총리, 장관 같은 지도자들이 가이드라인을 그어줘야 한다. 그게 컨트롤 타워다. 어느 부서든 해당이 되면서 어느 부서도 해당이 안 된다고 발뺌한다. 지도자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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