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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주면 내일 몇 배로 갚을게요" 채권자 울리는 페북 친구들



전북

    "돈 빌려주면 내일 몇 배로 갚을게요" 채권자 울리는 페북 친구들

    돈을 빌려달라며 온라인상에 익명으로 올린 글. 일부는 미성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1 지난 6월 16일 A 씨는 페이스북에서 B(21) 씨가 올린 글을 발견했다. 40만원을 빌려주면 일주일 뒤에 50만 원으로 갚겠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A 씨는 이날 B 씨를 만나 차용증,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넘겨받고 돈을 계좌로 이체했다.

    돈을 갚지 않고 버티던 B 씨는 A 씨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원금 40만 원 중 9만 원만 입금했다. 그러나 이 돈은 사기 혐의를 벗어나기 위한 계책이었다. 담당 경찰수사관은 "사기죄로 보기엔 일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B 씨를 형사 처벌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A 씨는 B 씨와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2 C 씨도 이달 중순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D 씨의 글을 발견했다. 10만원을 빌려주면 15만원으로 돌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C 씨는 원금의 50%나 되는 이자에 마음이 혹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장 한 줄마다 묻어나는 간절함에 마음이 움직여 돈을 빌려줬다.

    돈을 돌려받기로 약속한 일주일 뒤. D 씨는 돈을 갚기는커녕 "추가로 돈을 더 빌려달라. 그 대신 이자를 더 쳐주겠다"고 빌었다. 결국 총 35만 원을 빌려주고, 55만 원을 받기로 했다. 최후통첩일, D 씨는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지에 형성된 커뮤니티들이 개인간 금전거래의 장으로 잘못 이용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A 씨가 이용한 페이스북 페이지는 전북의 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곳에는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건씩 지역민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올라온다.

    '버스정류장에 서계셨던 분 제 스타일이예요'라거나 'XX야 진심으로 좋아해' 등 귀여운 사랑고백부터 아르바이트 구인글, 중고물품 거래글 등 저마다 목적과 사연은 가지가지다.

    그러나 B 씨나 D 씨처럼 '돈을 빌려달라'고 접근해 일부만 갚거나 아예 한 푼도 갚지 않고 이른바 '잠수'를 타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돈을 빌린 이들이 피해자에게 써준 차용증. (사진=피해당사자 제공)

     

    취재결과 심지어 이모(20) 씨는 같은 수법으로 8월 한 달간 최소 두 명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는 두 사람에게 20만 원과 25만 원을 속이고는 각각 30만 원과 50만 원으로 돌려주겠다고 속인 뒤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글을 막으면 편할 수는 있겠으나 자칫 검열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측면이 있다. 각 페이지 관리자에게 달린 문제"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도 "돈 문제는 당사자 간의 일이다.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기 때문에 글을 올려주는 것"이라며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피해자는 경찰에 고소해도 형사처벌 요건이 성립하지 않아 민사 소송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어리석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돈을 돌려받기를 체념하고 있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여러 건 발생하더라도 개별 수사관에게 단일 사건으로 접수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피해자가 여러 명이 아니라면 피해자가 민사소송으로 처리하게끔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액사기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경찰의 제재나 처벌이 약하면 (범인들이) 중대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되고, 더 큰 범죄를 양산할 수 있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이어 "액수보다는 '사기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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